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부터 14일까지 '카인즈'에서 '물가' 관련어로 검색한 기사현황을 표로 작성해 비교해 보았다.
박주현
이를 받아 쓴 언론은 정부와 청와대를 겨냥해 대책을 요구하고 정부와 청와대는 시장을 향해 윽박지르며 옥죄는 결과가 되풀이 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 카인즈(KINDS)를 통해 제목과 본문에서 '물가'로 검색된 기사들을 보면 최근 3년 동안 비슷한 유형으로 나타난다. 우선 제목에서부터 읽힌다.
[# 2009년 벽두] MB "경제 더 어려워 질수도... 서민은 악소리"2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경제대통령'임을 내세웠던 'MB정부 2년차에 접어 든 2009년 새해 벽두 물가에 관한 의제가 주요 언론의 지면과 영상에 크게 묻어났다. 서울의 주요 언론들은 당시 대통령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
'이 대통령 "경제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연합뉴스> 1월 9일 '이 대통령 국정설명회 "실물경제 1분기부터 급속 악화될 수도"' -<동아일보> 1월 10일 '이 대통령 "경제 더 어려워 질수도"…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 시사' -<세계일보>1월 10일 1월 9일 오전 전국의 시장, 군수, 구청장 등 2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청와대 국정설명회에서 대통령이 발언한 내용이 그대로 언론 의제에 옮겨 붙었다.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진다면 한국은 지난해 연말에 계획했던 것보다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연말에 세웠던 정부 목표도 다소나마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막상 '경제대통령'이 되고 보니 자신이 없어진 것일까. 당초 경제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세계경제 탓일 수도 있다는 뜻이 배어 있다. 그해 지역신문들은 물가와 전쟁이 시작됐다. 2주 동안 372건의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새해 1월 지역신문의 기사제목이 심상치 않았다.
'꿈틀거리는 물가 처음부터 잡아야' -<국제신문> 1월 10일'한국물가, 더 오르고 덜 내려' -<전북도민일보> 1월 12일''물가의 압박' 서민은 악소리' -<충청투데이> 1월 14일경제일간지들은 더했다. 이 기간 물가관련 기사를 491건으로 가장 많이 생산해 냈다. 물가에 대한 이들 신문의 관심은 역시 제목에서 잘 드러났다.
'세계물가 급락 속 한국만 요지부동' -<매일경제> 1월 11일'국내물가, 오를땐 '껑충' 내릴땐 '찔끔'' -<서울경제신문> 1월 11일''MB물가 잡기'에 업계 속탄다 … 설 앞두고 주요품목 단속' -<한국경제신문> 1월 14일[# 2010년 벽두] "경제 위협하는 '3고'...'관치부활' 나라 망치는 지름길"2009년 새해 벽두 대부분 언론들은 "지금이야말로 세심한 물가관리가 필요한 때"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경제대통령'임을 자처해 온 MB정부 임기 반환점의 해를 맞은 2010년 벽두에도 물가가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종합일간지들은 생활물가 인상과 더불어 치솟는 등록금 문제를 주된 이슈로 다뤘다.
'폭설 물류난 … 농산물가격 폭등' -<내일신문> 1월 6일 '연초부터 경제 위협하는 3고 역풍' -<한국일보> 1월 8일'정부, 등록금·차보험료 안정대책 추진' -<문화일보> 1월 12일''등록금 인상 억제' 성과 불구 물가상승률 웃돌아 부담 여전' -<한겨레> 1월 14일'지표와 체감경기 차이 왜… 소득 줄었는데 생활물가는 올라' -<경향신문> 1월 14일 <한국일보>는 "유가상승은 물가를 자극하고 국제수지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동결됐던 공공요금이 꿈틀대는 상황에서 생활물가까지 치솟으면 서민가계의 주름살은 더 깊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평균 물가상승률이 3%라고 가정하면 대학들은 4.5%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등록금 인상률이 여전히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새해부터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의 가격 인상 소식이 잇따르고 있음을 들면서 "소득은 줄었는데 생활물가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그런가 하면 <문화일보> 등 보수신문들은 "연초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물가를 잡기 위해 대학등록금, 자동차보험료 등에 대한 가격 안정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동절기 물가 및 설 민생 대책을 담은 종합 대책을 다음 주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앞서 보도한 내용이 시선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경향신문>은 1월 11일 '관치 부활은 나라 망치는 지름길'이란 사설을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시대착오적인 관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적절한 개입은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고 서두에서부터 강하게 비판을 가한 사설은 "KB금융 회장 인사를 둘러싼 관치 비난이 거센 가운데서도 기획재정부 차관을 금통위 회의에 참석시킨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하면서 뼈 있는 경고를 했다.
