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맛있게 만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정민
최수광씨는 충남 당진 출신으로 1964년에 이곳 전통시장에 정착하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장사 수완을 익힌 터라 장사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그도 처음엔 그리 쉽지 않은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고, 이후 업종을 바꿔 지금의 닭강정 판매에 뛰어들었다.
"워낙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업종을 바꿔 시작했지요. 차츰 손에 익고 안정이 돼갈 때 쯤 체인점 문의도 쇄도하고 그랬지만, 아직 내가 만든 닭 맛이 경지에 올랐다고 판단되지 않아 거절했어요. 이후 손님을 더 끌어 수익을 낼 수도 있었지만 진정한 참 맛을 고객에게 전해주고 싶어 소스(양념)개발에 모든 시간을 투입해갔습니다" 최씨는 이후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맛있기로 소문난 닭강정 집을 모조리 찾아 시식해본다. 마치 영화 '식객'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무려 10여 년의 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듯 그의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드디어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해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맛을 탄생시켰다.
"소스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손님들께서는 연신 맛있다고 과한 칭찬을 보내주시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또다시 관성화될 수밖에 없기에 다시 처음의 원칙을 갖고 연구하고 있지요. 값은 일정하지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고, 정직한 맛으로 보답해드리는 게 장사꾼의 소명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최씨네 가게는 하루 150명까지 찾을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닭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소 150마리 이상 판매되는 것이다. 닭 값도 참 정직하다. 5000원과 1만원짜리 두 가지 뿐이다. 양도 적지 않으며, 때론 덤까지 얹어준다. 이 때문에 최씨네 닭강정을 한 번 맛본 사람은 어느 지역에 살든 꼭 다시 찾아온단다. 요즘에는 기업이나 단체, 관공서, 학교 등에서 단체로 주문해 행사가 집중되는 날이면 정말 눈코 뜰 새 없다.
정육점을 운영하기도 했떤 최씨는 닭을 고를 때도 대충하는 법이 없다. 국내산 닭을 고집할 뿐 아니라, 부위별 청결상태도 눈으로 확인하고 까다롭게 선별한다. 한번은 한 고객이 뼈 없는 닭을 판매하면 어떻겠느냐고 했는데,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수입제품을 쓸 수밖에 없다며 단번에 거절했단다. 그는 시중에 나오는 뼈 없는 닭은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말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