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는 단 한 장면을 통해 매관매직이 성행하는 조선 후기의 상황을 그려냈다.
MBC 화면캡쳐
그리고 이어진 2회에서 <짝패>는 민초들의 삶에 한 발자국 다가가며 본격적인 이야기 전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동냥으로 반 이상 썩은 감자를 얻은 천둥이 새로 부임한 현감의 행차길에 실수로 감자를 흘렸다가 나졸들에게 끌려가 죽지 않을 만큼 맞는 장면은 기존의 사극에서 여러 차례 다뤄진 빤한 장면이었지만, 양반과 천민의 계급차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새로 부임한 현감은 김 진사가 들인 후처의 동생으로, 그는 부임하자마자 자신의 벼슬길을 열어준 자형 김 진사에게 인사를 온다. 김 진사는 처남에게 현감 자리를 얻은 것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조참의 김 대감에게 인사치레로 2만냥을 갖다 바칠 것을 요구하고, 김 진사의 후처는 전임 현감이 작년에만 2만냥 이상을 '빼먹었다'며 한 3년 바라보고 현감 자리에 있을 것이면 절대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고 옆에서 거든다.
매관매직이 성행하고, 돈으로 산 자리에 들어와 본전 이상을 빼먹으려 하는 현감들의 수탈이 극에 달한 장면은 곧바로 민초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신임 현감의 부임 소식에 소 한 마리 값을 겨우 쥐어짜내서 만든 백정들의 모습이나 현청의 육방 아전들에게 새 신발을 만들어주고도 돈을 받지 못했다는 황 노인(임현식 분)의 모습에서 <짝패>는 날로 피폐해져가는 조선 말엽 민초들의 삶을 그린다.
그리고 극의 말미에 등장한 성 초시(강신일 분)의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커다란 사건의 서두를 장식하며 극에 흥미를 더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극의 중심인 천둥과 귀동의 서사는 차곡차곡 쌓여갔다. 행색은 거지꼴이어도 타고난 양반의 천품은 숨기지 못하는 천둥과 양반으로 자랐지만 양반의 틀에 가둘 수 없을 만큼 자유분방한 귀동은 각자의 이야기를 내실 있게 만들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2회 만에 우려 불식시킨 감독과 작가... <짝패>가 기대되는 이유출생의 비밀이란 닳고 닳은 소재인 <짝패>가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호연에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살아 펄떡거리고, 주인공의 서사와 사건의 진행이 따로 떨어지지 않고 조화를 이루며 촘촘하게 진행된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야말로 <짝패>가 가진 힘이며, 시청자들이 기대를 거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초 <짝패>가 시작하기 전, 드라마의 연출과 극본을 맡은 임태우 감독과 김운경 작가가 사극 연출 및 집필 경험이 없다는 점, 그리고 주연배우 네 명 중 한지혜를 제외한 세 명이 사극 출연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짝패>는 사람들의 우려를 샀었다. 물론 아직까지 성인배역이 등장하기 전이라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작 2회 만으로, 감독과 작가는 연출과 극본에 대한 우려를 종식시켰다.
실로 오랜만에, 볼만 한 사극 한 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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