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템플스테이 예산 줄게"... 더 끓는 조계종

'불심 달래기' 되레 거센 반발... "MB 지원 필요없다" 공개 선언

등록 2010.12.13 18:35수정 2010.12.1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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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사업' 예산 포함,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내 총무원 건물입구에 '정부 및 여당 관계자 분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합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4대강 사업' 예산 포함,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내 총무원 건물입구에 '정부 및 여당 관계자 분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합니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권우성

새해 예산안 날치기 처리 후폭풍을 맞은 한나라당이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 등 뒤늦은 '불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더 큰 낭패를 불러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 직후 템플스테이 예산이 삭감된 것을 알고 부랴부랴 기금 전용 방안 등을 찾는 중이다. 안상수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고흥길 정책위의장이 템플스테이 예산 등에 책임지고 사퇴했다,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 홍준표 최고위원도 "템플스테이는 기금 전용으로 (보전)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거듭 지원을 약속했다.

한나라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의 발언은 모두 불심을 돌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되레 역풍만 거세지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대책이 '돈(예산)만 주면 잠잠해 진다'는 것처럼 들리면서, 오히려 불심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조계종 총무원이 내놓은 '정부와 한나라당 규탄 배경' 입장문에서 이런 '끓는 불심'은 잘 드러나고 있다.

조계종은 이 입장문에서 "마치 불교계가 템플스테이 예산 축소만을 문제 삼는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이어 조계종은 지난 9일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낸 이유로 "4대강 등 일방적 정책 추진으로 국민 소통과 서민에 대한 책무 포기", "오직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한나라당의 오만", "민족 문화(불교) 선양을 한 종교에 대한 특혜로 간주하는 듯한 태도"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이 템플스테이 예산만 문제 삼아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조계종의 반발 이유다.


조계종 "MB 정부 기대 접겠다"... 예산지원 거부·문화재 반환 추진

 '4대강 사업' 예산 포함,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에 '민족문화 보호정책 외면하고 종교편향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조계사 출입을 거부합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4대강 사업' 예산 포함,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 등의 내용이 담긴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처리한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일주문에 '민족문화 보호정책 외면하고 종교편향 자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에 대해 조계사 출입을 거부합니다'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권우성

조계종은 한나라당의 섣부른 대처가 오히려 불교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초강수를 두고 있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지원하는 템플스테이 예산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예산안 날치기 처리와 관련해 템플스테이 예산을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며 국민과 불교계를 우롱하는 행태가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더 이상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 문화 유산을 '특정 종교의 유물'로 폄하하는 행태도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불교계는 정부의 사찰 관련 규제를 따르지 않고, 국립박물관 소장 불교문화재 반환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은 또 "이미 시행한 종무지침 대로 사찰들은 정부와 한나라당 인사들의 출입을 엄격히 금지하겠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4대강 사업 강행에 따른 파괴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함께 벌여갈 예정"이라고 말해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조계종은 오는 22일 동지를 맞아 전국 사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정부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예산안 #날치기 #조계종 #템플스테이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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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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