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식당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소환된 최영 강원랜드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함바집 운영권 브로커인 유상봉씨(65, 구속기소)가 3~4년간 인출한 현금만 200억~3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영 강원랜드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검찰의 칼끝이 경찰 수뇌부에서 현 정권으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함바집 비리사건에 정통한 검찰의 한 관계자는 10일 "유씨가 검찰조사에서 어디서 돈을 뽑았다고 특정하는 등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다"며 "유씨가 3~4년 동안 뽑은 현금만 계산해보니 200억~300억 원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 검찰 관계자는 "현금으로 뽑은 돈은 대부분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말해 유씨가 실제 사용한 '로비자금'의 규모가 상당했음을 시사했다.
"유씨가 로비한 경찰간부들 명단 확보한 상태"이 관계자는 또 "유씨에게 '돈을 건넬 때 거절한 사람은 없었느냐'고 묻자 '한 명도 없었다'고 답했다"며 "유씨와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 돈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유씨와 대질시키면 다 자백했다"고 전했다.
실제 유씨가 돈을 건넸다고 지목한 인사들은 대부분 "유씨를 만나긴 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검찰이 이러한 진술을 유씨에게 전하면 그는 "직접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고, 유씨와 대질시키면 대부분 돈을 받았다고 자백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유씨의 로비 사실은 유씨가 먼저 진술한 게 아니다"라며 "유씨를 고소한 사람들이 그런 (로비) 내용을 적어서 검찰에 먼저 제보했기 때문에 유씨가 돈을 건넨 인사들을 불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씨가 로비한 인사에는 경찰이 가장 많았고, 정계 인사는 별로 없었다"며 "한나라당 소속 한 광역자치단체장이 유씨를 만났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그것은 그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친분관계 때문이지 사실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유씨가 로비한 경찰 고위간부들의 명단을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유씨는 자신에게 신경을 많이 써준 사람은 불지 않거나 검찰에 '이 사람만은 꼭 봐 달라'고 부탁하고 있다"며 "그가 검찰에서 불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10개를 줬는데 (청탁을) 1~2개만 들어줬거나 아예 안 해주었던 인사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유씨는 주로 힘이 있고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 로비했다"며 "요즘 힘이 있는 영남쪽 인사들이 많고 호남쪽 인사는 의외로 적다"고 말했다. 그는 "유씨가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김대중 정권 때 동교동계 인사들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었지만 그리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전남 완도에서 태어나 목포에서 학교를 다녔다. 하지만 그의 사업무대는 주로 부산이어서 주로 영남쪽 인사들과 가깝게 지내왔다. 한 경찰관은 "유씨가 목포 출신이긴 하지만 호남지역에는 건설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주로 부산에서 사업을 해왔다"며 "하지만 그 지역에 연고를 두지 않으면 함바집 운영권 등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유씨가 (영남쪽) 경찰 간부들과 관계를 맺어 로비를 하거나 자신의 인맥을 과시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함바집 비리사건 수사, 현 정권 겨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