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농가를 도태시키고 대규모 기업농을 육성시키려던 축산업 선진화방안은 소와 돼지의 저주를 피할 수 없었다. 말 못하는 소와 돼지는 살처분을 감수하며 이명박 정부의 축산업선진화방안을 거부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정신을 차리지 않고 30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살처분했다. 여기서 끝날 것 같은가. 씻김을 받지 못한 소와 돼지의 영혼은 침출수가 되어 4대강을 향했고 식수원에 스며들고 있다. 문명과 도시와 시민사회를 흉측하게 망가뜨려놓은 정권에 침묵의 복수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이 꺼내든 글로벌미디어그룹 육성이라는 욕망은 미디어 생태계를 절단내놨다. 미디어를 통해 보고 즐길 권리, 알 권리, 비판하고 토론하고 숙의하는 모든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살처분했다. 종편이라는 사유화 기획은 토지로부터 농민을 폭력적으로 몰아냈듯이, 4대강의 생태로부터 시민의 삶을 분리시켰듯이, 출판, 전자, 전파미디어로부터 시민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었다. 남은 것은 코딱지만한 자본금을 내놓고 신방겸영을 보장받은 조중동방송 뿐, 미디어 권리를 살처분당한 시민들의 영혼도 4대강으로 내쫓기고 말았다. 오늘날 4대강은 도시(국가)에서 생명을 박탈당한 모든 살아있는 것들의 죽음의 현장이 되었고, 방송의 공적 생명을 앗아간 최시중은 겉으로 득의양양하나 밤마다 죽은 영혼이 퍼붓는 저주로부터 한시도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없게 되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기어이 대통령 직속으로 두어 정치권력으로부터 형식적 독립성조차 갖지 못하게 하더니, 합의제 운영의 약속조차 파기하는 최악의 방송통제위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윽고 방송통제위원회 3년은 방통위로부터 방송을 사멸시키는 과정이었음이 확인되었다. 최시중은 정치권력이 작동시키는 방송 사멸 기획의 기계를 자임함으로써 온전한 하나의 인격체이길 포기했다. 구제역에 걸린 소와 돼지를 설처분하여 땅에 묻듯이 방송을 땅에 묻었다. 비로소 공영방송의 완전한 해체와 종편채널에 대한 권능의 부여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소와 돼지의 영혼이 식수원이 되어 돌아오듯,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의 권리를 박탈당한 시민의 영혼은 이명박 정권의 집권4년차를 뒤흔드는 이성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최시중이 물러난 자리에 리틀 최시중이 올게 뻔하다면 청와대의 결정에 개의치 않는다. 다만 최시중은 현행범이기에, 방송과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짓밟은 공적이기에 그의 연임을 호락호락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2기 방통위원 구성을 앞두고 최시중의 연임은 없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범죄자 3인방은 오늘 김인규 사장을 불러 수신료를 문제삼는다고 한다. KBS이사회가 결정한 광고를 건드리지 않는 3500원 인상안의 충격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더니 급기야 공영방송의 사장을 불러다 족쳐보겠다는 수를 두고 있다. KBS이사회의 결정은 국민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여 민주적이고 실질적인 효력을 갖지 않지만, 조중동의 기대를 꺾음으로써 조중동방송을 위해 목매온 3인방에 충격과 슬픔을 안겨 주었던 바다. 방통위가 수신료 절차에 있어 의견을 낸다면 기 결정된 3500원안에 대한 행정적 의견만 제시하면 되며, 결정내용에 의문이 있으면 방통위 스스로 찍어 내려 보낸 손병두 이사장과 이사들을 만나면 될 일이다. 공영방송을 관제방송으로 망가뜨려놓은 책임을 물어 적절한 행정지도를 할 것이 아니라면 김인규를 오라가라 할 이유가 없는 일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조차 가소롭게 여기는 무법자들, 방송법과 방통위설치법, 방통위규칙조차 제멋대로 해석하여 월권을 저지르는 범법자들, 수신료에 흠집을 내어 국회에 올림으로써 행여 국회가 처리하게 되면 1000억원 정도의 광고비라도 빼내 조중동방송에게 줄 수 있겠다는 잔머리 굴리는 소리! 광화문을 진동시키고 있다.
미디어 생명 박탈의 방통위 3년, 미디어종사자와 시민사회의 희생은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이제 여기서 끝내자. 방송통제위원장 1기의 단원의 막을 내리자. 최시중은 집으로, 수신료 결정은 국민에게로 돌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
2011년 2월 17일
언론사유화 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 (미디어행동)
수신료인상저지 100일행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