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인 나, 서울 본사에 처음 가보았습니다

헤고자 최병승씨 승소하던 날...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기자회견 참석

등록 2011.02.11 12:06수정 2011.02.11 12:1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최병승 씨 대법,고법 불법파견 승소자
최병승 씨대법,고법 불법파견 승소자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

2월 10일(목) 오전 10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해고자 최병승씨의 불법파견 소송이 고법에서 다시 판결 난다고 했습니다.


저에겐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가 중요합니다. 지난 10여 년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에 다니다가 작년 3월 15일 정리해고 당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자문 결과, 저에게도 이번 판결이 해당 사항이 있다고 했습니다. 10년 동안 모르고 당해 온 게 너무도 억울해서 그냥 물러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생업을 잠시 보류해 두고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관련하여 총력투쟁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오전 7시에 종합운동장에 모여 가니 그리로 오십시오."

9일 오전 7시 정문 앞에서 1공장 비정규직 노조원이 모여 출근투쟁을 할 때 윤석원 사무국장이 보이기에 같이 서울 가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같이 가도 된다고 했습니다. 10일 오전 6시경 일어나 옷만 바쁘게 차려입고 나가는 바람에 사진기를 두고 가서 서울 기자회견 사진을 한 장도 찍지 못했습니다. 아쉽게도.

집에서 큰길로 나가 버스를 타고 종합운동장에 도착하니 오전 7시가 다 되었습니다. 관광버스는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30분 출발 전에 도착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저를 포함하여 모두 20여 명이었습니다.

윤 사무국장은 "제가 부족해서 많이 못 올라가게 된 거 같습니다"며 겸손해했습니다. 사실은 그동안 불법파견 현장활동을 하느라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휴가를 낼 수 없어서 많이 참석 못한 게 아닌가 나름 생각했습니다.


오전 9시경 공장 안 노조사무실을 지키던 비정규직 노조 다른 간부에게서 연락이 왔나 봅니다. 잠시 통화를 하더니 "비정규직 노조에서 고용한 사무처장이 100여 명의 경비에 의해 강제로 밖으로 끌려나왔다고 합니다. 안에서 문을 잠갔는데 문을 따고 들어 왔답니다. 또 비정규직 노조 앞에 있는 천막 자진 철거하라 통보했다 합니다. 토요일까지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고 합니다. 현자노조 한 간부는 옆에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더랍니다"고 했습니다.

오전 10시 20분쯤에 다시 윤 사무국장 앞으로 전화가 왔고, 잠시 후 "오늘 10시 최병승 동지가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최병승 동지가 승소했다고 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러자 버스 안에 잠자코 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습니다. 우리는 서울 도착 2시간 앞두고 어느 휴게실에 들러 점심을 먹었습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도착하니 오후 1시경이 되었습니다. 저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를 처음 가보았습니다. 20층이 넘는 큰 빌딩이었습니다. 사거리 큰길 한쪽에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저 사람들 우리가 집회 못하게 맨날 저렇게 서 있어요. 서초경찰서에 1년치 집회신고를 다 내놓았어요. 이번 주 토요일 집회 하려고 서초경찰서에 집회신고 하려고 갔더니 벌써 그 장소엔 집회 신고를 해버려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길 건너편 장소에 집회 신고를 냈어요."

지난 1월 23일 강추위가 지속되던 날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들이 올라가 집회신고 먼저 하려고 밤샘했었지만, 결국 현대자동차 본사 앞엔 따내지 못했다고 합니다. 집회신고 투쟁에 올라간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2011년 1월 23일 강추위 속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밤샘 노숙 하면서 집회신고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모습.
2011년 1월 23일 강추위 속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밤샘 노숙 하면서 집회신고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모습.현대차비정규직노동조합

오후 2시부터 현대자동차 양재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잡혀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현대기아자동차 옷을 입고 하얀 어깨띠 하나씩 두른 수백 명의 젊은 사람들이 현대차 본사를 빙 둘러 싸고 있었습니다. 마치 인간방패를 한 듯 보였습니다.

우리 일행이 건널목 건너서 현대차 본사 앞으로 가려 하자 현대기아차 옷을 입은 젊은 사람들이 우리 일행을 막아섰습니다. 그곳은 엄연히 시민이 지나다니는 건널목이었고 도롯가였습니다. 어깨띠를 가까이 보니 여러 가지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회사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 뭐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저에겐 기업주와 국가권력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고 노동자는 무시돼도 된다는 내용으로 보였습니다.

현대차 앞 사쪽이 고용한 인간방패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현대차 앞 사쪽이 고용한 인간방패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노동과 세계 이상익

"저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데요. 선생님은 현대차 직원입니까? 소속과 직책, 성함 좀 알려주세요?"

손에 무전기를 들고 쉴 새 없이 교신을 하는 나이 든 사람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내 질문에 누군지 알려주면 적기 위해 가져간 수첩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그런 거 알 필요 없고 알려줄 의무도 없잖아요, 댁 볼 일이나 보세요"라고 쏘아붙이며 얼렁 다른 곳으로 가버렸습니다.

