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세금 많이 줄였고, 규제도 풀었다"

[인터뷰] 박근혜 줄·푸·세 수정 시사... "앞으로 나올 정책 파장 클 것"

등록 2010.12.31 10:19수정 2010.12.3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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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남소연

최근 '한국형 복지'를 주창하고, 사실상 싱크탱크로 기능할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시키면서 대권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줄·푸·세' 공약이 2012년 대선에 앞서 상당 부분 수정될 것을 예고했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인적구성에 관여했고, 박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로 평가받는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갑)은 30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세금은 이미 많이 줄였고, 규제도 상당히 많이 풀렸다"며 줄·푸·세 공약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의원은 '생애 주기마다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를 전 국민에게 제공하려면 재정확보도 필요하고, 2007년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내걸었던 줄·푸·세 공약에도 변화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난 대선 당시와 비교해 세금은 이미 많이 줄였다"며 "그걸 더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감세 조치로 이미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은 이어 "마찬가지로 규제도 상당히 많이 풀렸다"면서 "법치주의 확립의 경우에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어떤 부분에는 질서가 잡혀가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해선 정부를 개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박 전 대표의 '민간 주도 경제'에 대한 지향에는 변함이 없지만 현재 감세 필요성은 거의 없어졌고, 규제 완화도 상당 부분 진척이 됐으며, 법치 확립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무상급식 왜 하나... 사회보험이 진짜 보편적 복지 되게 바꿔야"

이 의원은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해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는 박 전 대표의 '한국형 복지'를 설명하면서 최근의 무상급식을 비롯한 보편적 복지론을 구분했다.


이 의원은 "어떤 부분은 보편적인 복지를 해야하고, 어떤 부분은 선택적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사회보험 말고 급식 같은 것을 왜 무상으로 다 하느냐, 급식보다는 보육과 의료 서비스 가 더 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이 보편적 복지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경우 보험료를 못내 못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냐"며 "이 '못 받는 사람들'을 그냥 내팽개쳐 놓는 것은 보편적 복지가 아니고, 이런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되도록 바꾸자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팔당 수원지에서 좋은 물을 만들어봤자 파이프가 줄줄 새면 그 파이프를 갈아야하지 않겠느냐"며 "(대책을) 굉장히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복지전달체계의 허점이 너무 많아 이를 효율성 있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책들을) 하나하나 제안해 나갈 것이고, 조심스럽게 논의하면서 제기해야 한다고 본다"며 "정책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며 앞으로 나올 '박근혜 복지정책'의 여파가 상당할 것임을 예고했다.

"연구원 참여는 재능기부... '나중에 한자리' 생각으로 들어오지 말라"

대우경제연구소장 출신의 인맥을 중심으로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78명 명단 작성을 주도한 이 의원은 이 연구원 참여자들이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점과 학문적 성취를 국가정책화하는 일종의 '재능기부'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 참여 자격에 대해 이 의원은 "국가미래연구원의 취지에 동감하면, 자신이 전문지식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전문지식을 내놓으라는 것"이라며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폼 잡으려고 하고, 회원이라는 점을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 욕심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쉽게 말해 '정권 잡으면 한자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원에 참여하지 말란 얘기다.

다음은 이한구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가미래연구원 참여자격은 어떻게 되는가.
"참여자격이라기보다는, 전문지식을 가져야 하고 연구원 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뜻이 있으면 된다. 전문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지식이 개인 재산인데, 국가 문제를 푸는 데 기부하자는 것이다. 연구원에 참여해서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종합적인 국가 정책을 만들어서 제안하겠다는 뜻이 있으면 된다."

- 일종의 재능기부인 셈인가.
"그렇다. 예전엔 연구소라고 하면 돈 있는 사람이 돈 내놓고 전문가 고용하는 것인데, 돈 받고 연구했지 전문가들이 주체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형태는 아니었다. 국가미래연구원 참여자들은 돈을 안 받는다. 오히려 한 달에 5만 원씩 내고 연구에 참여하고 보수는 받지 않고 자기가 갖고있는 전문지식을 기부하는 것이다. 자기 전문지식으로 사회 전체에 유용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면 되는 것이다."

-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다 참여할 수는 없을 텐데.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은 전문지식이 없다'고 하든지 '저 사람 생각은 국민 행복이나 국가 미래 발전에 도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참여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 이념 성향도 보나? 발기인 명단을 보면 보수 성향이 강하다.
"지금은 그런 게 없다. 현재 연구원에 들어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 같이 연구 모임을 했거나 함께 했던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서 네트워크를 만든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나 법치주의 이념에 맞으면 된다. 어떤 사람이 가진 생각이 헌법 이념에 맞는다면 특별히 못 들어올 이유가 없지 않는가. 다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 78명의 발기인 외에도 회원을 크게 늘릴 생각인가.
"당연하다. 이미 밝혔는데, 앞으로 정회원 모집을 할 계획이다. 국가미래연구원의 취지에 동감하면, 자신이 전문지식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든지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전문지식을 내놓으면 된다. 자신의 지식과 다른 사람들 지식이 모여서 국가 문제 해결에 종합적인 대책을 찾자는 취지다. '통섭'이라고 하고 융·복합 정책개발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남소연
- 국회의원으로는 혼자 참여했는데, 현역 정치인 참여 최소화의 원칙이라도 있는지.
"국회의원도 들어올 수 있다. 다만 전문지식이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 지식을 기부할 생각으로, 연구자로서 들어와야지, 거기 가서 폼 잡으려고 하고 회원이라는 점을 이용하려고 하면 안 된다. 자기 욕심으로 들어오면 안 된다. 발기인은 과거 박 전 대표가 공부를 하던 네트워크 중심으로 짜여졌다."

