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박사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2부 강의를 하고 있다.
김동환
"급류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상상해봅시다. 분명 그에게는 어떤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물이 존재합니다. 물이 흐르는 힘에 사람은 수동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그 사람은 물의 흐름을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능동적으로 수영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인간이란 수동적이면서 능동적인 존재'라는 얘기지요. 마르크스 철학의 특징이 바로 이것입니다."지난 천 년 동안 가장 위대한 사상가는 누구일까? 지난 1999년, 영국의 BBC 방송에서는 밀레니엄을 맞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1위를 차지한 것은 <자본론>의 저자인 칼 하인리히 마르크스였다. 그는 자신의 저작들을 통해 19세기 자본주의를 분석했고,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을 예리하게 비판했다. 마르크스가 세상에 내놓았던 '마르크스주의'는 다양한 해석들과 수많은 추종자들을 낳으며 현대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철학 VS 철학>의 저자 강신주 박사는 '마르크스의 실천적 철학'을 주제로 지난 9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치철학 특강 시즌2' 첫 강의를 열었다. 강 박사는 마르크스의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를 교재로 열린 이날 강의에서 "마르크스의 철학은 마르크스주의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마르크스를 "관념론과 유물론이라는 서양철학사계의 양대 정신을 규합해낸 철학자"라고 설명했다.
마르크스 "인간은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인 존재"<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는 마르크스가 1845년에 쓴 글로 그의 사후인 1888년에야 독일의 경제학자인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출간됐다. 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르크스는 이 글에서 독일의 철학자인 루드비히 포이에르바하의 사상과 이론에 대해 그가 가졌던 생각들을 11개의 주장들로 정리했다.
"'테제'란 '주장'이라는 뜻입니다. '포이에르바하'라는 사람에 대해 마르크스가 자기 주장을 편 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의 특징은 마르크스의 저작들 가운데 가장 철학적인 내용이 담겨있는 글이라는 점이지요. 이 글을 잘 읽어보면 마르크스가 내놓았던 마르크스주의가 어떤 철학적 기반을 가지고 있는지, 그가 인간을 어떤 존재로 생각했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포이에르바하는 독일의 철학자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에 의해 집대성된 근대 관념론 철학을 인간 중심의 유물론으로 흔들어 놓은 철학자다. 관념론(Idealism)이란 실제의 일을 고려하지 않고 머릿속에서만 생각하여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과 정신이 세계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는 관념론에 반해 유물론(Materialism)은 모든 정신 현상이 물질의 작용이나 그 산물이라고 이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헤겔의 관념론을 포이에르바하가 유물론으로 비판했고, 마르크스는 그 포이에르바하의 유물론을 다시 비판한 셈이다. <포이에르바하에 관한 테제>는 이런 구도로 쓰여진 책이다.
강 박사는 "마르크스는 책에서 '포이에르바하는 사유 대상들과는 현실적으로 분리된 물질적 대상들을 원했지만 인간의 활동 자체를 '대상적 활동'(Gegenständliche Tätigkeit, objective activity)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고 말했다. 사물이나 현실, 물질성을 대상이나 관조의 형식으로만 생각하는 유물론적 시각 아래서는 인간은 한없이 수동적일 뿐 주체성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마르크스 이전의 낡은 유물론들은 인간을 무언가 할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로 여기지 않았어요. 그저 세계의 일부분으로만 간주했지요. 여기에 마이크가 있죠? '이 마이크가 여기보다는 저쪽에 놓이는 것이 예쁘겠다'고 하는 것이 관념론입니다. 관념론은 우리 정신의 능동적인 부분이죠. 그래서 마르크스는 유물론적 사고에 관념론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진 능동성이 필요하니까요. 인간은 수동적이면서 동시에 능동적인 존재잖아요? 마르크스가 '대상적 활동'이라는 개념을 얘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실천철학 핵심은 '대상적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