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추위를 피해 이불을 덮고 있다.
최지용
지난 10월 29일, 동국대 청소노동자 116명 중 90여 명이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노조가 80%에 가까운 가입률을 보이자 학교 측은 이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노조에 따르면 학교 측은 조합원 모임이 개최되는 학생회관 등에 학교 직원들을 배치해 감시하고, 노조 모임 장소를 제공한 학교 동아리 책임자에게 직원이 욕설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이 제 모습을 갖추자, 이번에는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학교가 업체와 재계약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결국 지난 11월 30일, 계약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청소업체에 계약해지가 통보됐다.
이에 대해 청소노동자노조는 "비록 계약기간이 1년밖에 안 되지만 보통 청소용역회사는 학교와 2년 이상 용역 업무를 유지한다"며 "10여 년간 1년밖에 하지 않은 회사를 계약 해지한 사례는 없다. 노조 결성에 따른 의도된 계약해지"라고 주장했다.
신규업체와 계약이 해지된 업체가 밀접한 관계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문순 서울지역일반노조 법규부장은 "신규업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기존업체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신규업체 대표가 계약이 해지된 회사의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박 부장은 "학교 측이 서로 다르지 않은 회사와 재계약을 하면서 회사가 바뀌는 것을 핑계로 청소노동자들을 집단해고 할 수 있다는 위협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동국대학교 측에 반론을 듣기 위해 담당 부서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담당자가 계속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회신을 부탁했지만 업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한편,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학기가 끝나기 전인 지난 12월 중순, 학교 내에서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9,36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동국대학교 학생 수가 1만2000명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전폭적인 지지다.
이날 농성장에도 10여 명의 학생들이 나와 고령의 청소노동자들을 돕고 있었다. 이윤하(27, 사학과)씨는 "아버님, 어머님들도 같은 동국대학교 구성원"이라며 "이분들이 있어 깨끗한 환경에서 우리가 공부할 수 있는데, 함께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성신여대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려 하자 학교 측이 재입찰을 통해 업체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65명을 집단해고한 바 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고, 학교 측은 2주 만에 전원 원직복직을 약속하고 이를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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