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에 희생된 사실을 전한 <커먼드림즈>.
<커먼드림즈>
"얼마나 많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죽어야 뉴스가 된다는 건가?"미국 대안 언론
<커먼드림즈(Common Dreams)>가 8일(현지 시각) 게재한 글의 제목이다(<커먼드림즈>에 대해서는 데니스 하트 해외통신원의
<"적으로 삼아 마땅한 자들과 싸운다">를 참조). <커먼드림즈>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의 공습으로 죽어간 아이들에 관한 미국 주요 방송들의 보도 때문이다. <커먼드림즈>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3월 1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주에서 땔감을 모으다 미군과 나토군 헬리콥터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이들 : 9명.3월 6일까지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인) ABC, CBS, NBC의 아침 및 저녁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 아이 9명이 살해된 것에 관한 이야기 : 2건."<커먼드림즈>는 이 2건의 보도에 대해 "하나는 NBC <나이틀리 뉴스>에 나온 80단어짜리 리포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군과 나토군이) 공습 과정에서 9명의 아프가니스탄 아이를 실수로 죽인' 후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에 싫은 소리를 했다'고 짧게 전한 ABC <일요일 월드뉴스>"라고 밝혔다.
<커먼드림즈>는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 현황도 전했다.
"PBS <뉴스아워>? '오늘의 다른 뉴스' 부분에서 두 번 짧게 언급. NPR? 전혀 보도하지 않음. '자유주의 성향의' MSNBC? 0. 폭스뉴스? 0."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자국 군대가 개입된 민간인 희생의 실상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그로 인해 겪고 있는 아픔도 충실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커먼드림즈>는 "사람들은 종종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대체로 잊힌 전쟁이라고들 하는데, 이 말은 보통 미군 장병들이 겪는 고초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인다"며 "(그러나)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매우 적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공습으로 많은 시민을 죽였다'고 나토군을 비난한 사례가 (아이 9명이 죽은 일을 포함해) 적어도 3번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요 뉴스가 되려면 아이들이 얼마나 죽어야 할까?<커먼드림즈>에 같은 날 실린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충분히!'라는 글에는 이 3건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최근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ISAF, 한국군도 여기에 배속돼 있다)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희생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2월 17일(현지 시각) 카피사 주에서 민간인 5명 사망이 지역의 아프가니스탄 관리가 나토군이 주도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으로 어른 3명과 아이 2명(각각 12세, 13세)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희생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해 절망적인 심정으로 새 사냥 도구를 나르고 있었다. ▲ 2월 20일(현지 시각) 낭가하르 주에서 민간인 6명 사망공습에 나선 나토군의 미사일이 부모와 네 자녀가 사는 집에 떨어져 일가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사일이 이들의 집 지붕을 직접 때리는 모습이 <로이터통신> 사진에 포착됐다. 일가족 중 과다 출혈로 사망한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군인이었다. ▲ 3월 1일(현지 시각) 쿠나르 주에서 민간인 9명 사망이 글 첫머리에서 거론한 바로 그 사례다. 미군과 나토군 헬기의 공격으로 소년 9명(7~9세)이 죽고 1명이 다쳤다. 어떠한 경고 신호도 없었고 아이들은 "차례로" 기총 사격의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은 모두 가난한 집 출신으로 산에서 땔감을 줍고 있었다.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3월 1일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 전날 반군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국제안보지원군이 헬기를 동원해 수색하다가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국제안보지원군의 손에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이 "비통한 일"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일(현지 시각)부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미국을 비판하는 시위가 연이어 열렸다. 또한 희생된 두 소년의 형인 무함마드 비스밀은 미군 사령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칼라시니코프 소총, 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를 들거나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싸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커먼드림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