고개숙인 김종훈 "재협상, 대단히 죄송하다"

김 본부장 "협상 잘했다는 국민도 있어"...정동영 "오만한 발상"

등록 2010.12.07 16:41수정 2010.12.0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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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며 눈썹을 만지고 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며 눈썹을 만지고 있다.유성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FTA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에 고개를 숙이며 눈썹을 만지고 있다. ⓒ 유성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실무 책임자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고개를 숙였다. "한 점·한 획도 고치지 않겠다, 재협상은 없다"고 공언한 자신의 말을 뒤엎고 미국과 재협상한 것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였다. "혜량해달라"며 직접적인 사과표현을 하지 않던 김 본부장은 의원들의 잇따른 질타에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7일 오후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외통위) 전체회의는 김종훈 본부장에 대한 질타로 시작되었다.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협상을 맡은 책임자로서 추가협상 과정에서 신뢰를 실추시킨 게 사실"이라며 "현안 보고를 하기 전에 국회와 국민에게 유감과 사과의 뜻을 먼저 표하라"고 김 본부장을 몰아세웠다.

 

이에 김 본부장은 "추가협상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하다가 추가협상에 임하게 된 데 대한 입장은, 다소 가설적인 내용이지만 다시 물리자는 얘기가 나온다면 '재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어 김 본부장은 "결과적으로 추가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혜량(남이 헤아려 살펴서 이해함을 높여 이르는 말)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정문의 변경을 최소화하고 한·미가 상호 윈윈(Win-Win)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협상을 잘했다는 국민도 있다"고 협상 결과를 평했다.

 

이에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위원장이 확실하게 대국민 사과를 요청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 역시 합세했다. 정 의원은 "잘했다는 국민도 있다고 했는데 대단히 오만하다, 겸손하라"라며 "혜량이라는 어려운 얘기 쓰지 말고 거짓말한 데 대해 사과해야 현안 질문에 들어갈 수 있다"고 못 박았다.

 

김충환 "협상 당사자로서 고칠 수 없다고 주장한 건 의무" 

 

그러나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은 "(협상은) 본부장 개인이 하는 게 아니라 국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데 당초 합의된 FTA에 대해 고칠 의향이 있다고 말해야겠냐"며 "협상에 나가는 당사자로서 고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며 김 본부장을 적극 감쌌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은 같은 당 의원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김영우 한나라당 의원은 "많은 국민에게 재협상은 없다고 했는데 재협상 했으니 사과하는 게 맞다"며 "회의 초반에 위원장이 좋은 지침을 줬다"고 말했다. 김충환 의원과 정반대의 입장을 보인 셈이다. 다만 김 의원은 "협상 내용에 대해 사과하라는 것은 관련 업계의 평가도 들어봐야 하고 질의 답변을 통해서 협상 내용에 대한 토론도 있을 수 있다"며 "협상 내용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 점은 구분해야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남경필 위원장은 "또 그런 상황이 온다면, 협정문을 고치지 않겠다고 말하겠다고 하면 국민들은 추가협상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가뜩이나 쇠고기와 관련된 추가협상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있는데 그런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놨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도 "재협상 안 하겠다고 해왔으면서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속인 것"이라며 "바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총공세에 몰린 김 본부장은 꼿꼿하던 허리를 숙여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앞서 가설적으로 말한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새겨 듣겠다"고 말했다.

2010.12.07 16:41ⓒ 2010 OhmyNews
#FTA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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