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의 근원은 자연인가? 자연을 중심으로 타 종교가 둘러싸인 도표가 흥미롭다. - 치앙마이문화센터
이강진
오토바이를 한 대 빌렸다. 그리고 내일 갈만한 곳을 알아보려고 지도책 하나 얻어서 호텔로 돌아온다. 호텔 로비에는 중년의 일본 사람들로 북적인다. 골프채를 가지고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골프를 치고 돌아오는 모양이다. 한국 사람이 아닌 일본 사람들이 골프채를 가지고 북적이는 모습이 낯설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고 싶으면 골프장이나 카지노를 가라는 말이 있는데 치앙마이는 일본 사람으로 더 붐빈다.
천천히 게으름을 피우며 일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를 한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할 생각으로 공짜로 주는 아침 뷔페를 마음껏 먹었다. 빌린 오토바이를 타고 어젯밤에 아내와 이야기했던 도이 수텝 (Doi Suthep)이라는 곳을 향해 떠난다. 산과 폭포 그리고 고산에 사는 원주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산 높이가 1685미터로 나와 있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잘 모르면서 가는 길이라 조심하면서 오토바이를 몬다. 계속 오르막을 달린다. 중간에 폭포가 있는 관광지가 있으나 내려오면서 볼 생각으로 일단 목적지로 향한다.
관광버스들이 주차해 있고 길거리에는 상점과 관광객으로 붐비기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돌아본다. 절(Wat Phra That Temple)이 있는 곳이다. 108개의 계단일까? 절까지 가려면 많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주위 풍경을 찍으려고 사진기를 켜니 메모리 카드가 없다는 사인이 나온다. 어젯밤 호텔에서 메모리 카드를 노트북에 끼워놓은 채 잊어버리고 온 것이다. 오늘은 사진을 못 찍는다고 생각하니 여행의 즐거움이 반감된다. 아내는 나이가 들어 치매가 온 것이라고 핀잔을 준다. 오늘은 사진 찍는 것을 단념하고 계단을 오른다.
계단 맨 위에는 절이 있다. 입구에 외국인은 30바트(1000원 정도) 입장료를 내라는 안내판이 있다. 외국인에게만 입장료를 받고 있다. 우리는 모른 척하고 옆길로 지나갔더니 잡는 사람이 없다. 자국민으로 착각해서일까? 하여간 공짜 구경이다.
절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많다. 한국 관광객 한 팀이 보이기는 하나 중국 관광객 숫자를 따르지 못한다. 요즈음은 어디를 가도 중국 관광객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진을 찍지 못한 아쉬움을 가지고 긴 계단을 내려온다.
계단을 내려오니 상점 진열대에 메모리 카드가 보인다. 예전에는 필름을 팔던 가게일 것이다. 주인에게 가격을 물었더니 꽤 비싼 가격을 요구한다. 알았다고 그냥 가려니까 주인이 얼마면 사겠느냐고 잡는다. 정가의 반을 불렀더니 그 값에 가져가란다. 내가 첫 손님이라 싸게 파는 것이란다.
이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내려온 계단을 사진기에 담는다. 주위에 있는 장사하는 모습도 카메라에 담는다. 아내는 타일랜드 무늬가 있는 천을 집어 든다. 추울 때 몸에 걸치면 좋고 테이블보로도 쓸 수 있단다. 절을 나와 산 정상에 원주민이 살고 있다는 곳을 향해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산이 점점 더 가파르다. 작은 오토바이로 힘겹게 올라가니 이번에는 궁궐이 나온다. 사진을 보니 정원이 잘 꾸며진 궁궐인 것 같다. 입장권 파는 곳에는 궁궐에 들어가는 옷차림 사진이 붙어 있다. 짧은 팔 윗도리나 바지는 안 된다. 예전에 유럽 여행 때 성당에서 요구한 던 옷차림이 생각난다. 그때도 이런 옷차림을 요구했었는데...
일단 남 호화롭게 사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패스하고 정상을 향해 달린다. 아내를 뒤에 태운 오토바이는 가파른 산길을 간신히 올라간다. 중간에 기어를 잘못 바꾸는 바람에 아내가 오토바이를 뒤에서 밀어야 하는 불상사도 생긴다. 도로는 잘 포장되어 있다.
산림 특유의 냄새가 바람에 실려 온다. 너무 저속기어로 가파른 길을 오래 달려서인지 휘발유가 부족하다는 표시등도 켜진다. 오토바이로 이렇게 장거리 여행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 한 번 휘발유를 넣으면 얼마만큼의 거리를 갈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휘발유가 없다는 표시등을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도 갈 길을 간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깊은 산 속에 관광안내소가 있다. 넓은 대지 위에서 치앙마이 시내를 굽어보는 장소에 잘 꾸며진 야영장도 있다. 텐트도 대여해 주는 모양이다. 치앙마이에 산다면 한 번쯤 이곳에서 캠핑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드는 곳이다. 안내소에서 휘발유 파는 곳을 물으니 고산족이 사는 마을에 가면 살 수 있을 것이란다. 3킬로만 더 가면 된다.
지금부터 올라가는 길은 더 좁다. 간신히 차 한 대 다닐 도로다. 꺾이는 도로에서는 경적을 울리라는 표지판이 있다. 열심히 오토바이로 달리며 앞이 안 보이는 커브길에서는 경적을 누르며 원주민이 사는 마을을 향해 간다. 심한 급경사와 커브 길을 돌고 돌아 마을에 도착했다.
넓은 공터를 가운데 두고 서너 개의 점포가 있다. 한 점포에는 관광객들이 앉아 커피를 마신다. 옆에서는 원주민 아줌마가 그들 특유의 옷차림으로 재봉질하고 있다. 이 아주머니가 만들었을까? 그 옆에는 원주민 냄새가 물씬거리는 상품이 진열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이곳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지 곳곳에 태양열 발전기가 설치돼 있는 점이다.
잠시 쉰 후에 포장된 도로를 타고 조금 더 가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유치원이 있다. 낮잠 자는 시간인지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다. 교실 담벼락에는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영어로 이름이 적혀 있다. 이 깊은 산 속에 있는 원주민이 사는 동네에 있는 유치원에 왜 타일랜드 말이 아닌 영어로 이름을 썼는지 궁금하다.
지나가는 스님의 가는 길을 막고 휘발유 살 곳을 물으니 학교 옆에 있는 가게에서 휘발유를 판다고 한다. 학교를 찾아간다. 학교에는 그럴 듯한 운동장이 있다. 시골 학교답게 강아지도 운동장을 활보하며 다닌다. 관광객이 자주 찾아서인지 치앙마이 도시가 한눈에 내려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가게에서 손짓 발짓으로 휘발유 파는 곳을 찾으니 손으로 어디를 가라고는 하는데 도저히 어디로 가라고 하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