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KBS 사장(자료사진)
남소연
참여정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 사장은 KBS 사장 공모에 참여한 이후 여권 인사들에게 "나는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라며 "내가 KBS 사장이 되면 조직을 잘 장악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다녔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단둘이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도 특별한 게 아니라 일종의 '로비 레퍼토리'였던 셈이다.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A씨는 "당시 김인규 사장은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다 동원했다"며 "특히 청와대 홍보사이드 쪽에 로비를 많이 했는데 내가 참여정부에 영향력이 있다고 판단해 나한테도 로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여권에서는) 당신을 한나라당 색깔로 알고 있는데 누가 함께 일하려고 하겠느냐, 당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뒤에 도와 달라고 얘기해라'고 했더니 김 사장이 '내가 무슨 한나라당 사람이냐, 아니다'라고 응수했다"고 전했다.
그는 "김 사장은 의지와 집념의 사나이"라고 평가한 뒤, "자기의 정체성이나 원칙은 없고 오직 자리를 위해서 뛰는 사람"이라며 "심지어 참여정부 시절 방송통신위 위원을 하기 위해 뛰어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은 KBS 사장을 할 자격이 없다"며 "김 사장이 KBS에 몸담고 있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인 KBS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참여정부 인사인 B씨는 "김 사장은 정연주 사장의 임기가 끝난 2006년 9월부터 연임에 성공한 11월 사이에 민주당·청와대 등에 로비 하러 다녔다"며 "당시 KBS 노조위원장이 김 사장을 밀고 있어서 그가 '노조를 잘 장악할 사람은 나'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KBS가 <동아일보> 다음으로 참여정부 비판보도가 많았다"며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정연주 사장이 KBS를 장악하지 못해서 비판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던 때였다"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은 '조직 장악을 못 하는 정연주 사장보다 KBS 출신인 김인규가 더 낫지 않느냐'는 시각을 갖고 있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다녔다"며 "주로 서울대 정치학과 라인에 있던 의원들이 로비대상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Y씨가 김 사장을 적극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고 선후배 사이인 Y씨와 김 사장은 상당히 친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Y씨를 통해 청와대에 로비했다"고 전직 청와대 인사는 전했다.
이어 B씨는 "김 사장은 나를 찾아와서 '수신료를 올리려면 내가 KBS 사장을 해야 한다, 나는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 노조 등도 내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에 내가 하면 확실하게 더 잘 할 수 있다,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이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그것은 맞는 말"이라며 "김 사장은 한나라당 사람이 아니라 무조건 살아 있는 권력만 쫓아다니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양 전 비서관 "부적절한 처신 체크했어야"... KBS측 "그런 발언한 적 없어"김 사장의 '감추고 싶었던 과거사'를 '익명'으로 폭로한 양 전 비서관은 28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그 저녁식사 자리에서 김 사장을 만나기 전에도 내가 무시할 수 없는 선배들을 통해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며 "하지만 KBS 이사회가 결정할 일인데 청와대 인사가 후보를 만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만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김 사장이 나를 만난 것만으로 '청와대로부터 내정을 받았다'고 밖에다 얘기할까 걱정됐다"며 "그런데 무시하기 어려운 한 선배가 그날 저녁 모임 일정을 알려줘 김 사장이 합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녁식사 자리에서는 별다른 얘기가 없었는데 찻집에서 만났을 때 김 사장이 칼럼에 쓴 발언을 해서 황당했고 겁도 났다"고 덧붙였다.
이어 양 전 비서관은 "당시 청와대에서 '도대체 김인규가 어떤 사람이기에 이렇게 부탁전화가 많이 오냐?'는 소리가 나왔다"며 "그럴 정도로 아무개 인사를 통해 청와대 홍보·민정·인사·정무수석실 등에 로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은 김 사장이 지난 정부에 충성 다짐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런 그의 처신이 적절한지를 MB정부의 청와대에서 제대로 체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상덕 KBS 홍보주간은 "김인규 사장이 양 전 비서관을 만난 적은 있지만 그가 주장하는 발언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김 사장은 '노조 장악'이나 '충성맹세' 등의 표현을 사용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주간은 "김 사장은 공영방송사의 수장이 정권 등 외부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과 철학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소신과 철학에 비추어 볼 때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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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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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도움 되게, KBS 장악할 수 있다" 참여정부에 충성다짐, 뜻밖에도 김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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