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등록금 2.9% 인상 확정...학생들 "논의조차 안 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안 다룬 채 결정... 학생들 반발

등록 2011.01.28 22:06수정 2011.01.2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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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고려대 학생들이 5.1%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고려대 학생들이 5.1%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수진

"학업 하러 대학에 왔는데, 학비 걱정만 하고 있습니다. 학비 걱정 말고 학업 걱정하게 해 주세요!"

고려대 이과대학에 입학 예정인 새내기 권상원(20)씨의 말이다.

28일 오후 1시 고려대 본관 앞에서 고려대 안암 총학생회, 세종 총학생회, 대학원 총학생회 공동 주최로 등록금 5.1% 인상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기자회견에는 약 10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고 진행된 기획예산처 항의방문에서 학생들은 인상률이 2.9%로 결정됐다는 말을 들었다. 학생들은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돼 있는데 일방적으로 학교가 결정했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 19일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 첫 모임에서 등록금 5.1% 인상안을 제시했다. 학생 6명, 교직원 및 교수 6명이 참여한 등록금심의위원회는 이제껏 4차례 진행됐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5.1%는 현재까지 전국 대학에서 제시된 등록금 인상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현행법에 저촉되지 않는 최대 인상폭이기도 하다. 현 고등교육법(제11조 4항)은 등록금 인상률을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물가상승률은 각각 2008년 4.7%, 2009년 2.8%, 2010년 2.9%였다. 따라서 2011년 1학기 등록금은 3년간 물가상승률 평균(3.4%)의 1.5배인 5.1%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대학, 법정 최대 인상률 반영... "액수상한제 병행 필요" 지적도


지난 20일 한 일간지가 보도한 주요 대학 등록금 인상 논의 현황을 보면, 동국대와 한성대가 5%, 건국대와 국민대가 4.9% 인상률을 제시했다. 서강대도 3~5% 인상률을 놓고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지 않은 대학이 법정 최대치에 가까운 인상률을 제시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상한제의 불완전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 팀장은 28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현재 등록금 상한제라는 것은 실질적으로 '인상률 상한제'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액수상한제도 같이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예전에 이 대통령이 얘기했던 반값 등록금이나, (등록금을) 가계소득의 일정범위 이상으로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등록금 흡혈귀'가 학생과 학부모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펼친 뒤 기획예산처를 항의 방문했다.

절대로 변경할 수 없다던 5.1% 인상률, 갑자기 2.9%로 결정

기획예산처 담당자는 "나는 실무자이기 때문에 등록금을 동결할 권한이 없다"며 "등록금 책정 마감 시일이 어제까지였고, 내부에서 2.9%로 결정했다. 신입생들에게 고지서가 이미 나간 상태"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등록금 책정에 실질적 권한을 가진 기획예산처장과 총장은 출장중인 관계로 면담이 불가능했다.

퍼포먼스 고려대 학생들이 등록금을 흡혈귀에 빗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퍼포먼스고려대 학생들이 등록금을 흡혈귀에 빗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김수진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달라! 조우리 고려대 안암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를 들어달라!조우리 고려대 안암캠퍼스 총학생회장이 학생들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김수진

학생들은 크게 반발했다. 조우리 안암캠퍼스 총학생회장(24)은 "이제껏 4차례의 등록금심의위원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일방적으로 2.9%의 인상률을 책정한 데에 동의할 수 없다"며 "심의위원회에서 동결안을 놓고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진걸 팀장은 "법에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등록금을 산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미 고지서를 내보냈다면 위법행위"라며 "대학이 실제로 의도했던 약 3% 인상을 책정하기 위해 처음에 의도적으로 5.1%를 고지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날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31일 오전 9시에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개최, 재논의 할 것을 요구하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덧붙이는 글 |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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