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네온 십자가도시의 밤을 밝히고 손님을 끌고있는 간판과 뭐가 다를까?
김민수
<한겨레>(3월 4일자)에
불야성 교회 LED 교회첨탑 "잠 좀 자게 해주소서" 라는 기사가 게제되었다. 교회 첨탑과 십자가는 점점 높아지고 화려해지고 있지만, 최근 개신교 전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교회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타락하고 본질과 멀어질수록 외향적인 것들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첨탑과 거대한 네온사인 십자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미 오랜 전부터 네온사인 십자가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개신교 내에서도 있어왔지만, 그것은 하나의 유행처럼 퍼져나갔고 이제 웬만한 시골에서도 붉은 네온사인을 밝힌 교회를 만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심의 경우 조그만 높은 곳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그야말로 '붉은 십자가' 천지다. 그렇게 십자가가 많은데도 하나님 나라가 요원하기만 한 것은 아이러니다. 아니, 아이러니가 아니라 겉모습만 화사한 껍데기였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나의 고백, 나도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를 세웠다붉은 네온 십자가를 볼 때마다 나는 화사한 간판으로 손님을 유혹하려는 상술을 보는듯하여 거부감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징성을 담고 있어야 할 십자가가 장식품이 되고, 심지어는 그 자체를 신성시하면서 십자가의 의미를 상실해 버린 점 때문에라도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는 목사인 나에게도 혐오스러운 존재였다.
1989년, 경기도 성남시의 한 민중교회에서 시무할 때에 함께 지역사회에서 사역을 하던 서덕석 목사와 교류가 있었다. <때로는 눈먼 이가 보는 이를 위로했다>라는 그의 시집에 십자가와 관련된 시가 있었다. 전문을 외우지는 못하지만 머리에 각인된 문장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깃세나 축내는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라는 문장이었다. 그때, 나는 교회를 세우더라도 전기료나 축내는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를 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제주도 종달교회에 시무하면서 나는 그토록 혐오하던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를 세웠다. 동네 초입에 있는 교회는 마을과 떨어져 있었고, 시골의 밤은 가로등 외에는 별다른 표식이 없었다. 게다가 시골이었기에 다른 교회도 없었다. 밤이면 그것이 하나의 표식이 되기도 해서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들도 크게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곳이라면 십자가 하나쯤은 있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아, 그런데 집 앞에 교회가 생겼다! 작년에 집 앞 상가건물 지하에 교회가 들어왔단다. 그런가 싶었는데, 며칠 지나고 나니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와 간판을 달았다. 길 건너가 바로 우리집 안방이다보니 창문을 열면 바로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와 교회간판의 환한 빛이 눈부시다. 커튼도 없는데, 불빛이 너무 강해서 잠을 자는데 방해가 된다.
목사인 나도 짜증이 나는 상황인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게다가 조금 이상한 교회인지 예배를 볼 때면 건물 입구에 달린 스피커로 예배 드리는 소리가 들리게 해놓았다. 주로 마이크의 소리만 스피커가 중계(?)를 해주니, 목사의 찬양하는 소리와 설교소리가 소음으로 들려온다. 찬양을 잘하거나, 설교 내용이라도 좋으면 참을 만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아니다.
금요일 밤에는 철야기도를 한다고 시끌벅적하고, 주일 아침이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찬송가 소리가 요란하다. 여름철에는 시끄러워서 창문을 열어놓지도 못한다.
어차피 도심이라 이런저런 빛이 많아 안대를 차고 자는 경우가 많았는데, 교회가 생긴 이후에는 안대 없이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십자가는 기념물·상징물이 아니라 옥외광고물<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강남구청에서는 십자가 탑 조명과 관련한 민원에서 "교회 십자가는 기념물·상징물로 옥외광고물이 아니므로 허가나 신고를 받지 않고도 설치할 수 있다"고 답변을 했다고 한다.
붉은 네온사인 한 가지 색만으로도 모자라 LED조명으로, 게다가 다른 옥외광고물처럼 현란한 조명의 변화까지 주는 십자가 첨탑과 네온사인 십자가는 이미 상징물이나 기념물이 아니라 "여기, 교회가 있소!"라고 알리는 광고물이다. 당연히, 주변에 그로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있다면 규제해야 한다.
왜 그리 십자가 첨탑도 많고,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도 많을까?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고 한다. 기독교국가에서 온 이들조차도 한국 도심의 야경을 보면 그 많은 십자가 때문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각설하고, 교회가 도시에 집중되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 우후죽순식으로 생기다 보니 자기 건물보다는 상가건물을 임대해 개척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자기 건물은 없고, 교회가 있음을 알리기는 해야겠고, 그리하여 교회의 첨탑은 점점 높아지게 된 것이다. 다른 교회보다 더 높게, 다른 건물보다 더 높게. 아파트 주변의 상가건물은 한 건물에 몇 개의 교회가 있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같은 층에 각기 다른 교회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결국, 교회 간의 경쟁과 얄팍한 상술이 결합하면서 전기료나 축내는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가 서울의 하늘을 점령하게 된 것이다.
붉은 네온사인 십자가가 하도 두들겨 맞으니 하얀 색 혹은 녹색의 십자가도 등장을 했지만 내용면에서 그리 다르지 않다. 한 동네에 하나 정도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교회 첨탑과 십자가를 높이지 말고 신앙 수준 높여야한국교회 교인들의 신앙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교인들의 문제만은 아니고 복합적인 문제들이 있지만, 대략 목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로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초등학생들을 비하하려고 하는 말은 아님)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신앙으로 다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신학교의 난립과 교단의 분열은 무자격 목사들의 배출을 용이하게 했고, 어느 종교에서나 있기 마련인 이단아들의 기복주의적인 신앙은 한국인의 종교적인 심성(다른 민족에 비해 종교적인 심성이 강하다고 한다)을 자극하면서 급성장했다. 거기에다 유교적인 사상까지 가세하면서 목사의 권위가 쉽게 먹혀들면서 교인들의 맹종이 당연시되고, 결국에는 '사이비' 목사들의 천국이 돼버렸다. 물론, 비인가 신학교를 나오거나 아예 그런 것하고도 관계가 없는 무자격 목사들만 문제가 아니라 정규신학교를 나와서도 '사이비'에 해당되는 목사들도 있다.
이제 결론을 말하자. 한국교회는 교회 첨탑과 십자가를 높이는 데만 힘쓰지 말고, 신앙의 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써야 한다. 한국교회여, 전기료나 축내는 도시의 십자가를 허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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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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