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 예술의 향기 물씬한 박물관 밤나들이

[부산시립박물관] 3월의 박물관 밤나들이 <판소리와 시낭송이 담긴 로비 콘서트>

등록 2011.03.26 14:14수정 2011.03.26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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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립박물관 로비콘서트
부산시립박물관 로비콘서트부산시립박물관

왠지 눈물이 난다
후레지아 노오란 꽃망울
생의 열망 같은 것,
내게로 온 뜨거운 가슴이
지금 막 눈 뜨려한다

꽃망울 파르르 떨릴 때
하늘의 새소리 묻어나고
나는 눈이 부셔 
그 속내 다 들여다 볼 수 없네


그건 사랑이었네
그건 보이지 않는 약속
가슴 열어보이는 살가운 속삭임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건네는
소통 같은 것
지금 막 전화벨소리 울린다

고안나 시, <후레지아꽃> 일부-(박물관 콘서트/낭송 고안나)

몰라 보게 달라진... 예술의 향기가 있는 부산박물관 밤나들이

개관한 지 오래된 낙후된 외관의 부산시립박물관이 최근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전시내용물과 박물관 야간 개방,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춘삼월 봄향기와 같은 예술의 향기 물씬한 박물관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오후 8시까지 관람시간이 무려 2시간이나 연장됐다. 그렇다. 오후 6시면 문이 닫히던 박물관 나들이를 야간에도 할 수가 있게 됐다. 그래서일까. 매화꽃 향기 분분한 박물관 밤뜰에는 엄마와 아빠의 손을 잡은 유치원생에서 초등학교, 중,고등학생, 일반인까지 관람객의 층위가 다양하였다.


부산시립박물관은 1978년에 개관하여 3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발굴, 기증, 구입 등으로 현재 총 3만여 점의 유물을 소장 관리하고 있다. 02년도 제 2전시관을 개관 계기로 전시구성을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중심으로, 10개의 상설 전시실, 정보검색실, 기획전시실, 가마전시관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봄의 향기 물씬한, 부산시립박물관 오픈 콘서트
봄의 향기 물씬한, 부산시립박물관 오픈 콘서트부산시립박물관

 예술의 향기가 있는 부산시립 박물관 밤나들이
예술의 향기가 있는 부산시립 박물관 밤나들이부산시립박물관

부산시민 박물관 밤나들이 관객을 위해 부산시립박물관 측에서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박물관 밤나들이'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3월 행사에는 <재미 있는 역사 이야기(고문서 이해)>, <큐레이터와 역사나들이(부산의 최초의 국가이야기)>,<박물관 투어>, 지난 24일 저녁 7시 20분에 열린 <판소리와 시낭송이 담긴 로비콘서트>, 오는 26(토) <토요영화감상회(쿵푸펜더)>을 상영할 예정에 있다.


지난 24일 부산박물관 로비에서 열린 로비 콘서트에는 노란 후레지아 꽃빛깔의 유치원복장을 한 어린이 탐방객 및 중고등학생, 일반시민 등 다양한 관객이 함께 했다. 이날 공연에서 관객에게 많은 박수를 받은 예인은 명창 박소영과 고수 김소연이다. 젊은 소리꾼의 흥겨운 우리 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났다.

 부산 시립박물관 로비 오픈 콘서트
부산 시립박물관 로비 오픈 콘서트부산시립박물관

얼씨구...좋다....잘한다

"쥬부가 등의 업고 상의 둥둥 ¹셔 졍쳐 업시 가난구나. 톡기가 물 쎠고 쥬부 등의 안져노니 기호지셰(騎虎之勢)되여시니…". -<수궁가> 가사 중

이날 <수궁가> 외를 부른 박소영 명창은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한국음악졸업하고 현재 부산진문화원 강사, 김해문화의전당 국악강사로 일하고 있으며, 제14회 서울국악경진대회 판소리 일반부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하얀 소복의 단아한 비녀 머리 김소연(고수)은 단국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였고 현재 문화예술원 국악 강사로 있다.

이 두 젊은 예인은 <수궁가>을 부른 후, 우리 노래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음악을 감상해서는 안 되고, 소리를 하는 중 부채를 왼쪽으로 들면 '얼씨구∼', 오른쪽으로 부채를 들면 '좋다∼', 부채를 펴면 '잘한다∼'고 추임새를 해야 한다고 이른 후, 불렀던 <수궁가>를 다시 부르면서, 우리 민요 배우기에 대한 시연을 해보기도 했다.

수궁가는 토별가(兎鱉歌) 또는 토끼타령이라고도 한다. 신라 때부터 전하는 귀토설(龜兎說) 설화에 재미있는 익살을 곁들인 내용이다. 판소리 여섯 마당 가운데 하나이며, 이 판소리를 소설화한 것이 <토끼전>이다.

 김찬식의 기타 연주
김찬식의 기타 연주고안나

콘서트의 첫 막과 마지막 막을 장식한 김찬식 시인(색소폰니스트)은 정말 다재다능한 예인이다. 부산 시립박물관 직원이기도 한 김찬식 시인은 관객들에게 여흥을 높이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단정한 연주복을 입고 색소폰과 기타 연주를 하여 관객들로 부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아냈다.

