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9명 죽은 건 주요 뉴스가 아닌가요?"

미국 대안 언론 <커먼드림즈>, 주요 방송사들의 아프가니스탄 보도 비판

등록 2011.03.09 20:12수정 2011.03.09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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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에 희생된 사실을 전한 <커먼드림즈>.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에 희생된 사실을 전한 <커먼드림즈>.<커먼드림즈>

"얼마나 많은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이 죽어야 뉴스가 된다는 건가?"

미국 대안 언론 <커먼드림즈(Common Dreams)>가 8일(현지 시각) 게재한 글의 제목이다(<커먼드림즈>에 대해서는 데니스 하트 해외통신원의 <"적으로 삼아 마땅한 자들과 싸운다">를 참조). <커먼드림즈>가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얼마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과 나토군의 공습으로 죽어간 아이들에 관한 미국 주요 방송들의 보도 때문이다. <커먼드림즈>는 이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3월 1일(현지 시각) 아프가니스탄 쿠나르 주에서 땔감을 모으다 미군과 나토군 헬리콥터의 공격으로 사망한 아이들 : 9명.

3월 6일까지 (미국의 3대 공중파 방송인) ABC, CBS, NBC의 아침 및 저녁 뉴스에서 아프가니스탄 아이 9명이 살해된 것에 관한 이야기 : 2건."

<커먼드림즈>는 이 2건의 보도에 대해 "하나는 NBC <나이틀리 뉴스>에 나온 80단어짜리 리포트이고, 다른 하나는 '(미군과 나토군이) 공습 과정에서 9명의 아프가니스탄 아이를 실수로 죽인' 후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미국에 싫은 소리를 했다'고 짧게 전한 ABC <일요일 월드뉴스>"라고 밝혔다.

<커먼드림즈>는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 현황도 전했다.

"PBS <뉴스아워>? '오늘의 다른 뉴스' 부분에서 두 번 짧게 언급. NPR? 전혀 보도하지 않음. '자유주의 성향의' MSNBC? 0. 폭스뉴스? 0."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자국 군대가 개입된 민간인 희생의 실상도,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그로 인해 겪고 있는 아픔도 충실히 다루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다.

<커먼드림즈>는 "사람들은 종종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대체로 잊힌 전쟁이라고들 하는데, 이 말은 보통 미군 장병들이 겪는 고초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쓰인다"며 "(그러나)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매우 적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공습으로 많은 시민을 죽였다'고 나토군을 비난한 사례가 (아이 9명이 죽은 일을 포함해) 적어도 3번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요 뉴스가 되려면 아이들이 얼마나 죽어야 할까?

<커먼드림즈>에 같은 날 실린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을 죽이고 있다. 충분히!'라는 글에는 이 3건에 관한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최근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ISAF, 한국군도 여기에 배속돼 있다)에 의해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희생된 사례는 다음과 같다.

▲ 2월 17일(현지 시각) 카피사 주에서 민간인 5명 사망
이 지역의 아프가니스탄 관리가 나토군이 주도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으로 어른 3명과 아이 2명(각각 12세, 13세)이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희생자들은 지난 몇 달 동안 고기를 먹지 못해 절망적인 심정으로 새 사냥 도구를 나르고 있었다.

▲ 2월 20일(현지 시각) 낭가하르 주에서 민간인 6명 사망
공습에 나선 나토군의 미사일이 부모와 네 자녀가 사는 집에 떨어져 일가족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사일이 이들의 집 지붕을 직접 때리는 모습이 <로이터통신> 사진에 포착됐다. 일가족 중 과다 출혈로 사망한 아버지는 아프가니스탄 군인이었다.

