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잔치 스케일이 다르구먼 그려"

미양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 250 여 명이 벌인 경로잔치

등록 2010.12.14 16:16수정 2010.12.1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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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비보이댄스 어르신들이라고 트로트 가요나 민요 공연만 보라는 법 없다. 어르신들의 박수소리와 호응이 대단했다.

비보이댄스 어르신들이라고 트로트 가요나 민요 공연만 보라는 법 없다. 어르신들의 박수소리와 호응이 대단했다. ⓒ 송상호

▲ 비보이댄스 어르신들이라고 트로트 가요나 민요 공연만 보라는 법 없다. 어르신들의 박수소리와 호응이 대단했다. ⓒ 송상호

"아따, 경로잔치가 스케일이 다르구먼 그려."

 

이번 경로잔치에 온 한 어르신이 한 말이다. 도대체 경로잔치가 어땠기에 그런 말이 나왔을까.

 

어르신들도 '비 보이 댄스'를 보고 즐기다

 

지난 11일,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가 주관한 이 잔치의 참가인원이 장난이 아니다. 안성 미양면 거주 어르신 170여 명, 공연 봉사자 20여 명, 자원봉사자 30여 명, 아동 30여 명 등 모두 250여 명이 이날 잔치에 함께 했다.

 

잔치 장소도 여느 경로당이 아니다. 안성 미양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이다. 10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학교 체육관을 학교 측에서 빌려주었다. 봉사자들이 체육관 뒤쪽에서는 계속 음식과 간식을 준비했고, 의자에 앉은 170여 명의 어르신들은 넉넉하게 음식과 담소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이 대화할 동안 그 앞에선 아동들이 '명랑운동회'를 열었다. 이어서 무대 위에선 공연까지 했다. 스케일이 큰 체육관이었기에 가능한 모양새였다.

 

a 기념사진 이 잔치를 위해 수고한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기념사진 이 잔치를 위해 수고한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송상호

▲ 기념사진 이 잔치를 위해 수고한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 송상호

어르신들이라고 해서 흘러간 옛 노래나 민요만으로 흥을 돋우지 않은 것도 남다르다.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이 먼저 '북 난타'로 잔치마당을 열었다. 아동들이 연주하는 신명나는 북 난타에 어르신들은 그저 신이 났다.

 

어여쁜 소녀의 플루트 독주 시간엔 잠시 문화공연장에 와 있는 듯 했다. 아동들의 바이올린 합주 시간엔 초등학교 학예회 느낌이 났다. 이어지는 '코소프레'란 무용 시간은 뮤지컬 공연장을 거기에 잠시 옮겨놓았다. 젊은 청년들의 '비 보이 댄스'는 어르신들에게 색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했다. 가수 염정미의 신나는 노래가 이어지자 '열린 음악회'가 '딱'이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 역시 밴드 공연이었다. 직장인과 청소년으로 이루어진 밴드가 잔치를 빛냈다. '아파트(윤수일), 남행열차(김수희), 귀여운 여인(설운도)' 등의 곡이 메들리 형식으로 노래될 땐 체육관은 이미 '관광버스 춤판' 그 자체였다. 이어지는 '너를 보내고(윤도현)'란 곡과 '사랑으로(해바라기)'란 곡은 잔잔한 감동으로 장내를 따스하게 했다.

 

a 바이올린 합주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이 몇날 며칠을 연습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마치 학예회를 보는 듯.

바이올린 합주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이 몇날 며칠을 연습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마치 학예회를 보는 듯. ⓒ 송상호

▲ 바이올린 합주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의 아동들이 몇날 며칠을 연습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마치 학예회를 보는 듯. ⓒ 송상호
a 체육대회 어르신들은 뒤에서 간식 먹으며 구경하고, 아동들은 신나게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잔치는 꼬맹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행복한, 스케일이 좀 있는 잔치였다.

체육대회 어르신들은 뒤에서 간식 먹으며 구경하고, 아동들은 신나게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잔치는 꼬맹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행복한, 스케일이 좀 있는 잔치였다. ⓒ 송상호

▲ 체육대회 어르신들은 뒤에서 간식 먹으며 구경하고, 아동들은 신나게 체육대회를 하고 있다. 이날 잔치는 꼬맹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행복한, 스케일이 좀 있는 잔치였다. ⓒ 송상호

행사 스케일보다 감동의 스케일이 더 커

 

사실, 행사 규모보다 행사에 함께한 사람들이 보여준 나눔이 더 알찼다.

