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1.03.25 10:50수정 2011.03.25 10:50
3월 26일은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다시 한 번 이 사건으로 목숨을 잃고 대전현충원에 묻힌 46명의 명복을 빈다.
군 당국과 정부는 지난 1년 간 천안함 사건의 진짜 진실을 숨겨버린 채 엉터리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사건 발생 이후,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졌고 한반도 분위기는 긴장과 위기의 연속이었다. 국민들은 진짜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
천안함 사건 발생 1년이 지난 이 시점에 동아시아는 일본 동북부지역의 대지진과 쓰나미로 안보위협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었다. 전쟁이 국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이라 생각했는데, 일본 지진사태를 보면 자연재해가 오히려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하지만 이번 일본 동북부 지진사태는 자연재해를 넘어 인재(人災)로 확대되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아직도 진행중이며,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100% 안전성을 전제로 하여 건설한 원자력발전소가 거대한 자연현상 앞에 무력화된 것이다.
"백두산 화산 공동 연구하자"... 손 내민 북한
이런 와중에, 지난 17일 북측은 남측 기상청장 앞으로 지진국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왔다. 요지는 백두산 화산 공동연구와 현지답사, 학술토론회 등 협력사업을 추진시켜 나가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이미 남측 정부는 지난해 11월 통일부 당국자를 통해 "각계에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기하는 만큼 이와 관련한 내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백두산 화산 폭발가능성은 좀 더 세밀한 연구조사가 필요한 사업이지만, 만약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면 이는 인근 지역뿐 아니라, 한반도 전체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 화산연구는 지난해 천안함 사건 이후 병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를 풀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남측 정부는 이번 기회를 주저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지난 22일 북측이 제안한 당국 간 협의 대신 민간 전문가 차원의 협의를 하자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다고 한다. 북측이 이 제의를 받아들여 다행이지만, 정부 차원의 좀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한반도에 필요한 건 전쟁연습이 아니라, 대화
정부는 계속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 오히려 지난 23일, 안면도해수욕장 일대에서 북을 자극할 수 있는 한미연합 군수지원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번에 독수리연습(FE)의 일환으로 진행된 해안양륙군수훈련(Combined and Joint Logistics Over The Shore Exercise, C/J LOTs)은 평양점령을 노리는 상륙작전을 뒷받침하고 있어 시민사회단체들과 어장파괴를 걱정하는 지역 어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국전쟁 후 정전상태가 지속중인 남북 간에는 우발적 충돌이 자연재해처럼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그 진앙지는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서해안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철조망을 사이에 둔 휴전선 일대가 될 수도 있다. 또는 보수단체들이 대북전단을 살포하려는 백령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미 남북 대화통로가 단절돼 있어 우발적 충돌이나 위기상황에서 대처하고 조율할 수 있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전쟁에서 100% 승리는 없는 법이다. 우발적 사고가 전면전으로 확대된다면 분명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분명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피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정부나 책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은 의도가 불순한 영웅주의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로인해 전쟁이 난다면, 이는 책임과 역할을 방관하여 발생하게 된 인재(人災)가 될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전쟁연습과 상대방 자극이 아닌 남북대결 예방을 위한 진솔한 대화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정부당국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스토리(http://www.news-stor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1.03.25 10:50 | ⓒ 2011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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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교육연구소장(북한학 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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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대결 '인재' 막는 길은, 대화 재개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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