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연대 사제들이 17일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1주년 기념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최지용
지난 15일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한 팔당유기농민들은 환호하고 기뻐했다. 하지만 결코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한다. 17일 경기도 양평 두물머리에서 열린 '생명평화미사 1주년 기념미사'에서 유영훈 팔당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편지를 통해 그날의 기쁨과 앞으로 다가올 싸움에 대한 다짐을 전했다. 다음은 유 위원장 편지 전문이다.
존경하는 신부님과 교형자매 여러분께
원고 승소라는 재판장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저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드리며 너무 감격해 저도 모르게 북받쳐 오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뻐 눈물 흘리는 팔당농민들과 포옹한 후 혼자서 정신없이 걸었습니다. 마음껏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명박, 김문수 이놈들아 알겠느냐?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지!'라고 말입니다. 법원 뒤 주차장을 배회하다 제 차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눈물을 토해냈습니다. 그러자 문자가 오고 축하전화가 오는데 말을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날의 감동은 아무리 되돌아보아도 가슴 뛰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선량한 농민을 범죄자로 내모는 권력의 횡포, 지난 2년 동안 정말 깨부수고 싶었습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그러진 한국사회의 추한 모습, 지난 2년 동안 절절히 느끼면서 어떻게 하면 이를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지 절망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고 공기를 살리며 우주대자연과 호흡하는 친환경 유기농을 수질오염원이라고 순박한 농사꾼의 가슴을 할퀴어대던 저놈들을 그렇게 혼내고 응징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수원지방법원 이준상 판사라는 양심적인 한 사람이 농민들이 옳다고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자전거도로나 놀이공원보다 수십년 역사의 팔당 유기농이, 세계유기농대회 개최지로 인정받은 팔당유기농이 덜 공익적일 수 없다는 너무나도 지당한 소리. 우리가 그렇게 정부에게 외쳐된 그 소리를 판사가 농민들을 대신하여 만천하에 밝힌 것입니다.
참으로 통쾌합니다. 속이 후련합니다. 평생 농민들과 벗삼아오며 거치른 길을 걸어온 저는 개인적으로 이같은 극적인 농민들의 승리가 생애 최고의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 아직 우리 사회가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구나, 사법부는 모두 권력의 시녀인줄 알았더니 아직 양심을 지키는 판사가 남아 있구나, 그래서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