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구에구엔세스페인 사람들의 얼굴을 표현한 가면을 쓰고 있다.
하연주
이날 행해지는 무용과 음악, 의상 퍼레이드를 통틀어 엘 구에구엔세(El Gueguense)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 뜻이 '앞에서는 복종하는 듯 하나 뒤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행동을 한다.'라는 의미라는데... 그렇다면, 과연 니카라과 사람들이 가면 안에 감추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여기는 우리 땅, 물렀거라!" 니카라과 사람들은 손에 들고 있는 악기로 '찰찰찰~' 소리를 내며, 마치 자신의 나라에 침범해온 옛 스페인 사람들을 내쫒기라도 하는 듯한 춤을 추고 있다. 이렇게 엘 구에구엔세는 스페인 식민 통치에 대한 니카라과 사람들의 저항의식을 축제로 승화시킨 일종의 풍자극이라고 한다. 그들을 보고있자니, 마치 서민들이 탈을 쓰고 양반들을 풍자했다는 우리내 봉산탈춤의 한 장면을 니카라과 버전으로 보는 것도 같았다.
니카라과 민속악기로 연주하고 춤을 추며 행진하는 씨끌벅쩍한 무리를 보면 산 세바스찬 축제는 단지 종교적인 축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 이색적인 축제의식은 스페인으로 부터 전파된 카톨릭 문화와 니카라과 토속 문화가 융합되어 또하나의 독특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