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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소나무가지가 잘린 부분에 조각을 한 새 ⓒ 하주성

소나무 가지에 새들이 앉아 있다. 부엉이도 있고, 비둘기도 보인다. 이렇게 소나무 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은 살아 있는 새가 아니다. 나무를 깎아 소나무 가지 끝에 올려놓은 나무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새가 있는 곳마다 나무 가지가 부러진 듯하다. 처음에는 부러진 나뭇가지가 보기 흉해 새를 조각해 올려놓은 줄로만 알았다.

지난 20일, 황사가 자욱한 속에서 1박 2일 동안 답사를 마치고(이런 날 산성에…미친 거 아냐?),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에 있는 한 커피숍에 들렸다. 피곤한 다리도 쉴 겸 지인들과 차를 한잔하기 위해서이다. 이 커피숍의 주차장에는 참 좋은 차들만 들어서 있다. 주변이 요즘 말로 '잘나가는 동네'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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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엉이 잘린가지에 조각을 한 부엉이의 모습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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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이상하게 잘려진 가지마다 새들이 조각되어 있다 ⓒ 하주성

생나무를 잘라 조각을(?)

차를 마시고 길을 나서기 위해 밖으로 나오다가 보니, 들어갈 때는 보지 못했던 조각들이 나뭇가지 위에 보인다. 새를 조각해 놓았다. 커피숍 앞마당에 있는 두세 그루의 소나무 가지에 새들이 올라앉아 있다.

처음에는 그저 나무가 부러진 것이 보기가 안 좋아서, 그 위에 나무로 새를 조각해 올려놓은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새가 있는 가지마다 다 부러진 듯하다. 왜 이렇게 이 집의 소나무 가지만 많이 부러져 있는 것일까? 나무로 가까이 가서 새들을 조각한 곳을 살펴보았다. 따로 조각을 해 올려놓은 것이라면, 당연히 나무 줄기의 굵기보다 일부분이라도 위로 치며 올라와야 한다.

그런데 새들이 앉은 가지는 위에 조각을 한 새들과 굵기가 동일하다. 그러고 보니 이음새가 보이지를 않는다. 한마디로 새를 조각하기 위해 멀쩡한 가지를 자르고 그 잘려나간 부분에 새를 조각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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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따로 조각을 한 것이라면 꼬리라도 가지 밖으로 솟아 나왔어야 하는데, 잘려나간 가지의 굵기와 동일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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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음새 그러고보니 잘려진 가지 끝에 조각을 해 놓은 것이다. 이음새가 보이지 않는다 ⓒ 하주성

예술품으로 보아야 하나?

밋밋한 소나무 가지가 보기 싫어서 이렇게 조각한 것일까? 아니면 이렇게 소나무 가지를 잘라 새를 조각해 놓는 것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일까? 만일 이것이 바람이나 어떤 자연적인 작용에 의해 잘려나간 가지가 보기 싫어 조각을 해 놓은 것이라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흉한 잘린 가지를 보기 좋게 만들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각을 하기 위해 일부러 나뭇가지를 잘랐다고 하면,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 생나무 가지를 잘랐다는 것이니 어떤 이유로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잘려진 나뭇가지 위에 올려진 새들이 아름답기보다는, 왠지 흉물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까지 조각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끼우자고 손가락 살을 잘라내는 것이나 한가지가 아닐까? 소나무도 많이 아팠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