- '박 전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한자리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원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연구원은 '한자리'와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들어오면 안 된다."
연구원은 국가를 위해 지식을 풀어내는 사람들이 모인 조직이다."

- 사회 기여하려는 순수한 의도를 강조하는데, 지금까지의 유력 정치인의 싱크탱크와는 많이 다른 것인가.
"그렇다 최초의 실험이다. 완전히. 요즘 사회 기부 애길 많이 하는데, 돈을 중심으로 한 기부에서 노력봉사와 재능봉사도 사회적 기부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의 재능을 기부받아 국가발전에 쓰겠다는 것이다."

- 지난 발기인 78명 명단 작성에 이 의원이 적극 참여했다고 하던데.
"나도 연구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으로서, 기부할 만한 전문지식이 있는지 없는지 정도만 살펴봤다."

- 외교 안보 쪽 참여자들의 성향을 봤더니 어떤 대북정책이 나올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참여정부 인사도 있고 현 정부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것이 옳다고 미리 선입관을 갖고 판단할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전문지식인으로 학자적 양심을 갖고 하시는 분들은 다 존중해야 한다. 대북정책이란 것도 어떤 정책이 나올지는 나도 잘 모른다. 분야별로 세세하게 가를 수도 있고. 또 지금 발기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회원들이 많이 들어오게 돼 있으니 진행상황을 살펴봐야 하지 않겠나."

- 발기인 중에 브랜드마케팅 전문가 1명이 참여하고 있는데, 정책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이를 홍보하는 것에도 상당히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른다. 언론계와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이나 원칙 등에 대한 지식이 우리 연구원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각 팀별로 만들어진 정책을 어떻게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할 것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복지는 껍데기만 있다는 게 박근혜 대표 생각"

-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복지 이슈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있고, 내용에 큰 논쟁점이 없어 이슈가 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이슈를 선점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가? 복지라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국민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끊임없이 얘기되면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박 대표가 던진 화두는 지금의 복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고 비효율적이고 껍데기만 있는 복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설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구식 복지'를 신형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다."

- 부자도 서민도 생애주기마다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한다는 걸 보편적 복지 개념으로 봐도 무방한가?
"종류가 다르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무상급식을 예로 들면,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똑같이 주라는 것이다. 이것이 보편적 복지의 학술적인 뜻인데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상당부분 시행되고 있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같은 사회보험이 그렇다. 이 제도들이 제도상으로는 보편적 복지로 적용되게 돼 있지만, 실제로 현실에선 보편적 복지로 적용이 안 되고 있다.  국민연금료를 낼 처지 안 돼서 못 내고, 연금받을 나이가 되어도 국민연금을 못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건강보험, 고용보험도 적용받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 '못받는 사람들'을 그냥 내팽개쳐 놓는 것은 보편적 복지가 아니다, 보편적 복지가 제대로 되도록 바꾸자는 것이 박 대표의 입장이다. 좌파 쪽에선 무조건 다 해주는 게 보편적 복지라고 하는데 말로만 보편적 복지 하자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되게 하자는 것이다.

어떤 부분은 보편적 복지를 해야하고, 어떤 부분은 선택적 복지로 해야한다. 사회보험 말고 급식 같은 것을 왜 무상으로 다 하느냐는 것이고, 급식을 무상으로 한다면 왜 보육은 무상 보육 안 하고 의료 서비스는 왜 무상으로 안 하느냐는 것이다. 급식보다는 보육과 의료 서비스 같은 것이 더 급하다.

- 실질적인 보편적 복지를 이루겠다는 뜻으로 봐야 하나.
"현재 복지 전달 체계에 낭비가 심하다. 이런 것을 확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나올 정책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 몰고 올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이한구 의원 등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 총회에서 이한구 의원 등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남소연

- 개혁 수준의 복지정책들이 나올 듯하다.
"그렇다. 팔당 수원지에서 좋은 물 만들어봤자 파이프가 줄줄 세면 그 파이프를 갈아야 하지 않겠나. (대책을) 굉장히 세밀하게 준비하고 있다. 그런 걸 잘 모르는 사람들이 비판을 하고 있다. (정책들을) 하나하나 제안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논의하면서 제기해야 한다. 정책 하나하나가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 사회보험 징수 체계를 통합도 그 중 하나인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 아무리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높여도 '생애 주기마다 제공되는 사회서비스'를 국민 모두에게 제공하려면 재정 확보도 필요하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 박 전 대표가 내세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우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줄·푸·세는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 세우는 것인데, 이건 '민간 주도 경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이 민간 주도 경제는 계속할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와 비교해서 세금은 이미 많이 줄였다. 그걸 더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규제도 상당히 많이 풀렸다. 아직 덜 풀린 것은 풀자고 할 것이지만, 이미 많이 풀려 있다. 법치주의 확립도 어떤 부분에서는 질서가 잡혀가지만 아직 그렇지 않은 부분이 많다. 민간 주도 경제를 위해선 정부를 개혁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 국가 재정건전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정부에선 GDP 규모를 얘기하면서 적정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 의원은 어떻게 보는지. 박 전 대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나.
"이 부분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기획재정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많이 언급했다.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태도가 미래 문제에 대해 일반인들보다 많이 고민하고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 문제를 일반인보다 훨씬 더 많이 생각해야 지도자이지, 아무것도 안 하고, 현재 있는 일이나 챙기고 있으면 지도자라 할 수 있겠는가."

- 언론 기사에서 이 의원을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 가정교사'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는데 (박 전 대표는) 굉장히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 그냥 경제가 아니고 정책을 공부하고 있고, 나도 나름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니까 거기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한구 #박근혜 #국가미래연구원 #줄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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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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