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림의 프러포즈가 불편했던 이유

SBS 수목드라마 <대물>, 사랑에 소극적인 여성 대통령이 아쉽다

등록 2010.12.22 16:22수정 2010.12.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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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BS 수목드라마 <대물>의 한장면

SBS 수목드라마 <대물>의 한장면 ⓒ SBS


지난 15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대물>. 혁신당 대통령 후보였던 서혜림(고현정)은 검사 하도야(권상우)와의 스캔들이 불거지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위기를 겪는다. 동네 선후배 사이였던 두사람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었지만, 난데없이 터진 스캔들로 인해 국민들의 의혹을 샀던 것이다.

사실, 이 스캔들은 민우당의 네거티브 전략, 대선후보 강태산(차인표)의 지지율을 바짝 뒤쫓던 서혜림에 위기위식을 느낀 민우당의 계략이었다. 상대당에 의해 계획적으로 터진 스캔들이 서혜림으로서는 억울할 만했다. 그녀와 하도야의 포옹장면이 남긴 화면으로 인해 자신의 꿈인 대통령을 이루지 못할 처지에 놓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서혜림은 정면승부로 위기를 돌파한다. 한 거리 연설에서, 상황을 반등시키는 프러포즈를 국민들에게 한 것이다. 그 진솔한 대사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국민을 향한 그녀의 프러포즈는 국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국민을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냈다. .

"언제나 제 곁에서 늘 변함없이 저를 지켜주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 그 사람에게 프러포즈를 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뒤늦게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사랑을 뒤로하고 국민들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한 남자의 사랑보다는 국민들의 웃음에 웃고 눈물에 울고 싶습니다. 국민들의 사랑을 더 받고 싶습니다."
                                                                                              (대물 中에서)

결국 지지율이 급등한 서혜림은 강태산을 제치고 여성 첫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 대신 국민들과 결혼하겠다는 그 프러포즈로 인해, 서혜림은 재임기간 동안 솔로의 처지가 되고 만다. 사랑하는 사이지만 이룰 수 없는 서혜림과 하도야의 사랑은 마치 21세기 줄리엣과 로미오를 보는 것처럼 안타깝다.

그래서일까? 문득 의문이 든다. 여성 정치인에게 사랑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인 걸까?라는,

서혜림의 프러포즈가 불편했던 이유


역사적으로 보면 국가를 위해 결혼을 포기한 여성 정치인들이 꽤 있다. 국민을 위해 사랑을 택할 수 없다는 서혜림의 말에서 문득 떠오르는 이가 있다. 바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이다.

'짐은 영국과 결혼했다'라고 한 그 명언과 서혜림의 대사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비단 엘리자베스뿐만이 아니다. 독신으로 살면서 신라의 기틀을 닦은 선덕여왕도 따지고 보면 솔로였다. 이처럼, 과거 정치인들에게 독신은 하나의 트렌드였던 모양이다.


백성들에게 자신의 관심이 오롯이 국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상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물> 속, 서혜림의 국민에 대한 프러포즈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하나의 모습일 수 있겠다. 엘리자베스 여왕 시절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바야흐로 21세기다. 결혼 유무로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드러내는 시기는 지났다. 결혼을 안한 여성 정치인이, 마치 숭고하게 국가와 결혼한 듯한 모양새는 옳지 못하다. 사랑은 사랑, 정치는 정치. 이 둘을 결합시키는 포퓰리즘에 가깝다. 솔로 여성 정치인이 국가를 더 위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인 것이다.

세상은 변했다. 결혼이 정치가 될 수 없고, 정치가 결혼이 될 수 없다. 21세기는 여성 정치인의 사랑에 대해 쿨한 세상이다. 특히 여성 정치인들의 동거, 이혼이 적지않은 서방세계가 그렇다. 그럼에도 그들의 정치적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과 정치는 별개라고 믿는 성숙한 국민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혜림의 '독신 선언'에 지지율이 치솟는 <대물> 속 국민들의 모습을 어찌 봐야 할까? 아니, 그보다 국민들에게 결혼 안하는 것을 빌미로 한 서혜림의 연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떻게 보든 사랑과 정치를 맞바꾸는 비정상적인 일이지 않는가.

서혜림은 아이슬란드 총리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68)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서혜림과 달리, 시귀르다르도티르는 바로 그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감행한 용기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성간의 결혼이 아닌 '동성' 결혼이었다.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되자마자, 혼인 증명서를 받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의 행동은 사랑에 소극적인 서혜림보다 더 지도자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동성파트너 작가랑 결혼을 감행한 그는, 사랑과 정치가 별개의 일이라 믿었기에 이 일을 감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또다른 여성 정치가, 호주 여성 총리 줄리아 길러드(49) 역시 사랑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얼마 전 자신이 미용사인 남자친구와 오랫동안 동거한다는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어려움을 고려하지 않는, 현대 여성 정치가들의 당당한 '러브스토리' 공개는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 서혜림이 본받을 만한 일이다.

서혜림의 프러포즈가 불편했던 이유는 결혼을 정치의 연장선에서 보는 태도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랑과 정치는 다르지 않은가. 첫 여성 대통령 서혜림이여! 사랑과 정치를 착각하지 말라.
#대물 #서혜림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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