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자전거도로 예산 전액삭감... 강남구청의 굴욕

주민 "양재천 보행자 위주 하천 돼야"...의회 "생태환경 파괴 우려, 시기상조"

등록 2010.12.16 18:41수정 2010.12.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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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형 하천복원의 효시로 도심 속 생활자연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양재천. 이곳 양재천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산책로를 조성하겠다는 서울 강남구 방침에 많은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강남구는 내년도 예산안에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산책로 조성 사업에 36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중 50%는 행정안전부가 예산을 지원하기로 계획이 잡혀있다.

이에 앞서 강남구는 지난 10월 영동 2교~3교간 자전거길 확장(산책로 분리)공사 350m를 시행했다.

a  이미 자전거 확장도로가 설치된 영동 2교~3교간 자전거길과 보행로길 모습. 왼쪽이 보행자길인 반면 오른쪽 자전거도로는 보행자길보다 크게 조성되어 있다.

이미 자전거 확장도로가 설치된 영동 2교~3교간 자전거길과 보행로길 모습. 왼쪽이 보행자길인 반면 오른쪽 자전거도로는 보행자길보다 크게 조성되어 있다. ⓒ 정수희


이 같은 구청의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에 양재천 이용 주민들과 인근주민 등이 반대서명을 펼쳐 2000명 정도가 서명했다. 이 같은 반대서명은 지난 15일 강남구의회에 전달됐다.

이번 반대서명에는 양재천사랑환경지킴이, 강남사랑환경지킴이, 강남주부환경연합회, 강남서초환경연합 등의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강남서초환경연합 김영란 사무국장은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는 기존의 산책로를 줄여 사람을 자연에서 내모는 일일 뿐만 아니라 천변의 자연학습원, 억새군락지, 벼농사장, 물놀이장을 축소하며 물고기와 새 등 온갖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그나마 있는 양재천 녹지공간의 유지를 위해 자전거도로 건설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양재천은 생태적으로 우수해 편하게 자연을 즐기면서 걷을 수 있는 하천으로 보행자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보다 20배 이상 많은데 자전거 도로는 2.5m로 보행자 도로 1.5m로 더 넓다"며 "양재천은 보행자 위주의 하천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남구의회 이경옥 의원은 "양재천은 서초구 구간과는 달리 강남구 구간의 둔치는 자연스러운 상태를 유지해 강남구 구간만 아름다운 하천으로 선정됐는데 앞으로 자전거도로 확장 공사가 실시되면 이런 자연경관이 파괴된다"며 "양재천의 산책로와 자전거길 분리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a  강남서초환경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강남구의회 6층 로비에서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강남서초환경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15일 강남구의회 6층 로비에서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 정수희


이에 대해 강남구는 "양재천에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분리 설치해 쾌적한 주민이용공간을 조성해 나갈 뿐만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이 더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자연파괴문제는 관련 단체와 주민의견 수렴을 통해 동식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강남구의 이번 사업은 강남구의회에서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 진행이 어렵게 됐다. 강남구의회는 지난 15일 끝난 제198회 강남구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강남구가 편성한 양재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를 위한 산책로 조성 사업비 36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관수 의원은 "양재천에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는 환경영향평가와 주민의견이 부족하고 생태환경을 파괴할 수 있어 아직 시기상조로 본다"며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시행한 후 추진해도 늦지 않아서 이번에 예산을 삭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추후에 행정안전부 예산이 확정되면 다시 이번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강남내일신문 게재


덧붙이는 글 강남내일신문 게재
#양재천 자전거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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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내일신문이라는 지역신문에서 활동하는 기자입니다. 지역신문이다 보니 활동지역이 강남으로 한정되어 있어 많은 정보나 소식을 알려드리지 못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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