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운위, 학생·학부모·교사 합의안 묵살!

- 소사고등학교 생활인권규정개정 합의안을 학운위가 부결시켜

등록 2011.03.01 10:27수정 2011.03.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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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5일 경기도학생인권조례가 공포되고 거의 대부분의 학교들이 생활규정개정 작업을 완료하였다. 학교생활인권규정 개정과정에 학생이 학교의 새로운 주체로 인정받은 첫 번째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간 학교의 어떤 의사결정과정도 학생 대표조차 참여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반해서 이번 생활인권규정 개정 작업에는 학생들이 교사들과 동수로 참여하고 학생 설문이나 공청회 등이 열리면서 학생들의 인권 의식 뿐 아니라, 학교 안에서 인권친화적인 문화를 만들고,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서로 대화의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문제도 많았다. 학생들의 의견은 수렴하였으나, 일방적으로 무시된 경우를 비롯하여 과정은 문제없이 거쳤으나 학생·학부모·교사들의 합의로 학생들의 인권을 제한하고 통제하는 규정, 특히 상벌점제의 규정강화 등은 경기도학생인권조례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부천소사고등학교에서도 그동안 합의점을 찾지 못했던 용의복장규제 문제와 상벌점제 문제에 대해 지난 2월 7일 규정개정심의위원회의 위원들은 쟁점을 해소하고 이들을 모두 삭제하는데 합의를 보았다. 작년 말, 참관을 거부당한 학생 주체들의 참여와 규정개정심의위원회에 참여했던 학생·학부모·교사들이 규정에 대한 교육적·인권적 접근을 시작하고 받아들이면서 이루어진 쾌거였다.

 

그러나, 한 달도 안 되어 학교의 최고 심의기관인 학교운영위원회는 생활규정개정심의위원회에서 제출한 학생·학부모·교사의 합의안에 용의복장규제조항을 다시 넣을 것과 상벌점제의 존속을 주장하며 안건을 부결시켰다.

 

학운위가 학교 최고의 심의기관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었다면 개정심의위원회가 진행되는 4개월 동안 충분히 그 통로가 있었으며, 이런 의견들은 개정심의원회 속에서 충분히 의논되고 토론된 바 있다. 생활규정개정심의위원회가 4개월여를 끌어온 이유도 이에 대한 합의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용의복장규제조항과 상벌점제의 문제는 4개월여간의 토론과정에서 그 핵심 내용이었고, 끝까지 쟁점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쟁점 사안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해 이를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어렵게 여겨졌던 쟁점들은 오랜 숙고의 과정과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결정된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은 학운위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학운위는 학운위 위원 개인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준 것이 아니라, 학교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도록 하고 그 대표의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학교를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원들이 합의를 무시한다면 학운위의 존립 자체를 스스로 위태롭게 만든 것이다.

 

소사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는 이제 학교구성원들에게 그 신뢰를 잃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이번 사태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 그리고 재심의뿐이다. 이를 계기로 소사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가 그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거듭나야 할 것이다.

2011.03.01 10:27ⓒ 2011 OhmyNews
#경기도학생인권조례 #학교운영위원회 #인권 #생활규정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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