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 1층부터 꼭대기 층까지의 모든 배관들은 거의 한 줄로 연결되어 있다.
박금옥
경비실로 달려갔다. 비상 근무하는 관리실 사람이 올라와 계량기 비닐을 벗겨 본다. 비닐 속의 물이 퍽하고 쏟아진다. 복도식 아파트의 복도는 밖이나 다름없다. 쏟아진 물은 금방 얼어서 빙판을 만든다.
"계량기는 터지지 않았는데요?" 그런데도 넣어둔 수건은 물로 흥건하고, 어딘지 모를 곳에서 물은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다용도실의 철문을 막고 있는 물건들을 치우고 열어보니 폭포가 따로 없다. 살펴보던 관리실 직원이 "이 집이 아닌 것 같은데요?" 한다. 그런데 왜 물은 온통 우리 집으로 쏟아져 들어오는가 말이다. 원인규명은 직원들이 출근하는 아침 9시가 되어야 알아볼 것 같다고 한다.
복도에 모래를 뿌리고, 임시방편으로 계량기에 새 수건을 채우고 비닐로 우선 막아 놓았다. 원인규명 될 때까지 그냥 놔두었다가는 성한 계량기도 터져버릴 것 같은 추위다. 주방은 다용도실에서 나온 물건들로 어수선하고, 현관 문 앞에는 얼음과 모래가 뒤엉켜 버석거리고....어둑한 추운 새벽에 난리법석을 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