"관치는 투명성의 적이다. 인사나 정책의 투명성을 떨어뜨려 시장 참여자들이 정부 눈치만 보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시장 자율 시스템은 발전할 수 없고 정부나 권력에 가까운 인사들이 득세한다. 공권력을 부당한 정부 개입에 활용하면 법과 제도에 의한 관리·감독은 소홀히 하게 돼 시장과 나라의 위기요인을 키운다." "들썩이는 연초 물가 초장부터 잡아야... 공공요금 물가인상 주범"이러한 경고는 지역 일간지들의 연초 불안한 물가관련 기사에서도 묻어났다. 제목에서 읽힌다.
'물가·유가·대출금리·공공료 다 오른다' -<영남일보> 1월 6일 '공공·생활물가 폭등 '서민 울상'' -<충청투데이> 1월 7일''물가ㆍ고용 한파' 가계들 떤다' -<전남일보> 1월 14일 '들썩이는 연초 물가 초장부터 잡아야 한다' -<경기일보> 1월 14일<경기일보>는 "물가 오름세가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며 "경기침체의 늪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농수산물값이 치솟는 등 생활물가가 뜀박질하고 있어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전남일보>, <충청투데이>, <영남일보>도 "새해 벽두부터 서민들의 시름이 깊다"며 "물가는 꿈틀대고, 대출금리는 오르고, 더구나 고용시장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이때도 물가상승의 주범은 '농수산물', '유가', '원자재', '등록금', '보험', '공공요금' 등으로 지목됐다.
그런가 하면 <대전일보>는 1일 '물가 안정관리 평가 대전 14년 연속 우수'란 제목의 기사에서 "대전시는 96년부터 14년 연속 물가 안정관리 최우수 및 우수도시로 선정됐다"며 자치단체를 띄워 대조를 이뤘다. 물가는 다른 신문의 사설에서도 주된 이슈로 불거질 정도로 심각했다.
<경남도민일보>는 1월 11일 '물가대란 이대로 둬선 곤란하다'란 제목을, <강원일보>는 1월 9일 '물가비상, 공공요금 인상할 때 아니다'란 제목을 각각 사설로 다뤘다. 이들 신문은 "지난 연말 올해 물가 인상이 줄줄이 예고돼있다는 보도는 있었지만, 인상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행정력을 발휘, 서민들의 허리가 휘어지지 않게 각별한 물가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경남도민일보>는 특히 "정부는 물가가 안정적이라고 전망했지만 지난해 물가가 2.8% 올랐다"면서 치솟는 공공요금 문제와 요인을 이렇게 짚었다. 공공요금이 물가인상의 주범임을 읽을 수 있다.
"도시가스는 3월부터 연료비 연동제로 돌아간다. 연료비가 오르는 만큼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된다는 뜻이다. 전기요금도 이미 지난해 8.4% 올랐는데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생산원가가 덜 반영됐다는 이유다. 택시요금과 버스요금도 인상 조짐이 있다. 사회보험료 인상도 주름살을 깊게 한다. 건강보험료는 1월부터 평균 4.9% 인상된다. 치매·중풍 노인의 지원에 필요한 노인 장기요양보험료도 보수월액의 0.24%에서 0.35%로 40% 오른다. 국민연금도, 공무원연금도 오른다." 방송들도 연초 물가에 관심을 두기는 마찬가지였다.
'생선·조개류 물가, 18년 만에 최대 폭등' -<MBC> 1월 7일, <SBS> 1월 8일'연초 물가 심상치 않다' -<KBS> 1월 4일<MBC>와 <SBS> 두 방송은 "생선과 조개류의 물가가 18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데 이어 채소와 과일값도 폭등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고, <KBS>는 "새해 들어 물가가 가파른 오름세"라며 "농산물 가격은 지난 달 부터 고공 행진이고, 공공요금도 줄줄이 올라간다"고 전했다.
[# 2011년 벽두] 물가관련 기사 2주일 새 4006건, 지난해 3배 이상 차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