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뒤르켐의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
새물결
이 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르켐의 또 다른 저서 <사회학적 방법의 규칙들>(윤병철 외 옮김)을 읽으면 보다 분명해진다. 그러나 이것을 읽지 않는다 해도 뒤르켐은 자신의 연구방법론을 <자살론>의 머리말이나 서론 부분에서 충분히 말하고 있다.
뒤르켐은 사회학이 '사회적 사실을 사물로서, 개인의 외부에 존재하는 실체'로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뒤르켐 사회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여기에서 '사회적 실체'란 무엇일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사회'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사회는 개인의 실체를 넘는 집단적 실체를 의미한다.
사회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구성되지만 그것은 단순 구성체가 아니다. 일단 사회를 이루면 그것은 개인을 초월하는 별도의 메커니즘을 갖는 별도의 실체가 된다.
A와 B가 모이면 그냥 A+B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실체인 C가 된다. A와 B 두 사람으로 구성되는 사회는 그냥 두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속성을 갖게 되는 C라는 사회(아마도 이것은 사회를 만든 A와 B도 이런 속성이 있을 줄은 애당초 몰랐을 것이다)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C에서 발견되는 현상, 그것이 사회적 실체이고 사회학은 바로 그것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위 설명을 들어도 좀 알쏭달쏭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보게 되는 <자살론>의 사회학적 성격을 살펴보면 쉽게 이해될 것이라 믿는다. <자살론>은 뒤르켐 사회학의 대표적 실례로서 뒤르켐은 자살이라는 사회적 사실을 사물처럼 취급하여 사회학사에서 기념비적 학문적 성과를 냈던 것이다.
뒤르켐은 자살을 한 인간의 내면의 심리학적 측면에서 관찰하지 않고 한 사회에서 일정한 기간 동안 일어난 사실 전체로 보았다. 그렇게 보면 그 전체는 개별 자살 사건의 단순한 합계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통일성, 개별성 및 그에 따른 독자적인 본질을 가진 새로운 사회현상이 된다. 뒤르켐의 관심사는 한 개인의 자살원인이 아니라 자살의 사회현상이었다. 다른 말로 바꾸면, 그의 관심사는 '그녀가 자살을 왜 했는가'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떻게 특정 사회에서 자살의 경향성이 일정할 수 있는가'였다.
그렇다. 뒤르켐이 사회학이라는 학문분야를 통해 자살에 대해 알고자 했던 것은 사회 전체의 자살의 경향성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왜, '가톨릭교도보다 개신교도가 자살할 가능성이 높을까', '왜 기혼자보다 미혼자가 자살을 많이 할까', '왜 시골 사는 사람보다 도시 사람들이 더 자살을 많이 할까' 이런 것들이었다.
이와 같은 관심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은 개개 자살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자살률이고, 그 방법론은 통계학이 될 수밖에 없다(주변의 사회학 공부하는 사람을 보라. 매일 하는 것이 통계처리다! 뒤르켐의 후예들이다.). 이러한 방법론으로 자살을 연구하면 자살에 대하여 개인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방법에서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이 바로 뒤르켐이 알고자 했던 사회적 현상이자 사회적 실체였다.
<자살론>은 이와 같이 사회학사에서 새로운 이정표라고 할 수 있는 뒤르켐식 사회학 방법론에 따라 본격적으로 연구된 자살에 대한 사회학 보고서이다. 그러니 이 책은 자살 그 자체에 대한 연구서로서의 가치도 있지만 사회학 방법론적 입장에서도 고전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자살론>의 핵심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