▲ 3월 1일(현지 시각) 쿠나르 주에서 민간인 9명 사망
이 글 첫머리에서 거론한 바로 그 사례다. 미군과 나토군 헬기의 공격으로 소년 9명(7~9세)이 죽고 1명이 다쳤다. 어떠한 경고 신호도 없었고 아이들은 "차례로" 기총 사격의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진다. 아이들은 모두 가난한 집 출신으로 산에서 땔감을 줍고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인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는 '3월 1일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그 전날 반군의 로켓포 공격을 받은 국제안보지원군이 헬기를 동원해 수색하다가 '실수'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국제안보지원군의 손에 민간인이 희생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 후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부 장관이 "비통한 일"이라며 사과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 시민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5일(현지 시각)부터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미국을 비판하는 시위가 연이어 열렸다. 또한 희생된 두 소년의 형인 무함마드 비스밀은 미군 사령관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가 택할 수 있는 건 칼라시니코프 소총, 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를 들거나 자살 폭탄 조끼를 입고 싸우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커먼드림즈>는 전했다.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에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커먼드림즈>.
미군을 중심으로 한 국제안보지원군의 공습에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희생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커먼드림즈>.<커먼드림즈>

민간인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 반복... 실수일까?

이와 함께 <커먼드림즈>는 나토군이 한 일인지 논란이 되고 있는 민간인 희생 사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상황을 정리했다.

▲ 2월 17~19일(현지 시각) 사이 쿠나르 주에서 민간인 약 65명 사망
이 지역 관리가 희생자 중 절반 이상이 여성과 아이라고 확인해줬다. 아프가니스탄 조사팀의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마을 사람들은 총소리와 머리 위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자마자 (예전에 소련에 맞서 싸웠던) 성전 당시 무자헤딘(이슬람 전사)들이 사용하던 오래된 참호로 앞 다퉈 피했다.'

'참호까지 가는 데 성공한 사람들은 연합군 헬리콥터가 발사한 로켓 혹은 폭탄에 맞아 참호가 무너질 때 죽었다. 참호로 가던 중 로켓이나 총탄에 맞아 죽은 사람들도 있다.'

<커먼드림즈>는 "풍부한 증거가 있음에도 나토는 '민간인 희생자는 없다'고 주장했고 나중에는 '사망자들 중에 반군이 있다'고 했다"며 "그렇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러한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패널은 미군이 주도한 공격에서 40명의 어린이를 비롯한 약 65명이 사망했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커먼드림즈>는 그동안 나토군이 "처음에는 민간인 사상자 발생 부정-> 그 다음엔 반군 비난-> 때때로 사상자 수를 수정해 인정하고 조사-> 아주 드물게는 마지못해 사과"라는 모습을 보여왔으며 "이것은 이미 악의적인 패턴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간인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실수'라고 해명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나토군은 아주 작은 물체까지 정확히 볼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는 왜 그렇게 많은 민간인들이 죽어가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10년에 걸친 외국군의 주둔과 간섭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커먼드림즈>는 지난해 두 명의 임산부와 남성들 및 10대 소녀가 나토군의 야간 공습으로 숨진 사건 등을 거론하며, 최근 발생한 비극들을 일회성 사건이나 단순한 부주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시작된 후 패턴처럼 계속된 민간인 희생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커먼드림즈>가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겪는 고통을 모두 외국 군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니다. <커먼드림즈>는 "무장 반군들의 자살 폭탄 테러로 최근 약 100명의 민간인이 죽었다"며 "시민들은 나토군과 국제안보지원군 뿐만 아니라 무장 반군들의 자살 폭탄 공격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커먼드림즈>는 아프가니스탄 민간인들이 일상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살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책임을 외국 군대 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정부, 탈레반, 군벌들에게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커먼드림즈>는 "지난 10년에 걸친 외국군의 주둔과 간섭은 아프가니스탄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며, 민간인 희생이 이처럼 계속되는 것은 군사력을 앞세워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풀려 한 것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랜 전쟁과 (외국 군대의) 점령은 폭력을 고조시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좋은 영향보다는 해악을 더 많이 끼쳤고 평화를 이룰 기회를 멀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커먼드림즈>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는 10월 7일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직후 '항구적 자유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 사이 탈레반 정권은 무너졌지만,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항구적 자유'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미국의 대안 언론 중 하나인 <커먼드림즈>.
미국의 대안 언론 중 하나인 <커먼드림즈>.<커먼드림즈>
#아프가니스탄 #민간인 희생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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