우리 일행은 '왜 시민이 길을 가려는데 못 가게 막느냐'고 하면서 뚫고 지나가려 했으나 덩치도 크고 젊은 그들을 뚫고 들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젊은 그들에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신분을 밝히고 "당신 현대차 직원 맞느냐?"고 물었으나 그 젊은 사람들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야, 길 내 줘!"

무전기를 들고 나이든 다른 사람이 한마디 하자, 인간벽을 친 젊은 사람들은 그제서야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현대차 앞길에 모였습니다. 그곳엔 이미 기자와 시민단체, 정당, 노동단체 관계자가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현대차에서 출퇴근 버스로 사용하는 대형 버스가 3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길옆엔 화단이 있어 기자회견 장소는 많이 비좁아 보였습니다.

"얼마 전에는 이곳이 빈 공터였는데, 우리가 집회 못하게 화단을 만들어 놓았네요. 참 야비한 현대차네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한 간부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뒤에는 어깨띠 두른 건장한 젊은 청년들이 빈틈없이 줄지어 있고 앞으론 자동차들이 소리를 내며 달렸습니다. 간혹 서울 시민들이 기자회견하는 앞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이 시작되었습니다. 중앙 방송에서도 오고 여러 신문 기자도 오고 노동관련 신문 기자도 보였습니다. 일본에서 온 분들도 있었습니다.

최병승 해고자의 변호를 맡은 고재환 변호사가 먼저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은 2년이 지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파견법에 의해 정규직 근로자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는 현대차와 노동자와의 파견관계를 분명히 제시한 것이므로 최병승씨와 동일한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사내하청근로자에게 판결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현대차는 최병승씨 개인 문제라고 말하는데, 불법이라는 비정상적인 사용에서 합법이라는 정상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이에 참석자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당사자인 최병승 해고자는 비정규직 노조 파업 관련 수배 중이라 오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에서 오신 분들도 진행발언을 했습니다. 다른 분이 일본말을 해설해 주었습니다.

"우리는 일본 파라소닉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이번 불법파견 판결은 일본에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일본은 불법파견도 허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불법파견 문제는 투쟁으로 해결해야 바람직하다고 여깁니다."

'나깨나 유니온'이라는 단체 대표로 왔다는 일본 분은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에 투쟁기금을 전달하며 "판결이 승리 했으니 이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라"며 격려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정규직 노조 3지회 대표는 "법도 정당성 인정했으니 투쟁으로 쟁취해야 한다"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했습니다.

기자회견 후 여러 기자들이 비정규직 노조 대표단에 질문을 한 후 기자회견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서울 현대차 본사 앞 기자회견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앞 기자회견
서울 현대차 본사 앞 기자회견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앞 기자회견노동과 세계 이상익

대법원 판결 이행! 현대차 비정규직 정규직화 촉구!
불법파견 사용자 정몽구 규탄 기자회견문
오늘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7월 22일 최병승 조합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 파기환송심 결심에서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사실상 불법파견이고 그래서 고용의제가 적용되어 정규직으로 간주되야 한다"고 지난 대법원 판결을 확정했다. 서울고등법원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대부분 조립업무와 자동차 생산공정에서 업무를 해왔고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하고 작업량과 작업방법, 작업속도를 원청이 지시했다. 근무시간 휴게시간도 관리를 원청이 해왔다. 또한 산재나 휴직으로 정규직 결원발생시 사내하청노동자들을 대체 투입 해왔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실제 사내하청노동자들에 대해 하청업체의 관장력은 미약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현대차(주)는 원고를 파견으로 공급받은것이 상당하므로 불법파견이 맞고 그에 따라서 고용의제가 적용되는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는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정당한 요구를 가지고 지난 연말에 25일간 라인점거 투쟁과 연대투쟁을 전개하였다. 그리고 12월 9일 4의제 해결을 전제로 울산 현대자동차 1공장 농성을 해제했다. 그 후 개최된 6차례 교섭이 있었으나 현대자동차(주)는 지금까지의 교섭에서 징계,고소고발,손배 최소화만 주장하고 있고 사내협력업체 인원이 정규직화 대책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파기환송심의 결과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종국판결을 주장하며 계속 시간 끌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는 오늘 서울고등법원 결심판결에서 다시한번 우리의 요구가 맞았음을 확인했다. 대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파기환송한 사건에 대해 고등법원이 불법파견이 맞으니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오늘 다시 판결했다. 현대자동차는 다시 한번 대법판결이 확정 됐으므로 즉각적인 정규직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현대차가 작년 달성한 5조원의 순이익은 현대차 공장 안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 땀어린 노동의 대가이므로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의 정규직화'는 정당한 요구이다. 우리는 모든 사내하청노동자의 정규직화 전환을 촉구하며 12일 양재동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전 조합원 상경 투쟁, 15일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근로자지위확인 집단 소송 투쟁을 이어가며 정규직화 쟁취가 될 때까지 흔들림없이 싸울것이다.

하나. 파기환송심도 확정됐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 정규직 전환을 즉각 실시하라!
하나. 이명박 정부는 불법파견 사용자 정몽구를 처벌하라!

2011년 2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비정규직지회 및 제 단체 참석자 일동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3. 3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4. 4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미국에 투자한 한국기업들 큰일 났다... 윤 정부, 또 망칠 건가
  5. 5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10만4천원 결제 충분히 인식"... 김혜경 1심 '유죄' 벌금 150만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