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김시연
"이번 일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다르다는 걸 사람들이 확실히 알게 됐다."21일 아침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그룹(회장 현정은) 사옥은 한 차례 폭풍우가 쓸고 간 듯 조용했다. 이날 사옥 앞에서 만난 한 현대상선 직원은 "그동안 정몽헌 전 회장 투신, 현 회장 방북 등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면서도 현대건설 인수 무산을 아쉬워했다.
이는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에 둘러싸인 현대그룹의 위태한 상황을 상징하는 말이기도 했다.
현대건설 매각 다시 원점으로... '현대상선 지분' 중재안 변수 20일 저녁 현대건설 채권단이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해지하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면서 현대건설 매각에 숨은 불씨가 되살아났다. 채권단이 현대차그룹(회장 정몽구)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넘겨주는 대신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8.3%) '분산 매각'이란 중재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채권단 발표 직후 "사법부의 공명정대한 판단으로 현대그룹의 배타적 우선협상자의 지위가 재차 확인되기를 희망한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현대그룹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이 장기화될까 우려한 채권단이 현대그룹에 지주회사격인 현대상선 경영권을 보장하겠다는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채권단 가운데 하나인 유재한 한국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0일 "현대상선 지분을 시장에 분산 매각하거나 국민연금 등에 매각하는 방법 등이 중재안이 될 수 있다"며 구체적 방법까지 제시하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일단 현대그룹 쪽은 "검토할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고, 현대차 역시 "아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지도 않았는데 시기상조"라며 언급을 피했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무리수를 둬 가며 중재안을 내놓은 배경에는 이행보증금 반환과 '유찰'이란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에게 MOU 체결 당시 낸 이행보증금 2755억 원 반환 여부와 예비협상대상자인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줄지 여부를 앞으로 열릴 전체주주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