 

지역 라면 공장에선 라면을, 버섯 공장에선 버섯을, 음료수 회사에선 음료수를 지원했다. 한 참가 봉사자는 막걸리를 몇 박스나 제공해 이날 감흥을 북돋았다. 이 경로잔치를 위해 지역의 공장들이 마음을 보탰다.

 

25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에게 이날 제공된 식사는 또 어떤가. 250명 분의 잡채와 반찬, 국, 밥 등을 하려면 보통 일이 아니다. 떡, 고기 수육, 과일 등을 일일이 그릇에 담고, 나르고, 먹고 남은 음식을 분리하고, 정리하고, 쓰레기봉투에 담는 것까지. 삼성전자 협력회사 세파스 봉사단, 개나리 로터리 클럽, 적십자 미양봉사회 등에서 온 주부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이다. 

 

a 식사 안성 미양면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 막걸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다

식사 안성 미양면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 막걸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다 ⓒ 송상호

▲ 식사 안성 미양면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이 막걸리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중이다 ⓒ 송상호
a 춤판 이날 수시로 연출되는 춤판의 한 장면이다.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이런 장면은 부지기수였다.

춤판 이날 수시로 연출되는 춤판의 한 장면이다.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이런 장면은 부지기수였다. ⓒ 송상호

▲ 춤판 이날 수시로 연출되는 춤판의 한 장면이다. 신나는 음악만 나오면 이런 장면은 부지기수였다. ⓒ 송상호

바이올린, 북 난타 공연을 위해 거의 매일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은 연습을 거듭했다. 플루트와 코소프레를 연출한 청소년들 또한 열심히 연습에 임했다. 당일엔 아동과 청소년들도 의자와 탁자를 옮기고, 음식을 나르는 봉사를 아끼지 않았다.

 

청소년과 직장인이 함께 팀을 맞춘 밴드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에 걸쳐 연습을 거듭했다. 학생들은 한창 공부해야 되고, 직장인들은 직장이 바쁠 텐데. 신명나는 잔치를 위해 일부러 템포 빠른 곡으로 선정해 맹훈을 했다. 좀 더 멋있는 공연을 위해 색소폰과 플루트 연주까지 가세시켰다. 이 밴드로선 소위 데뷔전이었다.

 

지역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온 청년 3명은 공연의 모든 방송 시설을 맡았다. 그들은 방송 기술 분야에 해당되는 과를 전공하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그들은 방송국에 내놓아도 될 만큼의 실력이어서 이날 행사의 음향은 가히 수준급이었다.

 

아이들의 명랑운동회를 위한 소품들을 몇날 며칠을 준비하고, 축제 분위기를 위해 수많은 풍선을 미리 불어서 장식한 것은 얼마나 깨알같은 정성인지. 잔치 끝나고 나면 바로 그 자리에서 뻥뻥 터뜨릴 수밖에 없는 풍선들이었다.

 

a 주부봉사단 이날 음식상 차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주부 봉사단이 있어서 넉넉하게 치러 냈다.

주부봉사단 이날 음식상 차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주부 봉사단이 있어서 넉넉하게 치러 냈다. ⓒ 송상호

▲ 주부봉사단 이날 음식상 차리는 것이 장난이 아니었지만, 주부 봉사단이 있어서 넉넉하게 치러 냈다. ⓒ 송상호

아마도 처음 어르신이 말한 남다른 스케일이란 눈에 보이는 행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나눔과 감동의 스케일을 말하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기사에 쓰인 행사 전반에 대한 정보 중 행사를 주관한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 센터장 나성천 목사를 통해 들은 것도 있습니다. 

2010.12.14 16:16ⓒ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기사에 쓰인 행사 전반에 대한 정보 중 행사를 주관한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 센터장 나성천 목사를 통해 들은 것도 있습니다. 
#행복나눔지역아동센터 #경로잔치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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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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