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부자상.아빠 도깨비가 심히 불량해 보인다.
노시경
내가 만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도깨비는 노보리베쓰 천연족탕 아래에 있는 '환영 노보리베쓰 온천 부자 도깨비상'이다. 노보리베쓰에서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하는 이 도깨비 상은 높이가 5m는 되어 보인다.
험상궂은 아빠 도깨비와 아들 도깨비. 아들을 보살피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출신이 도깨비라서 험상궂은 얼굴은 어찌 할 수가 없다. 아들과 함께 있지만 그 표정에서 나쁘고 불성실한 남자라는 느낌을 아주 강렬하게 풍긴다. 아들 도깨비가 혼자 놀러 나가는 아빠를 뒤에서 잡고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젊어 보이는 아빠 도깨비는 근육이 장난이 아닐 정도로 잘 발달된 근육질 도깨비이다.
도깨비의 색깔이 온통 원색 파랑인 것이 너무 촌스러워 보였다. 일본 전래의 도깨비들이 파란색 또는 붉은색 바탕의 몸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도깨비 색깔을 진한 파란색으로 칠할 필요가 있었을까? 파란 도깨비들은 영화 아바타에서 파란 몸체를 가진 외계 종족으로 나오는 나비족을 연상시켰다. 나는 미술을 전공으로 한 아내에게 물었다.
"너무 원색인 파란색이 촌스럽지 않아?""아니, 나름대로 쿨한데. 사람의 살색이 아닌 파란색이니까 더 도깨비 같이 보여. 오히려 사람 피부색으로 했으면 도깨비라는 느낌이 더 떨어졌을 거야."한 대상을 보더라도 사람의 생각은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도깨비 부자의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워서 신영이와 함께 그들의 포즈를 그대로 흉내내 보기로 했다. 도깨비 방망이를 대체할 만한 것이 없어서 나는 카메라 가방을 머리 위에 들고 한손은 신영이의 손을 잡았다. 웃기는 사진을 찍고 있는 우리 가족을 단체로 관광 온 일본 관광객들이 구경하면서 웃고 난리다. 아내가 찍은 사진을 보니 우리 모녀 뒤로 서 있는 도깨비가 더 거대해 보였다.
우리는 온천수가 흐르는 작은 계곡을 따라 산길을 내려왔다. 노보리베쓰의 작은 주택들과 조용한 숲속의 호텔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도로 곳곳에 세워져 있는 원색의 소형 자동차들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의 눈을 현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빨간색, 베이지색, 자두색의 차들이 강렬하게 인상적이다. 마을과 차를 지배하는 색상이 일본인들의 개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