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권력과 친해지는 진보가 필요하다

[서평]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을 읽고

등록 2011.02.16 17:45수정 2011.02.1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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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진보 청년 정치인이라고 자칭하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내 주변에 진보 운동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다. 장애인, 빈민, 노동자, 학생 등 각 영역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알고 있다.

지금은 진보 정치 운동가들이랑 얘기하고 활동함에 있어 별 문제가 없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정색하지 않고 웃고 넘어가버리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처음 진보 운동가들을 만났을 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대다수의 진보 운동가들이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자 혹은 사회주의자라고 말했다. 심지어 내가 가입되어 있는 사회당 또한 2006년 이전까지 '사회주의 대중정당' 이라는 슬로건을 걸었다. 난 XX 주의자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세상은 너무나 다양한 생각과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한 사람의 생각과 사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인 행동과 권력에 대해 부정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었다.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운동을 하는 사람 중 정당이 어떤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협오감이 있는 것을 보고 내가 하고 있는 활동이 세상을 바꾸기 위한 활동이 맞나 라는 의문감이 들 정도였다.

이후 사람들과 대화와 역사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이런 진보 운동가들의 태도를 이해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진보 운동가들의 이런 태도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스스로 사회주의자라고도 하지 않고, 정치적 권력에 대해서도 오히려 긍정하는 정치인이라고 사람들에게 말한다.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폴리테이아
후마디타스 대표로 일하고 있는 박상훈씨가 <정치의 발견> 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은 심상정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강의 한 내용을 책으로 출판 한 것이다. 책 표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정치에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먼저 막스 베버를 잉용하며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과 정치에 대한 강연으로부터 시작한다.

"선한 목적과 도덕적으로 의심될 만한 수단을 결합해야 하는 정치의 운명을 기꺼이 감수하고자 하는 담대한 인물, 그러면서 목적과 수단의 불편한 조합을 통해 유익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인물만이 윤리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정치의 현실을 이끌 수 있다."


한국과 같이 직업 정치인에 대한 개념이 없는 국가에서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으레 지역에서 돈 좀 있고 인맥 넓고 지역 사회에 좋은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정치인의 자질로 규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베버의 얘기를 통해 정치인은 단순한 지역사회 및 국가의 공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정치인은 모든 사람이 안 된다고 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외치며 인간적 정치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진보진영 권력과 친하게 지내자

2009년 5월 노무현, 2009년 8월 김대중 한국 민주주의 정치의 꽃이었던 두 사람이 목숨을 달리했다. 두 사람의 장례식이 끝난 다음 많은 사람들은 이제 한국 정치에서 "용의 정치는 끝이 났다"고 말하며 리더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일명 자유주의 세력이라고 불리는 민주당 계열의 정당들은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리더를 중심으로 한나라당과 권력 투쟁을 통해 한국 사회를 자신들이 원하는 신념대로 운영해보았다. 그 성과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한국 사회를 뒤 흔드는 민주화 이후 최초의 정권 교체를 해냈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그렇다할 리더가 없다. 그리고 진보 진영 내에서도 리더에 대한 극도의 협오감이 존재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이 한 공동체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려고 하면 권위주의 라고 비난하며 권력을 부정한다.

저자는 진보 진영이 정치와 권력을 부정하는 태도를 지적한다.

"내가 진보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갖는 가장 큰 불만은, 분명 그들 역시 정치를 하고 권력을 이용하고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를 위해 다투고 있는데도 늘 언어의 구사에 있어서는 그런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를 권력과 이해관계에 초연한 역사적 역할자로 정의하거나, 또 자신은 원치 않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권력과 이해를 다투게 되었다는 식의 자기 위선과 변명의 문법이 일상화되었다."

대안 없는 진보는 영원히 MB를 물리 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진보 세력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부자 중심의 감세 정책과 사회적 약자의 복지 혜택을 감면하고, 4대강 사업을 통해 환경파괴 등 한국 사회 상위 10% 이내에 드는 사람을 제외하고 이명박을 욕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진보가 가장 유리한 시기에 진보는 대안이 없다. 저자는 알린스키의 말을 빌려 이명박 정부에 냉소하는 진보 운동가들에 대해 따끔하게 충고한다.

"한때 나는 조직가가 필요로 하는 기본적 자질은 불의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분노할 줄 아는 것이라 믿었던 적이 있다. 이제는 나는 분노가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분노하고 냉소하기만을 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모아 그것을 행동으로 그리고 정치적 권력으로 만들어 내어 세상이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현재 한국 정치판에서 바로 적용되는 얘기이다. 요즘 이명박을 비판하고 4대강을 반대하면 모두 진보라고 불리며 함께 반MB 전선을 꾸려 한나라당을 몰아내자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했듯이 정부에 대해 화만 낸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다양한 정치 세력이 연합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응하는 국민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업 정치인 중 진보 정치인이 발을 디딜 틈은 좁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한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고 외치며 묵묵히 국민들의 요구에 경청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끊임없는 실천을 한다면 진보정치인이 설 자리도 조금씩 생길 것이다. 정치의 또 다른 이름은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정치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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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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