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대산 농가 식당에서 먹은 음식들
최지혜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마을 농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식당 앞에서는 다양한 견과류를 팔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일행들이 앞에 서서 구경을 하니 아주머니가 신이 나서 이름을 알려주신다. 그 중에는 토마토를 말린 것이 있는데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하다.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어르신이 안쓰러워 팔아드리고 싶었으나 짐만 될 것 같아 망설이다 그냥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마을 농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허름하고 작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2층 건물에 깔끔한 편이다. 식당을 오기 전 가이드가 미리 얘기를 해뒀다. 산골 농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라 직접 재배한 것들로만 이루어진 음식인 만큼 기대는 하지 말라며, 대신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이라는 것. 그래서인지 식탁에는 거의 풀대기 뿐이다. 속이 쓰리니 따뜻한 국물을 기대했건만, 나의 속을 달래줄 음식은 없어보인다.
그나마 국물로 보이는 거라곤 토종닭을 삶아서 나온 육수. 마음 같아서는 그 국물이라도 후루룩 마시고 싶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 독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식사를 마치고 차 한 잔에 해장을 맡겼다. 그래도 따뜻한 차를 마시니 속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협곡 트레킹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화장실을 가두어야 할 것 같아 식당 1층에 있는 화장실을 갔다가 '뜨악'하고 말았다. 겉에서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더니 말로만 듣던 문 없는 화장실이라니…. 한줄로 이어진 구멍에 두개의 칸막이만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용기는 도저히 생기지 않아 꾹 참기로 한다. 오래 전에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화장실이 아직도 있다는 것이 신기해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시골은 아직 그렇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