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고의 그린 디자이너이자 '인사동 티셔츠 할아버지'로 알려진 윤호섭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명예교수
윤호섭
그는 "냉장고를 없애고 난 후 주변에서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주로 어떤 반응이었을까 물어보았더니 윤 교수는 "주변에서 모두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오히려 그런 주위의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지금 이게 거꾸로 된 거에요. 내가 '왜 그렇게 큰 냉장고를 비싸게 사고 그 안에 음식을 넣어놓고 썩혀?'라고 이상하게 그 사람들을 바라봐야 하는 건데…."윤 교수가 냉장고를 없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음식쓰레기 때문. 윤 교수는 "음식쓰레기라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냉장고라는 것은 음식을 넣어놓고 썩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 조리하면 되는데 '남으면 냉장고에 저장할 수 있으니까'라는 생각을 갖고 더 많은 음식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냉장고를 없앤다는 것은 전기 낭비도 막고 음식물쓰레기도 없앨 수 있다는 생각에 실천에 나선 결과 식비도 또한 줄어들었다고 한다. 보관할 수가 없으니 필요량만 구매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결국 식비도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냉장고가 없어지고 소비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윤 교수는 대형마트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주로 시장이나 동네에 채소나 야채, 생선을 트럭에 싣고 와서 팔 때 구매한다.
"대형마트보다 시장이나 동네에 오는 트럭에서 오히려 더 신선한 식품을 필요한 만큼 살 수 있죠."윤 교수는 "필요한 양만 조금조금 사는 게 곧 절약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가면 대부분 묶음상품이나 대용량으로 팔아서 조금씩 살 수가 없는데 이렇게 구매하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버리는 양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냉장고를 없애고 11년을 살아온 경험주의자 윤호섭 교수의 지론이다.
대형마트를 피하면 냉장고가 숨 쉰다."임신하고도 운동을 대형마트에서 할 정도로 (마트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재래시장만 가요."대구 수성구에 사는 김유정(31)씨는 냉장고 문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1+1로 샀던 우유는 유통기한을 지나 버릴 수밖에 없었고 대형 마트에서 다량으로 구입했던 다른 음식들도 꺼내 먹기 힘들었다. 김씨는 자신이 과소비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자주 이용하던 마트 대신 근처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소비 패턴을 바꾸었다.
"그동안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레토르트 식품을 구입하고 냉장고에 무슨 음식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넣어두었는데 이제는 재래시장에서 일주일에 3번에서 4번 정도 장을 봐요."
▲김씨는 달걀에 유통기한을 적어 기한 내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 냉장고 내부를 정리했다.
김유정
그는 문 앞에 재고량을 체크할 수 있는 표를 만들고 새로 사온 물품들의 영수증을 붙여 한눈에 볼 수 있게 해 두었다. 김씨의 월 식료품비 지출은 60만원~70만원에서 현재 50만원으로 대략 16%이상 감소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예전보다 1/3이상 줄었다.
이어 김씨는 "묶음 상품을 무조건 사는 것보다는 100g당 가격을 비교 한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알뜰 노하우를 전했다.
재무 상담사인 박미정(리얼와이즈 컨설팅)씨는 "수입 대비 생활비 지출이 커서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돈 관리 방법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온다. 이들은 마트에서 대량 구매하고 그것을 보관할 수 있는 큰 냉장고를 선호하며 결국 더 많이 사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한 회원인 김미나(가명, 34)씨에게 냉장고 비우기 프로젝트를 권유했고 김씨는 마트에 가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만으로 2개월을 버텼다. 그는 이제 가급적 냉장고를 채우지 않으려고 한다. 필요할 때 마다 그때그때 사먹고 적정 금액만큼 들고 가서 장을 본다.
박씨는 "마트에는 사람들이 구매하게끔 만드는 여러 마케팅 요소들이 숨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무장 해제된 채 당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며 "묶음 상품도 결과적으로 더 많은 양을 사고 다 못 먹고 버리는 양이 늘어나지만 사람들은 싸게 구매한 것만 기억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최신 냉장고와 같이 거대한 저장 공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대형마트 보다 일반 재래시장에서 장보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냉장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
(1) 사전계획을 통한 식품구입의 소비문화 정착 1주일 식단을 미리 꼼꼼하게 계획해 필요한 식품만 적정량 구입하는 소비문화가 생활 속에 정착되어야 한다.
(2) 냉장고의 식품 보관 시 라벨링을 통한 선입선출 방식을 도입. 유통기한 초과로 인한 음식물 쓰레기의 배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넣은 것부터 먼저 꺼내 사용하는 선입 선출식 식품사용이 필요하다. '식품명'과 '보관기간 또는 유통기한'이 기재된 라벨을 보관용기에 부착하는 방법이 있다.
(3) 냉장고의 청소 및 정리정돈은 일주일 단위로 일주일 단위로 냉장고의 보관된 식품을 점검하고, 계획성 있는 식품 구입을 위해서도 냉장고의 청소 및 정리정돈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4) 실천정도와 음식물 쓰레기의 감량정도를 확인을 생활화한다. 계획성 있는 식품 소비와 효율적인 냉장고 보관 및 관리가 지속적으로 생활 속의 실천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은 어느 정도 감량되었는지에 대한 확인과 점검(체크리스트 사용 등)을 생활화 해야 한다. [대한주부클럽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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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구태우, 김재우, 박종원, 정민지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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