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나는 가수다>새로운 진화를 꿈꾸다
MBC
시청자들은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인가? 이번 재도전을 비난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결국 하나다. 예초부터 프로그램이 서바이벌을 표방했었기 때문에 그 탈락자가 누구든 간에 그 룰을 공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역설은 많은 시청자들이 <나는 가수다>에서 정상급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다. 저번 주까지 <나는 가수다>에 쏟아졌던 호평들을 상기해보자. 주말 황금시간대 아이돌에게 묻혀버린 가수다운 가수들의 노래를 절절하게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는 것 아니었던가. 오죽하면 1회 가수들 노래 사이에 개그맨들의 웃음이 편집되어 있어 짜증을 냈겠는가.
이는 결국 <나는 가수다>의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서바이벌로 떨어지는 가수를 보기보다는 노래를 듣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프로그램은 서바이벌이라는 극단적인 형식을 통해 예능으로서의 재미도 살리고 인기도 끌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정상급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싶으며, 오래된 장인들만 만들 수 있는 그런 하모니를 원하는 것이다.
예컨대 2회의 중간 점검을 보자. 정엽의 '짝사랑'을 부르면서 즉흥적으로 김범수, 박정현, 김건모가 참여해 잼세션(jam session)을 하는 모습은 결코 아무나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아이돌들이었으면 또 그 자체를 위해 적어도 한 달을 연습해야 하는 공연이건만, 그들은 정상급 뮤지션으로서 음악을 가지고 놀 줄 알았고,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즐겼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예초부터 이런 정상급의 가수들을 모아놓고 서바이벌을 벌인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그것은 결국 무한경쟁을 통해야만 재미를 줄 수 있다고 믿는 우리 방송 통념의 한계이며, 서바이벌에서는 반드시 한 명이 탈락해야지만 공평하다고 믿는 우리 사회의 반영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보자. 한명만 살아남는 이 서바이벌의 신자유주의 속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행복한가? 1등도 행복하지 못한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니던가.
따라서 더욱 음악다운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제작진들이 재도전 룰을 추가시킨 사실은 문제가 될 수 없다. 물론 정해진 룰을 스스로 어긴 것은 문제가 있으나 이를 통해 프로그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고 하면, 그리고 무한경쟁의 서바이벌 사회에 하나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선 글에서도 쓴 바 있듯이 잔인한 이 프로그램이 희망을 갖는 이유는 그 진화의 가능성 때문이다. 참여한 가수 모두가 프로페셔널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그들을 하나씩 떨어뜨리는 서바이벌 형식보다 그들 음악의 다양성에 집중하게 되고, 이를 통해서 프로그램 방향 자체가 하나의 생존이 아닌 모두의 공존으로 진화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여정에 있어 이번 재도전이란 룰의 추가는 그 시작에 불가할 것이며, 프로그램은 또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재도전은 김건모가 탈락자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필 그가 탈락자였기 때문에 정해졌던 룰이 임의대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떠한가. 이를 계기로 서바이벌의 의미가 조금 퇴색되고 축제의 기능이 조금 더 강해진다면, 그래서 프로그램 안에서 가수들이 조금 더 신나게 놀 수 있고 시청자들이 이를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진화한 것 아니겠는가.
재도전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것들이번 재도전을 계기로 우리는 <나는 가수다>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 본방이 방영되기 전 인터넷을 떠도는 스포일러가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탈락자가 누구냐에 대해 소문은 무성했지만 그 중 김건모를 지적한 이는 매우 드물며, 또 김건모가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클로징을 다시 했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이와 같은 이유로 재도전이라는 룰이 추가되었음을 이야기한 이들은 없었다.
만약 <나는 가수다>가 서바이벌이 아니라 축제가 된다면 이런 스포일러가 필요 없어질 것이다. 누가 7등이 되어 재도전을 고사한다한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시청자들은 단지 가수들의 노래를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둘째, 청중 평가단은 예능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으러 온다는 사실이다. 이번 김건모의 마지막 립스틱 바르는 행위는 참으로 예능적이었다.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밤을 보는 시청자로서 그의 행위는 결코 불쾌하지 않았으나 현장의 관객들에게 있어 그런 김건모의 모습은 실망이었던 듯하다. 아마도 이후 가수들은 그와 같은 행위를 자제한 채, 이소라의 말처럼 노래에 집중하게 되어 프로그램의 질을 올릴 것이다.
아직 일밤의 <나는 가수다>는 끝나지 않았다. 그들의 계속되는 진화를 지켜보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포터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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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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