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마쓰모토 다케아키는 누구인가
간 총리는 재일동포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한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의 후임으로 마쓰모토 다케아키 부대신을 임명했다. 도쿄대학 법학부 출신으로 아버지 마쓰모토 주로(松本十郎)가 1989년 가이후 내각에서 방위청 장관에 취임하면서 장관 비서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6년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으며 4년 뒤 처음으로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4선 의원으로 재정 및 금융정책에 밝다. 또한 민주당의 정책조사회(우리의 정책위원회) 회장, 중의원 무력공격사태 대처에 관한 특별위원회와 안전보장위원회 이사를 역임하면서 민주당의 외교·안보정책 수립에도 깊게 관여하기도 했다.
마쓰모토 신 외상은 미일관계를 중시하는 미일동맹파로 후지사키 이치로 주미대사가 그의 사촌형이지만 우리와는 악연이 있다. 러일전쟁 후 초대 조선통감으로 부임했다가 1909년 10월 안중근 의사에 의해 암살당한 이토 히로부미가 그의 외고조부에 해당한다. 마쓰모토 외상의 어머니가 이토 히로부미의 차녀의 손녀다.
간 총리가 마쓰모토를 외상으로 지명한 것은 작년 9월 외무 부대신 취임 이후 마에하라 외상과 콤비를 이뤄왔던 만큼 외교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산적해 있는 외교과제를 처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지만, 그의 전도는 가시밭길이다. 마쓰모토 신 외상은 부대신 시절 환태평양파트너십협정(TPP) 문제와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 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간 정권이 중시하는 경제외교나 미일관계에는 정통할지 모르나 한국이나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미지수다.
미일동맹파 외상의 첫 번째 외교과제는 중국
그런 의미에서 G8 외무장관 회담에 이어 19일 교토에서 열리는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이 그의 외교능력을 시험하는 첫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마에하라의 사임 이후 중국이 보인 이중적인 대일 태도에 대해 신임 외상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3월 7일의 기자회견에서 동중국해의 가스전 공동개발을 위한 조약체결 교섭의 재개를 시사하면서 중일관계 개선에 의욕을 표명한 반면, 가스전 개발을 담당하는 중국의 국영 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간부인 송언라이(宋恩來)는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춘샤오(일본 이름은 시라카바=白樺) 가스전에서 이미 석유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것은 일본과의 합의에 반하는 것으로 양국 관계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작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이) 주변 해역에서 중국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고의로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양국 관계가 급랭했었던 것은 우리의 기억에 아직 선명하게 남아있다. 중국 측이 정상회담의 보류, 각료급 교류의 중단, 희토류의 대일수출 제한, 군사시설 무단촬영한 일본인의 억류 등 강경책을 잇달아 내놓자 일본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나포한 중국인 선장의 처분을 보류하고 석방했다. 일본 정부는 중일 간에는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으며 선장의 석방은 국내법에 입각해 엄정하게 처리한 결과라고 설명했지만,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었다. 보수적인 <산케이신문>은 중국의 압력에 굴복해 일본 정부가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사건 이후 중일 양국은 표면적으로 이 문제가 우호적인 양국관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서 관계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작년 11월 초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중일 간의 개별 정상회담은 열리지 못했지만, 이어 요코하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약 20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중일 정상회담을 가져 최악의 상황은 회피했다.
아베 신조의 방중과 중일 '전략적 호혜관계', 동중국해 자원의 공동개발 합의
돌이켜보면 지난해 어선충돌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센카쿠열도 문제는 안정적인 상황이 계속되었는데, 그 계기가 된 것이 2006년 10월의 아베 신조 총리(당시)의 중국 방문이었다. 일본의 총리로서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는 중일 두 나라가 세계 규모의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때 양국은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합의가 어려운 영토와 영해문제를 보류해 두고 센카쿠열도 주변의 동중국해를 '평화․협력․우호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양국이 대화와 협의를 계속하고, 공동개발이라는 큰 틀 속에서 동중국해 북부에서의 공동자원개발과 가스전 시라카바 개발에의 일본법인(기업)의 참가에도 합의했다.
시라카바 가스전은 일본 측이 중일 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의 경계선이라고 주장하는 중간선 부근의 해역에 있으며, 춘샤오는 이 중간선에서 불과 4-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지하에서 일본 측 해역과 이어져 있다. 일본 측은 중국이 이곳에서 가스 채굴을 하면 일본 측 가스가 빨려갈 우려가 있다면서 개발의 중지와 관련 정보의 제공을 요구해왔는데, 이에 대해 중국 측은 춘샤오 가스전에서의 채굴은 중간선 동쪽의 일본 측 수역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일본 측 요구를 일축해왔었다.
그간의 경위에 비춰보면 동중국해에서의 공동 자원개발 합의는 양국의 전략적 호혜관계의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2006년 10월의 합의를 바탕으로 양국은 2008년 6월에는 일본법인의 출자와 출자비율에 따른 이익 배분에 했으며, 2010년 5월 일본을 방문한 원자바오 총리는 하토야마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공동개발을 위한 조약체결 교섭을 조기에 시작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어선충돌사건 이후 중국은 조약체결을 위한 교섭의 연기를 일본에 통보한 바 있다. 또한 중국 측이 채굴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기자재의 반입은 기존 설비의 수리를 위한 것이지 석유 채굴과 관계없다고 일본 측에 알렸지만, 가스전 주변 해면이 변색이 것이 관찰된데 이어 중국해양석유총공사 간부가 채굴 사실을 직접 확인한 것은 가스전 개발이 생산단계에 들어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양국 간의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중일,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2012년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예산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외교정책의 사령탑이 교체되는 등 일본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떠오른 중국의 일방적인 가스전 개발 문제는 간 정권의 치명적인 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특히, 일왕의 인증식을 거쳐 정식으로 외상에 취임할 마쓰모토 외상으로서는 G8 외무장관회담이나 한중일 외무장관회담 등의 외교일정을 소화하기 이전에 국회에서의 호된 신고식부터 치러야 할 판이다.
또한 지난 2월말에 열린 중일 간의 외무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국교정상화 40주년이 되는 2012년을 양호한 분위기 속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지만, 중국에 대한 일본의 불신감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자민당으로부터 정권을 획득한 민주당은 대등한 미일관계와 아시아 중시라는 외교방침을 천명했지만, 하토야마 전 총리의 퇴임과 간 나오토 총리의 취임 이후 하토야마가 강조했던 동아시아 공동체 구축 구호는 사라지고 미일관계 중시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 뒤에 급속하게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며, 일본의 외교안보의 기축은 미일동맹이라는 점에 있어서는 자민당과 다르지 않다.
2011.03.09 17:41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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