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모 고등학교 2학년 철수(가명)는 현재 관악부에서 플룻과 색소폰을 연주한다. 장차 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색소폰을 전공하기 위해 피아노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학교와 공부방에도 결석하지 않고 합주단 활동에도 열심인 철수! 그가 처음부터 열정을 보였을까?
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한 달에 2~3번 가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원인 아버지가 한 달에 2번 정도 집에 올 때마다 술을 마시고 오는데, 올 때마다 철수를 때렸다. 심지어 물이 담긴 물탱크에 넣기까지 했다. 5살 때 시집온 새엄마는 아버지가 오실 때만 잘 대해주고 없을 때는 한 겨울에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재우기도 했다.
집에 정이 떨어진 철수는 주변에 가출하려는 아이들만 있으면 함께 가출했고 점점 자존감이 없는 아이로 변해갔다. 4학년 때인 어느 날 5살짜리 아이가 때려도 아무 말도 못하고 맞기만 하는 무기력한 존재였다. 의기소침해 있던 철수가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열린교회에서 보살핌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4학년 때 창단된 열린합주단은 그의 인생에 처음으로 희망을 찾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바이올린으로 시작해 합주와 중주, 독주를 하며 무대에 섰다. 무대 경험의 자신감은 그로 하여금 숨어있던 재능을 발견하도록 했고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할 꿈을 키워 나갔다.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시켜야 변화한다
여수열린지역아동센터센터(여수시 광무동 53-10)에는 60여 명의 학생이 다닌다. 이 지역은 여수에서도 형편이 가장 곤란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으로, 기초수급대상자, 한부모, 조부모, 장애부모, 저소득층 가정이 주를 이룬다. 학원갈 돈이 없는 아이들은 하교 후 센터에 와서 공부한다.
정한수 목사가 공부방을 시작한 것은 20년 전의 일이다. 정목사는 87년도에 대통령 직선제운동을 하며 공정선거감시단 활동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낙선하자 선거 결과에 불복해 단식투쟁을 하다 구류 당하기도 했던 그는 낙후된 지역에 교회를 설립(1988년)했다.
맞벌이 부부가 대부분인 지역아동들이 점심을 못 먹고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 본 그는 무료급식을 시작하며 어른들의 손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시작했다.
97년에 다가온 IMF는 없는 사람들에게는 또 한 번의 시련이었다. 98년도에 이희호 대통령 부인이 설립한 '사랑의 친구들'은 빈민지역아동들에게 급식비지원의 시발점이 됐다. 공부를 지원할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이었지만 목적의식이 없는 아이들은 겉돌기만 했다.
2002년 어느 날 정목사는 적성 계발을 위해 아이들을 도자기 공방에 데리고 갔다. 그때 한 아이가 눈에 띄었다. 공부를 죽도록 싫어하는 그 학생이 땀을 뻘뻘 흘리며 도자기를 만들고 있지 않는가! 정목사는 그때 깨달음이 왔다.
"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행복해질 수 있구나"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미술은 한 번 할 때마다 경비가 1인당 1만 원씩 소요되어 방향을 전환하기로 마음먹었다. 목사 사모님(이인애)이 피아노 학원을 경영한 경험이 있어 H그룹에서 지원을 받아 바이올린 5대, 첼로 2대, 비올라 2대를 샀다.
문제는 악기를 지도할 강사다. 하늘은 기다리는 자에게 복을 줄까? 우연히 기능 보유자인 강준아씨가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이 됐다. 생전 처음 악기를 만져본 아이들은 악보를 볼 줄도 몰랐다. 조금씩 깨쳐가는 아이들과 함께 정 목사 가족도 함께 배웠다.
지휘자가 없으면 사모님이 대신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첼로를 전공한 지휘자(박영집)를 영입해 매주 한 번씩 정식으로 공부를 했다. 자신들의 어려운 처지를 바탕으로 찾아가는 음악회, 답사활동, 미술활동 등으로 작년에 50회 정도의 특별활동을 실시한 여수열린지역아동센터의 눈부신 활동은 일본까지 활동 범위를 넓혔다.
올 10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일본 도쿄, 오사카, 교토에서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홍보하기도 했다. 특히 민단과 조총련이 공동 주최한 원코리아 페스티벌은 감동적이었다. 교토의 재일동포 1세가 머무는 노인시설 '고향의 집'에서 공연할 때이다. 민요를 연주하고 옛날 동요와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울었다.
교회 형편도 어려운데 줄만 갈아도 1백만 원이 들어 힘들다는 정 목사에게 애로사항을 들었다.
"요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자 후원이 자꾸 줄어요. 반찬 집에서 사먹는 데 그것도 어려워 하루치 반찬을 구입해 이틀간 먹어요. 또한 교사들의 급여가 적어 이동이 많아요. 정말 성실한 자원봉사자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 정말 고민되는 것은 학생 중에서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학생이 나오지만 아시다시피 음악을 하는데 돈이 많이 들지 않습니까? 괜히 지도했나 하고 후회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 아이들이 성장하여 어른이 된 후 오케스트라에서 했던 기억들을 살려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고, 서로 챙겨주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하여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정 목사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는 베네수엘라-한국청소년 합동 오케스트라 공연참가 수요 조사에 신청서를 낸 것. <엘 시스테마>란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총과 마약이 난무한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통해 가난을 극복하고 삶의 꿈과 희망을 갖게 한 사회개혁 프로그램이다. 그의 꿈이 이뤄지길 빈다.
덧붙이는 글 | '전라남도 교육청'과 '희망제작소',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2010.12.23 16:55 | ⓒ 2010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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