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나온 빈대떡은 보통 빈대떡 같지 않고 두껍다. 손바닥 크기 넓이에 3~4센티 정도 부풀어 있고 고소하다. 조그만 컵에 담긴 별미는 메밀 끓인 물. 이 의원은 메밀 물에 약간의 간장을 타서 준다. 이어 나온 편육, 오이채, 동부빈대떡에 이미 배가 불렀다.
드디어 춘천에서 제일 맛있다는 막국수가 나왔다. 달걀, 고춧가루, 설탕, 양념장, 참기름, 다진 김치가 들어간 막국수는 영락없는 비빔냉면의 모습이다.
다른 집과 차별되는 점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다른 식당은 양념장을 별도의 그릇에 놓지만 이 집은 면 위에다 양념장을 놓아두는 것이 달라요"라고 설명했다.
춘천시 시의원인 이재수(47)씨는 내리 3선에 당선된 무소속 시의원이다. 한나라당이 대세인 강원도 춘천에서 어떻게 무소속으로 3번이나 당선될 수 있었는지 비결을 들었다.
"시의원이 별것 아니에요. 노자는 올바른 정치가 무엇이냐고 묻자. 무치라 했습니다. 통치하지 말라는 뜻이죠. 정치가들은 권한이 많은 것으로 착각해 시민을 오히려 괴롭히는 경직된 행정과 태도를 보입니다.
저는 이런 관행을 깨려고 했습니다. 고자세의 시의원이 아닌 가장 만만한 사람으로서의 이재수가 제가 바라는 상이고 선거 당시 홍보 팸플릿에도 '춘천에서 가장 만만한 이재수'라고 적었습니다."
시민들이 가져오는 100가지의 하소연 중 단 10가지 밖에 들어주지 못할망정 반드시 들어주는 게 신조라는 이 의원은 시골 농촌의 마음씨 좋은 이장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대부분의 지자체장이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때 "제가 ~걸 만들어 놓겠습니다"고 거창한 포부를 던지지만 사실은 '내려놓는 일을 해야 한다'는 이 의원에게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외쳤지만 시민을 대상화하고 잘난척하기만 했지 주민들에게 먹혀들지 않았고 시민과 따로 놀았어요."
시의원이 되기 전 생활협동조합운동을 하다가 시의원에 됐다는 그는 홍보를 못한다. 그래서 자신이 만든 홈피도 없고 만들 생각도 없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다만 사람과의 관계다. 관계를 중시하다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악수를 하며 인사한다.
▲한나라당 텃밭인 춘천에서 무소속으로 내리 3선에 당선된 이재수 춘천시의원. 본인은 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아닌 주민소속이라고오문수
▲ 한나라당 텃밭인 춘천에서 무소속으로 내리 3선에 당선된 이재수 춘천시의원. 본인은 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아닌 주민소속이라고
ⓒ 오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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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인사를 하며 악수하다 보니 딸한테 악수하고 인사를 했다며 너털웃음이다. 그는 지방자치의 골간을 흔드는 중앙정치에 염증을 낸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국회의원 선거 때는 시의원이 정당의 하수인이 된 것에 진저리를 친다.
선거 당시 정당공천을 거부한 것이 시민들에게 신선하게 먹혀들었을까? 30대부터 내리 연속 3선 시의원이 됐다. 그것도 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아닌 '주민소속'이란 명칭을 당당히 내걸며 시의원에 당선됐다. 춘천시 시의원 중에 무소속으로 3선을 이룬 시의원은 이씨가 유일하다. 그래서 자신의 지역구(신사우동)를 '춘천의 전라도'라고 부른다.
당선만 되면 시민을 무시하고 중앙정치에 종속되어 소신을 밝히지 못하는 시의원들이 태반인 세상에 이재수 의원은 신선한 충격이다.
덧붙이는 글 | '희망제작소'와 '네통'에도 송고합니다
2011.02.15 14:34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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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도, 야당도, 무소속도 아닌 주민소속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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