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준
영월역에서 영월대교를 건널 때 고개를 들어 영월읍 쪽을 바라보면 보인다, 두 남자의 얼굴이. 활짝 웃고 있는 중년의 남자들. 영화배우 안성기와 박중훈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그걸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저 남자들,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어제(2월 17일), 단종 유배지 청령포에서 다시 영월읍내로 돌아와 버스터미널 부근의 모텔에서 묵었다. 이 모텔 입구에는 태권도 선수들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다시 고개를 갸웃. 영월에서 태권도 대회가 열리나? 태권도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왔단다. 어쩐지, 모텔에 들어가는데 앳된 여학생들 서넛이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니.
단체로 투숙한 태권도 선수들 덕분에 모텔은 소란스러웠다. 밤늦게까지 어지럽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이른 새벽에도 그 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들 목소리와 함께. 방음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텔 방 침대에 누워 그 소리를 들었다. 예전 같으면 그 소음이 짜증스러웠을 텐데, 이상하게 느낌이 좋았다. 나도 나이를 먹은 건가, 싶었다.
영월읍은 아주 작았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도로에서 곧장 가면 사거리가 나오고, 그 사거리를 따라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빵집이 있고, 다방이 있고, 옷가게가 있고, 음식점이 있고, 패스트푸드점도 있었다. 빵집은, 서울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 체인점들이었다. 동네 빵집은 여기서도 사라졌나, 했는데 영월대교로 가는 길에 하나 남아 있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날, 그 집에서 빵을 샀다.
유오성 곁에 앉아 사진 찍고 싶게 만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