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종단 "구제역, '소박한 밥상'으로 해결하자"

[현장] 종교인들 "범국민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 펼쳐나갈 것"

등록 2011.02.08 16:06수정 2011.02.0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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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개 단체 종교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의 구제역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식생활 문화 개선을 제안하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원 천도교 한울연대 상임대표, 강해윤 원불교 교무, 김영미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분과장, 한경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 이혜숙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교수)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개 단체 종교인들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의 구제역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식생활 문화 개선을 제안하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원 천도교 한울연대 상임대표, 강해윤 원불교 교무, 김영미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사회분과장, 한경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 이혜숙 사단법인 불교아카데미 교수)유성호

구제역으로 인해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이 매몰되는 등 '구제역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천도교,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5대 종단의 성직자들이 8일 서울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구제역 사태를 맞은 범종교인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들은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살처분·생매장 당한 가축들과 구제역으로 인해 사망한 공무원 등을 위한 '침묵 기원'을 했다.

"사람 생명만 귀중한 줄 알고 숱한 생명 생매장·살처분"

종교인들은 이번 구제역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을 '반생명문화'에서 찾았다. 이우원 천도교 한울연대 상임대표는 "지금으로부터 103년 전, 해월 최시형 선생께서 바로 지금의 사태를 예견했다"며 혜월의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천지도 편안치 못하고, 산천초목도 편안치 못하고, 강물의 고기도 편안치 못하고, 나는 새, 기는 짐승도 다 편안치 못하리니, 유독 사람만이 따스하게 입고 배부르게 먹으며 편안하게 도를 구하겠는가. 선천과 후천의 운이 서로 엇갈리어 이치와 기운이 서로 싸우는지라, 만물이 다 싸우니 어찌 사람의 싸움이 없겠는가."

이 대표는 "사람만이 지구의 주인인 냥 너무 오만하게 살았다, 사람 생명만이 귀중한 줄 알고 숱한 생명을 무자비하게 생매장, 살처분 했다"며 "이에 대해 깊이 참회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공장식 사육'이라는 '반생명적 농업구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한경호 한국기독교생명농업포럼 대표는 "신앙적으로 구제역 사태는 반생명적인 농업구조와 그것을 가능케 하고 있는 '죽임의 문명'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요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소위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편입되면서 농업도 완전히 개방되었다, 세계적으로 경쟁하지 않고는 살 수 없게 됐고 농민들도 경제적으로 점점 어려워졌다"며 "(축산업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는 농민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공장식, 기업형 축산을 비판하지만 좀 더 크게 보면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발버둥 치려는 농민들의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구제역 원인' 대규모 축산업 막기 위해 식생활 문화 변화 필요"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구제역의 놀라운 전염성은 축산 밀도가 높고 공장식 사육 방식이 대부분인 우리 축산 현실에서 아주 치명적"이라며 "대규모 공장식 사육과 수출입을 기본으로 하는 현재의 축산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장식 사육에서 방목식 사육으로 전환하고, 가까운 지역에 건강한 육류를 공급할 수 있도록 축산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날 사회를 맡은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 소장은 "공장식에서 방목식 사육으로 전환하는 농민들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경호 목사는 "농촌사정상 방목식 사육이 어렵다면 닭, 돼지, 소 등 가축에 따라 법적으로 한 마리 당 사육에 필요한 기본적인 면적을 정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축산업을 막기 위해서는 식생활 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육식보다는 채식을, 육식을 하더라도 대규모 공장식 사육이 아니라 방목해서 기른 가축의 고기를, 채식을 하더라도 자기 지방에서 제철에 난 유기농 채소를, 정성스럽고 올바르게 조리해서 이웃과 더불어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며 "소박한 밥상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런 일상의 실천이 지금의 재앙을 물리치고 세상을 바꾸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5대 종단은 '소박한 생명의 밥상을 위한 범종교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식생활 문화 개선운동을 공동으로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구제역 #구제역 사태 #소박한 생명의 밥상 #공장식 축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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