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2시 46분에 일어난 매그니튜드 9.0 규모의 히가시니혼(東日本) 대지진의 피해가 사흘째인 오늘(13일)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상자 수 만해도 2500여 명(NHK)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겁니다. 현재 쓰나미 대경보가 발령된 지역인 미야기, 이와테, 이바라키 등은 다시 쓰나미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피해지역에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때문에 대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일각에서는 1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1995년의 한신아와지 대지진 사상자가 6000명이었는데 거의 두배에 가깝습니다.
새벽에 대지진 발생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하지만 다행스러운 측면도 있어요. 만약 그때처럼 새벽녘에 이 지진이 왔다면 십만 이상은 죽음을 당했을 겁니다. 그나마 오후에 와서 사람들이 쓰나미를 피할 시간적 여유가 조금은 있었지요.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보통 오키(沖)지진으로 부르는데 이런 지진의 경우 반드시 쓰나미의 위험이 있는지 없는지 경고방송을 내도록 돼 있습니다.
이번 히가시니혼 대지진의 경우 쓰나미가 올 위험이 아주 크므로 바로 대피하라는 경고방송이 나왔구요. 실제 15분여 지나서 바로 쓰나미가 몰려 들었죠. 그러니까 일단 15분간의 대피시간은 있었던 겁니다. 새벽에 이런 지진이 났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매그니튜드 9.0이 얼마나 엄청난 지진이냐면 지금까지 인류가 측정한 지진관측 사상 4번째 규모이구요. 얼마전 있었던 뉴질랜드 강진의 7000배 이상 에너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 이번 지진은 두번째 여진, 그러니까 금요일 오후 3시경인데요. '수직형 여진'이 왔습니다. 제 발밑에서 뭔가 펌프 같은 것이 쿵쾅거리더군요. 정말 공포스러웠습니다. 지진은 수평형과 수직형으로 나뉘는데 수직형 지진이 수평형 지진보다 10배 이상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신아와지 대지진도 수직형이었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거지요. 정말 언젠가 오리라는 도카이 대지진이 바로 이런 거구나 라는 두려움이 온 몸을 감싸더군요.
또 이번 지진의 문제는 사흘째인 지금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있는 도쿄도 평균 한 시간에 한 번씩은 꽤 큰 흔들림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 지진의 진앙지도 최초 지진발생지인 미야기현 오키지역뿐만이 아니라 여러 군데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12일 토요일 새벽에는 나가노북부 니이가타 쥬에츠 지역에서 진도 6.2의 지진이 새로 발생했고 방금전 13일 일요일 오전 10시 28분경에도 다시 진도 6.7의 지진이 후쿠시마에서 발생했습니다. 도쿄는 '진도 4약'이라고 하네요.
도쿄에서 180km 떨어진 후쿠시마... "비 맞지 말라"
특히 후쿠시마는 이번 지진의 가장 큰 핵심지역인데요.
한국 언론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지만 후쿠시마는 원자력 발전소 1호기부터 5호기가 설치된 지역인데 이미 폭발이 보도된 1호기, 4호기에 이어 3호기도 긴급상황이라고 합니다. 벌써 확인된 피폭자만 18명에 달하고 있는데 피폭자가 나왔다는 것은 이미 방사능이 누출된 상황이라는 것이죠. 체르노빌 사태를 보면 알겠지만 체르노빌은 반경 500km까지 거의 폐허로 만들어 버렸죠.
그런데 이 후쿠시마는 도쿄에서 불과 180km 떨어져 있습니다. 벌써부터 비 맞지 말라는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방송의 보도가 원전 상황으로 옮겨간 것도 그만큼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한편 일본의 지진전문가들은 최초 미야기현에서 발생한 지진이 나가노에서, 또 다시 후쿠시마로 진앙지를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조만간 도쿄 인근 수역을 진앙지로 하는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정말 뭐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 그래도 총체적 위기입니다.
빵, 생수는 어디에도 없다... 어쩔 수 없는 사재기 현상
그래서일까요? 현재 도쿄에서도 각종 생필품이 동이 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딜 가도 라면, 빵, 생수를 구할 수가 없는데요. 일본시민들은 그간 어떤 상황에 부딪혀도 사재기를 하지 않는 걸로 유명했는데, 이번 지진은 시민들이 사재기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라는 말이 되겠지요.
한편 도쿄전력은 13일 오전 방사능 유출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일본정부에 긴급사태를 선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또 지진 이후 정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오모리, 이와테 현 등에 도쿄의 전력을 공급하겠다며 13일부터 심야시간대를 이용해 세시간씩 도쿄지역을 정전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전력강제공급은 전후 일본역사상 처음있는 일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앞서 조금 언급했듯이 사흘째 계속되고 있는 이 지진이 도대체 언제 끝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국립지진연구소와 기상청은 지진발생 이후 수십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지진전문가는 TV아사히의 특별뉴스를 통해 "이런 지진이 올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적이 없다, 솔직히 예측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쿄 심야 3시간씩 정전... 유령도시가 따로 없다
제가 생활하고 있는 도쿄 아사쿠사, 우에노도 거의 유령도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원래 여기는 주말이 되면 관광객들로 발디딜틈 없이 붐비는 지역인데 지진발생 이후 인적이 끊겼습니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 관광객은 "아사쿠사를 몇번 와봤지만 이렇게 한산한 적은 처음"이라며 "이번 지진은 정말 두려웠다, 당장 돌아가고 싶다"며 한숨을 짓기도 했습니다.
교민사회도 동요하고 있는데요. 서로서로 안부를 물어가며, 가족단위로 같이 생활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혼자 살고 있는 교민들도 주위의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지진은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자연재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분들도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지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간혹 발견하게 되는 "잘 죽었다 쪽바리 놈들" 같은 멘션보면 정말 가슴속에서 피가 끓어 오릅니다.
으...지금 또 흔들리고 있네요. 미치겠네요. 정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2001년부터 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를 번역했다. 최신작은 <쓴다는 것>. 현재 도쿄 테츠야공무점 대표로 재직중이다.
공유하기
도쿄 심야 3시간 정전... 유령도시가 따로없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