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드.
김덕련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한 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돌아다니던 저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아흐마드를 만났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직원인 아흐마드는 무바라크 퇴진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가했다고 하더군요.
아흐마드는 "부정부패가 너무나 싫었고 무바라크를 권좌에서 끌어내려 그런 문제를 바꿔보고 싶어" 시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아흐마드는 무바라크가 퇴진 결정을 미루던 지난 10일 40여 명과 함께 카이로의 타흐리르 광장으로 갔고, 그곳에서 무바라크 사임 소식을 들었다고 합니다.
아흐마드는 시위가 한창이던 때 국영방송이 보인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타흐리르 광장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국영방송은 시위 때문이 아니라 결혼식 때문에 사람들이 모인 것이라고 보도했다"는군요. 이어 "시위대 모습을 찾아볼 수 없는 예전 타흐리르 광장 모습을 내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알렉산드리아의 한 콥트 교회에서는 올해 1월 1일 폭탄 테러가 발생했는데 그 때문에 종교 간 갈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묻자 아흐마드는 손사래를 치며 "이집트에서 무슬림과 기독교인은 친구이고, 무바라크 반대 시위도 함께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위 과정에서 죽은 사람의 가족이나 다친 사람을 아는지, 안다면 소개해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흐마드는 "경찰이 쏜 고무탄을 50발이나 맞은 압달라라는 친구가 있다"며 바로 전화기를 꺼냈습니다.
압달라를 기다리는 동안 아흐마드는 저를 바닷가로 데려가더니 "무바라크를 몰아내기 위해 모인 수만 명이 (해안선 한쪽 끝을 가리키며) 저기부터 (다른 쪽 끝을 가리키며) 저쪽까지 꽉 채우고 바닷가를 따라 행진했다"고 말하더군요. 이어 "우리가 없었으면 무바라크를 못 끌어내렸을 것"이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습니다.
아흐마드가 "칼레드 사이드는 훌륭한 사람"이라며 사이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압달라가 도착했습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카메라를 든 그의 점퍼 여기저기에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