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남소연
최근 '한국형 복지'를 주창하고, 사실상 싱크탱크로 기능할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키면서 대권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줄·푸·세' 공약이 2012년 대선에 앞서 상당 부분 수정될 것을 예고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인적구성에 관여했고,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 평가받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3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세금은 이미 많이 줄였고, 규제도 상당히 많이 풀렸다"며 줄·푸·세 공약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생애 주기마다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려면 재정확보도 필요하고, 2007년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내걸었던 줄·푸·세 공약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 대선 당시와 비교해 세금은 이미 많이 줄였다"며 "그걸 더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조치로 이미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어 "마찬가지로 규제도 상당히 많이 풀렸다"면서 "법치주의 확립의 경우에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어떤 부분에는 질서가 잡혀가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해선 정부를 개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박 전 대표의 '민간 주도 경제'에 대한 지향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 감세 필요성은 거의 없어졌고, 규제 완화도 상당 부분 진척이 됐으며, 법치 확립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무상급식 왜 하나... 사회보험이 진짜 보편적 복지 되게 바꿔야"이 의원은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설명하면서 최근의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론을 구분했다.
이 의원은 "어떤 부분은 보편적인 복지를 해야하고, 어떤 부분은 선택적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회보험 말고 급식 같은 것을 왜 무상으로 다 하느냐, 급식보다는 보육과 의료 서비스 가 더 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이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경우 보험료를 못내 못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며 "이 '못 받는 사람들'을 그냥 내팽개쳐 놓는 것은 보편적 복지가 아니고, 이런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되도록 바꾸자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팔당 수원지에서 좋은 물을 만들어봤자 파이프가 줄줄 새면 그 파이프를 갈아야하지 않겠느냐"며 "(대책을) 굉장히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이 너무 많아 이를 효율성 있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제안해 나갈 것이고, 조심스럽게 논의하면서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책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박근혜 복지정책'의 여파가 상당할 것임을 예고했다.
"연구원 참여는 재능기부... '나중에 한자리' 생각으로 들어오지 말라"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인맥을 중심으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78명 명단 작성을 주도한 이 의원은 이 연구원 참여자들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과 학문적 성취를 국가정책화하는 일종의 '재능기부'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 참여 자격에 대해 이 의원은 "국가미래연구원의 취지에 동감하면, 자신이 전문지식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전문지식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폼 잡으려고 하고, 회원이라는 점을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 욕심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정권 잡으면 한자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원에 참여하지 말란 얘기다.
다음은 이한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가미래연구원 참여자격은 어떻게 되는가. "참여자격이라기보다는, 전문지식을 가져야 하고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이 있으면 된다. 전문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 개인 재산인데, 국가 문제를 푸는 데 기부하자는 것이다. 연구원에 참여해서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인 국가 정책을 만들어서 제안하겠다는 뜻이 있으면 된다."
-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인가."그렇다. 예전엔 연구소라고 하면 돈 있는 사람이 돈 내놓고 전문가 고용하는 것인데, 돈 받고 연구했지 전문가들이 주체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국가미래연구원 참여자들은 돈을 안 받는다. 오히려 한 달에 5만 원씩 내고 연구에 참여하고 보수는 받지 않고 자기가 갖고있는 전문지식을 기부하는 것이다. 자기 전문지식으로 사회 전체에 유용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면 되는 것이다."
-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다 참여할 수는 없을 텐데."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전문지식이 없다'고 하든지 '저 사람 생각은 국민 행복이나 국가 미래 발전에 도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 이념 성향도 보나? 발기인 명단을 보면 보수 성향이 강하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현재 연구원에 들어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 같이 연구 모임을 했거나 함께 했던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나 법치주의 이념에 맞으면 된다. 어떤 사람이 가진 생각이 헌법 이념에 맞는다면 특별히 못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는가. 다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 78명의 발기인 외에도 회원을 크게 늘릴 생각인가."당연하다. 이미 밝혔는데, 앞으로 정회원 모집을 할 계획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취지에 동감하면, 자신이 전문지식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전문지식을 내놓으면 된다. 자신의 지식과 다른 사람들 지식이 모여서 국가 문제 해결에 종합적인 대책을 찾자는 취지다. '통섭'이라고 하고 융·복합 정책개발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