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행보' 나선 이명박 대통령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시장을 방문해서 시장상인들과 칼국수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고,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서 행인들에게 먹여주고, 수박을 구입하고,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등 '서민행보'를 펼쳤다.
청와대 제공
전셋값을 올려달라는 주인집 요구 때문에 요즘 잠을 설친다는 집 없는 아주머니 하소연은 절규에 가깝다. 팔순 할아버지는 "나라 안보가 이 모양인데, 우리가 남은 여생 편히 지낼 수 있겠나"라고 전쟁의 악몽을 떠올렸다. 살처분된 수 백만 마리의 가축을 보면서 대재앙의 예고 아니냐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이 판에 신뢰를 주어야 할 대통령이 방송에 나와서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원점에서 검토한다고 말바꾸기 해 정치권과 지자체간에 갈등과 분열만 야기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물론 지금 헌법은 오래전에 개정돼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따라서 개헌은 21세기에 걸맞은 '우리의 미래를 준비하는' 중차대한 과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개헌은 집권 4년차에 불쑥 내놓고 '늦지 않았다'고 정략적으로 달려들 문제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후보시절 인터뷰에서도 직접 말했듯 '집권 1,2년 안에'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했어야 할 사안이다. 개헌 논의가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민생해결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시점에 논의돼야 한다.
집권 3년 내내 세종시 반대와 4대강 사업에만 매달려 온 대통령이, 목적을 정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대통령이, 이제 와서 미래 수십년을 대비하여 '개헌'에 돌입하자고 나선 것은 누가 봐도 그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국면돌파용이다.
개헌 때문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언론이 그에 맞춰 춤추는 동안 물가, 전셋값, 구제역, 안보에 대한 국민의 불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설 연휴 동안 확인한 민심은 사나웠다. '개헌보다 민생'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명확한 메시지였다. 그러한 의미에서 '집권 4년차'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논리적 설득력도 없고 국민적 공감을 받기도 어렵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어묵 하나를 들고 활짝 웃는 모습을 봤다. 대통령이 할 일은, 재래시장 방문 홍보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어묵 국물에 들어간 '무 한 개, 파 한 단'의 가격에 울고 웃는 가난한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릴 때다.
덧붙이는 글 | 이용섭 의원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국세심판원장, 관세청장을 거쳐, 참여정부 초대 국세청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후 참여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혁신수석, 행정자치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을 지냈으며 33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치인으로 변모하여 제18대 국회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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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국세심판원장을 거쳐 관세청장, 국세청장, 대통령비서실 혁신수석, 행정자치부장관, 건설교통부장관, 18,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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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 먹는 MB, 국물에 들어간 무 가격 좀 신경쓰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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