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자마자 쓰러졌던[?] <생활의 발견>비평문. 홍상수에 대한 정성일의 애정과 꼼꼼함에 놀라웠습니다.
황홍선
하지만 그렇다고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이 '이 시대 최고의 영화 비평서'라는데는 '반대한 표'던지겠습니다. 분명히 그가 영화와 관련 지식이 풍부한 것은 인정하나 오히려 그런 지식과 명문에 스스로 갇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독특한 시선은 많지만 가끔 어떤 영화에 대한 분석은 과장된 해석이 아닐까 부담스러울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아예 안 본 영화는 쉽게 손이 안 가는 이유도 이런 듯합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런 '확대해석'이 <필사의 탐독>의 재미이기도 하지만요.
솔직하게 말씀드려 아마데우스를 바라보는 살리에르의 마음처럼 제가 가지지 못한 영화 분석 능력의 질투일지도 모릅니다. 저도 저렇게 술술 적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T.T
영화비평가를 꿈꾸는 자들에게 필사의 지침서!결론적으로 정성일의 <필사의 탐독>은 적어도 처음 제가 가졌던 영화비평가 '정성일'에 대한 부담을 벗어나는 데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었습니다. 범접할 수 없는 글에 때로는 좌절도 했지만, 그의 문장 하나하나 짚어보면서 깨달은 것도 많으니깐요. 특히 그의 글은 어떤 영화적 지식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다양한 텍스트가 존재합니다. 작게는 철학에서 크게는 인류학까지, 여러 분야에 어느 정도 기본 레벨은 되어야 그의 글을 이해하고, 저 또한 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겠구나 하며 배운 게 많습니다.
결국 제가 이런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는 '정성일의 위대함'을 알고 찬양하려는 게 아닙니다. '정성일의 위대함' 속에 저 역시 '좋은 영화리뷰어'가 되는 것이 진정한 목적입니다. 책 제목의 <필사의 탐독>처럼 필사적으로 정성일의 필체를 흉내내보고 이해하며 궁극적으로 저역시 영화보기의 안목을 넓히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앞에서도 말했듯이 분명히 '정성일'이라는 이름으로 영화 비평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은 무릎을 꿇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내놓는 필독의 비평은 그렇게 포기한 많은 이들에게 영화 비평에 대한 희망을 던지기도 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