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고려대 학생들이 5.1%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수진
"학업 하러 대학에 왔는데, 학비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학비 걱정 말고 학업 걱정하게 해 주세요!"고려대 이과대학에 입학 예정인 새내기 권상원(20)씨의 말이다.
28일 오후 1시 고려대 본관 앞에서 고려대 안암 총학생회, 세종 총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공동 주최로 등록금 5.1% 인상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약 10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고 진행된 기획예산처 항의방문에서 학생들은 인상률이 2.9%로 결정됐다는 말을 들었다. 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돼 있는데 일방적으로 학교가 결정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19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 첫 모임에서 등록금 5.1% 인상안을 제시했다. 학생 6명, 교직원 및 교수 6명이 참여한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이제껏 4차례 진행됐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5.1%는 현재까지 전국 대학에서 제시된 등록금 인상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최대 인상폭이기도 하다. 현 고등교육법(제11조 4항)은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은 각각 2008년 4.7%, 2009년 2.8%, 2010년 2.9%였다. 따라서 2011년 1학기 등록금은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3.4%)의 1.5배인 5.1%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학, 법정 최대 인상률 반영... "액수상한제 병행 필요" 지적도 지난 20일 한 일간지가 보도한 주요 대학 등록금 인상 논의 현황을 보면, 동국대와 한성대가 5%, 건국대와 국민대가 4.9% 인상률을 제시했다. 서강대도 3~5% 인상률을 놓고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대학이 법정 최대치에 가까운 인상률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상한제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등록금 상한제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인상률 상한제'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액수상한제도 같이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예전에 이 대통령이 얘기했던 반값 등록금이나, (등록금을) 가계소득의 일정범위 이상으로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등록금 흡혈귀'가 학생과 학부모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친 뒤 기획예산처를 항의 방문했다.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던 5.1% 인상률, 갑자기 2.9%로 결정기획예산처 담당자는 "나는 실무자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동결할 권한이 없다"며 "등록금 책정 마감 시일이 어제까지였고, 내부에서 2.9%로 결정했다. 신입생들에게 고지서가 이미 나간 상태"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등록금 책정에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획예산처장과 총장은 출장중인 관계로 면담이 불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