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김 시인의 <바느질 연가>의 '작품 해설'을 통해 김유선(문학박사, 장안대학 디지털문예창작교수)는 아래와 같이 김광자 시인의 시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김 시인은, 치유와 포용의 모성성의 시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바느질이나 차를 소재로 한 시편들에서 치유의 모성성을 보여주며 바다를 통해 화해와 포용의 미덕을 그려내고 있다. 화해의 포용의지가 없는 세계는 그 존재성의 위기에 부딪칠 수밖에 없게 된다.
문학의 효용성 역시 화해와 치유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가난하고 아프고 힘없는 편에서 문학은 화해와 치유성으로 삶을 풍요롭게 이끄는 역할을 그간 담당해 온 것이다."
길 아니면 가지말라는 이도 끝내 이 길을 간다
무덤가는 상여도 등에 풀꽃밭에 쉬어 짚신 코를 돋운다
산 것들의 닳은 맨발이 누워 맞바람만 마신다
야망에 불타던 나그네의 노래도
끝 간 데는 북쪽을 오르기 마련이다
헛디딘 낭떠러지도 벼랑길을 낸다
청년세월 발걸음이 돌부리에 채일 때 아픔을
앗은 줄조차 모르던 희망
구식사랑을 비관하여 목에 길을 맨 파란 만장(輓章)
돌아보면 행복한 운명도 비춰 살았다
지팡일 세우면 평발바닥에 셀 수없이 그어진 족금
길도 속이 있어 걷는 이의 마음을 짚어
길 봇짐 곳곳에 이정표는 자명등(自明燈) 날(日)밝혀 있다
너설길 지돌이길인들 타박 말자
발걸음 휘도록 신발끈을 조여도 길품 없이 내어주는 길
우리는 또 밟아 나서야 하느니.
*지돌이: 험한 산길 바위 같은 것에 등을 대고 돌아가게 되는 곳.
*길품: 남의 갈 길을 대신 내어주는 것.
<길> -김광자
김광자 시인은 향토시인, 그리고 길 위의 시인이기도 하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이도 끝내 이 길을'가는 그 부단한 <길>을 통해, 시인이 가야 할 시의 길과 그 삶의 길 속에서 끊임 없이 시의 길을 모색하는 시인의 영혼을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집 9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주제는 '바다', '어머니', 그리고 '향토애'와 '모성애' 등이다. 그리고 그의 시세계를 이야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지극한 모국어에 대한 사랑이다.
그래서 그녀의 시집에는 친절하게 각주가 많다. 각주의 풀이를 읽어야 우리의 고유어나 방언들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그는 '민족어의 파수꾼이며 정원사'이다. 그리고 '고사되고 사장될 위기의 언어에 생명을 불어넣고 빛을' 불어 넣는 시인이라 하겠다.
김광자 시인은 누구? |
일본 나가사키 출생. 현 부산시인협회 회장, 부산여자대학사회교육원 강사(문예창작), 월간문학 등단, 제 23회 윤동주 문학상, 제 17회 부산시인협회상, 제 4회 설송문학상, 제 3회 바다문학상, 제 1회 해운대 문학상, 제 1회 교단문학상 외 다수 수상. 시집으로는 <해운대 아리랑>, <스쿠르에 잘려나간 발가락 바다>, <바느질 연가> 외 총 9권 출간. |
꽃샘바람 짧은 아쉼인가
작설 보다 청청한 목소리여
천둥소리 깨쳐 발아한 야문 눈꼬리
꽃샘을 시샘터니
종다리 하늘 찢는 연초록 종이여라
봄 하늘 구천 구만리 햇살 뻗은 명잎이여
새 울음 찢어낸 햇순에 종을 달고
내 마음에 청아한
쇠북을 치는 명창이여라
찻잎따는 손마다 명창을 뽑고
입술마다 초록 종달아
귀먼듯 다음(茶吟)을 울려대는 천체여
명잎이여
네 푸른 종소리 마음에 듣는 이
찻물 강 가슴흐르는 찻잎들 계절아 !
<다종>일부-김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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