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나물밥엊저녁 남편의 잠꼬대를 듣고 해온 시래기나물밥
조상연
이름만 들어도 정다운 홍천, 나는 방앗간 집 손자였다. 방앗간 집이나 양조장집이나 방귀께나 뀌고 살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래기나물밥이 뭔지, 배추죽이 뭔지 모를 만도 한데 사정이 그렇지를 않았다. 바로 할머니 때문이었다. 아무리 방앗간을 하고 쌀이 남아돈다고 해도 보릿고개에 남들은 배추 죽에 시래기죽을 끓여먹는데 우리만 등 따습고 배부르게 이밥을 해먹을 수 없다는 말씀이셨다.
할머니의 덕분으로 이맘때쯤이면 그래도 있는 집이라고 죽까지는 아니어도 시래기나물밥은 곧잘 해먹었던 것이다. 아마도 딸아이가 대보름이니 어쩌니 하는 말을 듣고 평소 할머니의 손맛이 그리웠던 것을 잠꼬대로 했나보다. 아내는 생전 안하던 남편의 잠꼬대를 듣고 시래기나물밥을 했고.
그저 고마울 뿐이다. 평소에도 아내의 성화로 일 년이면 서너 번씩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를 다녀오니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해도 나와 돌아가신 할머니의 교감 속에 아내가 끼어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아내가 할머니 얼굴은 못 뵈었지만 할아버지께는 증손녀를 안겨드렸으니 할아버지 할머니께 남다른 생각도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