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손실액, 그 진실은?

"3000억 역대 최대 손실" 보도에 가족들 불안...보도 공정했나

등록 2010.12.13 12:00수정 2010.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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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비정규직노조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지난 11월 15일 울산1공장 점거 파업에 들어간 지 25일째인 9일 오후 3시경 교섭을 전제로 공정 점거 농성을 전격 중단했다.

농성 해제 하루전인 8일 저녁까지만 해도 "정규직화의 가시적 성과가 없으면 점거농성을 이어간다"는 의지를 보이던 노조는 9일 오전 긴급히 농성 해제 논의를 시작했다. 논의 몇 시간 후 비정규직노조가 농성 해제를 전격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사업장이든 파업 없이 노사가 화합해 신뢰를 구축해 나간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과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자 간의 관계에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곤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은 오랜 기간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나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아왔다. 이런 이들에게 올해 7월부터 대법원, 고등법원의 정규직화 인정 판결이 연이어 나왔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노동부의 불법파견 판결 후 고공농성을 벌이면서까지도 개선이 안 된 것처럼, 이번에도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자 현대차 비정규직들은 목숨을 건 노숙 파업을 시작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점거 파업을 벌였던 비정규직노조가 농성장으로 올라가는 입구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가족의 불안감, 농성 해제 결정적 이유

"그동안 휴대전화로 격려하던 집사람이 8일 밤 불안감을 보이며 농성을 중단할 것을 호소했다. 괴로웠다."

9일 오후 3시가 넘어 농성장을 나선 한 비정규직 조합원의 말이다. 8일 밤 이런 조합원이 많았고, 밤늦게 보따리를 싸들고 농성장을 나선 조합원도 몇 있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에 따르면 농성 25일간 하루 한 끼의 식사에 따른 배고픔,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가 괴로웠지만 마지막까지 이겨낼 각오를 다졌다고 한다. 하지만 8일 밤부터 부쩍 늘어난 가족들의 만류는 뿌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동안 "이 기회에 비정규직을 벗어나자"며 휴대전화로 농성장의 가장에게 격려해 주던 가족들이 8일 밤부터 부쩍 농성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며 농성해제를 당부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진보매체를 제외한 각종 언론들의 무차별 보도가 큰 몫을 차지한다는 것이 비정규직노조의 주장이다.


농성 해제를 앞두고 상당수 언론들은 '현대차, 점거파업 손실 2(3)천억 육박' '비정규직 농성 323명 전원에 30억 손배소' '손배소 총액 162억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원 등 10명 추가 체포영장' 등의 기사를 내보냈고, 가족들은 압박감을 느꼈다고 한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점거농성 외부세력 개입' '현대차 비정규 4년차 연봉 4059만원' 등의 기사는 파업의 부당성을, '현대차 간부 하청노조의 볼트 맞아 실명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는 많은 사람이 증언한 비정규직노조에 가해진 폭력을 불식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들 중 상당수 기사는 포털사이트 톱 뉴스에 게재됐다.

각종 포털에서는 이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현대차 비정규직노조 파업' 코너를 장식했고, 제목만 보는 독자들이 많고, 제목에 유입돼 기사를 읽는 독자들이 많은 특성상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짐작케 한다. 가족들은 이런 여론에 불안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은 이런 언론보도에 대해 과장되고 일방적인, 회사측에 유리한 여론조성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진보신당 울산시당 임동선 정책국장은 "보수언론들은 점거농성 기간 내내 비정규직노조에대한 부정적인 기사들을 내보냈다"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규와 가족대책위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들은 이들의 절규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지, 회사측의 반인권적인 폭력을 고발하기 보다는 파업의 법적 타당성 문제, 회사의 생산 차질만을 부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일부 언론들은 급기야 '외부세력'론을 펴면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을 매도하기도 했다"며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을 존재가치로 삼는 시민사회단체에 색깔론을 덮어 씌운 것은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가족들 '파업=손실액'으로 기사 이해

농성이 끝난 직후인 9일 오후 3시 30분쯤 한 언론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점거파업 손실 역대최대'란 제목의 마무리 기사를 내보냈는데,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본 기사에 올랐다.

이 기사에 따르면 울산1공장은 베르나와 클릭을 비롯해 최근 새로운 모델로 출시할 예정이었던 신형 엑센트를 생산하는 곳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파업으로 현대차는 25일간 2만7974대를 못 만들어 생산차질액이 3147억 원에 달한다는 것.

기사에서는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손실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차질액(매출손실)이 발생했다. 신형 엑센트는 출시를 제대로 못 해 신차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보았고, 나머지 차량의 경우 수출은커녕, 내수 분야에서도 차량을 제대로 생산해 팔지 못해 매출 하락뿐 아니라 현대차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독자들은 '파업=손실액'이란 전제로 기사를 읽어내려 갔을 것으로 추정되며 실제로 농성자 가족들은 그렇게 읽었다고 한다.

기사는 "현대차 정규직 노조 역사상 생산차질액이 가장 많았던 때는 현재 금속노조 위원장인 박유기 위원장이 현대차 노조위원장을 맡았던 2006년 당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장 점거 손실액 진짜 맞나?

그러나 농성 해제 후 생산을 재개한 현대차가 10일 발표한 울산1공장의 12월 생산계획에 따르면 베르나 6900대, 엑센트 신형 5600대, 클릭 7100대 등 모두 1만9600대다. 특히 12월 울산1공장 생산계획에 특근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를 만드는데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곳은 자재값으로 전체 자동차 생산 비용 중 80% 이상을 차지한다. 인건비 비율은 7% 내외다. 또한 차 한 대를 팔았을 때 순수하게 남는 순 이익은 5%~10% 정도로 본다.

이번 파업으로 생산을 못 해 손실을 봤다면 이중 들어가지 않은 비용인 자재값과 인건비, 전기요금 등의 경상경비는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실제 손실액은 영업이익 5%에 2만7974대를 곱한 수가 된다. 이 계산은 순전히 그때 생산한 차가 그때 제값에 팔렸다는 전제하에서다. 하지만 "수출은커녕, 내수 분야에서도 차량을 제대로 생산해 팔지 못했다"는 내용은 확인할 수가 없다.

파업으로 생산되지 못한 차량이 농성 없이 실제로 생산됐다면, 재고가 없어 그대로 제값에 즉시 팔렸냐 하는 문제는, 역으로 통상 10일가량의 여름휴가 등으로 공장에서 생산을 멈출 때와 무엇이 다르냐 하는 점으로 짚어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국내 자동차 생산, 매출, 노동생산성 등을 연구해 온 금속노조 이상호 정책연구원은 "언론보도에서 나온 것은 실질적 손실액이 아니며 부풀려 있고 생산손실을 매출손실로 덮어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공장 점거가 있었던 울산1공장을 시간당 가동률로 계산해 주야 근무 하루 20시간을 대입하면 풀생산량은 일 1400대 가량이 된다"며 "1공장 생산차는 수출비중이 높은데, 수출이라는 것이 선적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있어 즉시 팔리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가는 타이밍이 있다. 이번 점거농성으로 매출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차질이 몇 대라고 것은 생산목표량이지 판매목표량이 아니며, 지난 10년간 현대차노조의 파업 때도 연말에 결산하면 연간 생산량을 못 맞춘 적이 없었다"며 "만일 생산손실이라 고쳐도, 가동 하지 않았을 때의 인건비와 자재비 등은 포함하지 않아야 하는데 과장되게 손실액수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손실액 보도, 과연 정확했을까.
#현대차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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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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