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방학에 진행한 환경개선사업 현황표(일부) 한 교육청에서 지난 여름방학 때 예정된 마루바닥공사비만 8개교에 한 교실당 1천만 원씩 모두 17억 8천만원입니다.
이부영
우리 학교가 마룻바닥 공사를 요청한 이유를 보니 마룻바닥이 개교 당시인 1982년에 공사했다고 되어 있어서 마룻바닥이 오래된 정도로 우리 학교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30년이 다 된 마루치고는 너무 멀쩡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교육청에 정말로 이 마루가 1982년도에 시설된 것이 맞느냐, 학교와 교육청에 보관된 시설대장을 볼 수 있느냐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교와 교육청 쪽 모두 마룻바닥이 시설된 연도가 나와 있는 것이 없다고 합니다.
"선생님 때문에 공사를 못하니 가만히 있어 달라"행정실에 마루공사에 대해 문의하는 중에 교육지원청 담당직원이 학교까지 찾아오고 전화를 했습니다. 그는 "공사는 이미 결정이 됐고 공사를 당장 시작해야 하는데, 선생님 때문에 공사를 못하니 가만히 있어 달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학교 공사하는데 따지는 교사는 한 번도 없었다면서, "선생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럼 내가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는 말이냐? 난 그냥 멀쩡한 마루를 왜 뜯어서 새로 깔려고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다. 물어보는 것이 잘못이냐. 공사 못하게 한 적 없다. 공사 예정대로 그냥 진행하시면 되지 않느냐"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담당자한테 전화로 "꽤 힘들게 한다. 제발 조용히 있어 달라, 왜 시시비비를 걸어서 공사를 방해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럼 선생님 반만 공사하지 않겠다. 다른 선생님들한테 물어서 원하는 교사 반만 하겠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슨 학교 공사를 교사 개개인한테 물어서 원하는 반만 공사를 하느냐?", "꼭 필요한 공사라면 교사가 원하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교사의 의견을 묻는 것은 처음에 공사 요청할 때 해야지, 공사하기로 결정된 지금 원하는 반만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느냐?"고 물었습니다.
학교공사를 할 때는 학교가 신청한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 담당자가 실사를 해야 합니다. 원칙대로 공사를 진행했다면 한 사람이 문의했다고 해서 다시 교사들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한 것도 의아했습니다.
다음으로 저는 교육청 담당자한테 이번에 새로 깔기로 한 마루의 재질을 알고 싶으니 우리 학교와 같은 마루바닥 공사 한 곳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담당자는 그냥 "친환경적인 좋은 원목"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비슷한 학교는 있지만 똑같은 모습으로 깐 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업체 가게나 공장에 설치된 샘플 시공 모습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더니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가정집에 10만 원짜리 장판을 깔 때도 부분만 봐서는 안 되고 시공한 모습을 봐야 알 수 있는데, 어떻게 3억5000만 원짜리 공사를 하면서 시공된 샘플이 없느냐고 했지만 담당자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더니 학교 측에서는 7월 28일자로 교육청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교육환경개선사업 재검토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1. 2010년 서울시강동교육청 교육환경개선사업과 관련입니다. 2. 본교에 게획된 교육환경개선사업 중 교실바닥 교체공사에 대하여 협의한 바 아래와 같이 의견이 제기되어 재검토 요청 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협의 내용 -일부 교실은 훼손정도가 심하나 일부 교실은 바닥상태가 시공년도에 비해 대체적으로 양호한 상태이고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큰 지장이 없으므로 훼손이 심할 시기에 교체함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임. 결국 우리 학교 마룻바닥 공사는 예정된 35개 교실 중 두 교실만 하기로 했습니다. 한 교실은 제가 보기에도 바닥이 꿀렁거려서 새로 공사를 해야 할 정도였지만, 또 한 교실은 바닥이 멀쩡했습니다. 멀쩡했던 교실은 담당 선생님께도 어떤 문의를 한 적도 없이 공사를 했다며 나중에 어이없어 했습니다.
11월 22일자로 교육청 쪽에 추가 정보공개요청을 했습니다. 우리 학교 공사가 취소된 까닭은 학교의 '재검토 요청' 때문이었다고 하고(12월 2일 답변내용), 학교 측이 '재검토를 요청한 까닭'을 정보공개요청을 하니 '협의를 해서' 취소 요청을 했지만, 협의한 근거자료는 '없다'고 합니다.(11월 29일 요청, 12월 10일 답변)
'어렵게 따 온 공사인데......'제가 마룻바닥 공사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관리자 쪽이나 교사들이나 교육청 담당자들한테 가장 많이 들었던 것은 "어렵게 따온 공사인데 이번에 다른 학교로 넘어가면 앞으로 우리 학교 차례가 오기 힘들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랬지요.
"안 해도 되는 공사를 왜 어렵게 따옵니까? 우리 학교는 안 해도 되니까 우리 학교보다 더 필요한 다른 학교한테 기회가 돌아가면 되지 않나요? 그리고 우리 학교는 정말 마룻바닥 공사가 필요할 때 다시 요청하면 되지 않나요?"또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 담당자는 마룻바닥 공사에 대해 제가 문의하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여겼습니다. 담당자는 정식으로 정보공개요청을 한 저에게 따로 전화를 걸어와서 "참, 힘들게 한다. 이런 공사 문제는 부장이나 행정실이나 교장이 하는 일인데, 교사가 수업이나 잘할 것이지 왜 이런데 신경을 쓰고 그러느냐?"는 험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교사가 학교 공사에 대해 궁금한 것을 문의하는데 "교사가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쓴다"는 식의 대응은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는 단지 교사로서 '궁금한 것을 물었을 뿐'인데 이미 공사하기로 결정된 3억5000만 원짜리 마룻바닥 공사가 바로 취소됐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학교 공사에 얽힌 문제가 무척 많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