김시인이 이날 연주한 곡목은 김광서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음을> 외, 색소폰 연주로는 <나에게 부드러운 사랑을 주세요(Love me ten er))와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주제곡 'A time for us' 등이다.

김찬식 시인은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부산지역위원회, 부산문인협회 및 부산시인협회 이사로 문단활동을 하면서, 색소폰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그는 부산바다축제, 대한민국시인대회 초청, 부산길축제 초청, 시청로비콘서트에 초청받아 연주한 바 있다.

 부산시립박물관 오픈 콘서트, 김찬식(시인. 색소폰리스트)
부산시립박물관 오픈 콘서트, 김찬식(시인. 색소폰리스트)부산시립박물관

 고안나 시인의 낭송
고안나 시인의 낭송송유미

노란 후레지아 꽃향기를 풍기는 낭랑한 목소리를 가진 고안나 시인은 봄빛 물씬나는 머풀러를 매고 나와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작가의 마지막 시 <옛날의 그집>을 처음 순서로 낭송했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시구가 너무 좋아서 이 시를 암송하게 되었다는 고안나 시인.

그는 김찬식의 시 <누구나의 가슴에 강물은 흐른다>와 고시인의 자작시 <후레지안꽃>을 낭송해서 관객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고안나 시인은 <부산시인>을 통해 데뷰했고, 부산시인협회회원, 모닥불 문학회부회장, 한미족사랑문화인협회 상임시인, 한중공동 시전문지 <두견화>편집위원을 맡고 있는데, 현재는 <대구시인학교 문화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집 십오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집에
뜰은넓어서
배추심고 고추심고 상추심고 파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살았다
정붙이고 살았다
밤이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던
이른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살았다

다행이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밤에는
이 세상의 끝의 끝으로 온것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그집

나를 지켜주던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은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 2008년 4월 현대문학발표)옛날의 그집 - (박물관 콘서트 낭송/ 고안나)

 부산시립박물관 로비콘서트
부산시립박물관 로비콘서트부산시립박물관

 부산시립박물관 양맹준 관장
부산시립박물관 양맹준 관장 송유미

야간에도 박물관을 개장하여 시민들이 즐겨 찾는 박물관 만들기

그리 넓지 않은 박물관 장내에서 마련된 '3월의 박물관 밤나들이' 행사<판소리와 시낭송이 담긴 로비 콘서트>이 열리고 있는 객석에서 시종일관 서서 자리를 지키며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면서 관람하고 있는 부산시립박물관 양맹준 관장을 잠시 만나 인터뷰한 것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오마이뉴스: 반갑습니다. 관람을 아주 즐겁게 했습니다. 박물관 밤나들이 행사를 계획하신 동기와 부산시립박물관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양관장: 부산시립박물관은 1978년 개관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박물관은 경향 각지의 여타 공립박물관과 비교해 보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서 시간이 지나면서 시설은 퇴락하고 협소하여 세계도시로 성장해 가는 부산의 정체성 부각과 시민긍지의 상징물로는 다소 미흡한 실정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02년에는 그동안 발굴, 기증, 매입 등을 통해 확보된 유물을 바탕으로 제2관을 신축하여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 충족을 위해 노력하기도 하였습니다.박물관에 전시되고 소장된 유물들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산의 역사와 문화의 성격을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들입니다.

부산시립박물관 양맹준 관장은 누구 ?
양맹준 관장(51년생)은 경남 창녕출신으로 경남고와 부산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 수료. 75년 부산시 문화재 상임 전문위원, 77년 부산시문화재 연구관, 1979년 문을 연 시립박물관의 학예연구관으로 근무하면서 유물교섭과 전시기획 등의 실무를 맡은 것을 비롯해 82년 문화재 감정위원·감정관, 2000년 부산시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등을 맡아 문화재와 사료수집 등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려주는 증거물들이며, 앞으로 우리들이 나아갈 길을 계시(啓示)해 줄 지혜 창출의 보물들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박물관은 우리 고장과 관련된 전통문화자료의 수집과 보존, 연구 및 전시를 통하여 종합박물관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7월부터 야간(오후 8시까지)에도 시민들이 박물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3월의 박물관 밤나들이 문화예술 행사로 <판소리와 시낭송이 담긴 로비 콘서트>, <영화감상> 등 시민 만족의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시민들이 즐겨 찾는 열린 역사문화공간이 되도록 가일층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다각적인 국내외 교류를 활성화하여 동북아시아 최대 항구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 맞는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그대의 얼음장같은 발가락을
심장의 입김으로 녹혔던 날들
그 날들은 자꾸만 기억의 저편으로 아득해져만 갑니다
달그림자 유난히 길게 드리워진 솔향 날리던 그날 밤
밤의 침묵마저 달빛에 녹아내리고
속독새 울음소리마저 잠들었던 밤
우리는 예지된 운명을 맞이해 버렸던 것이오
지금 우리는 가난하고 험난한 세상 여정을
새싹의 여린 심성으로 헤쳐나가기 힘겹지만
진정 아름다운 사랑이 아름다운 사람이
언제나 그대곁에 동행하고 있다는것을 잊지마시오
고난한 세월의 흔적 눈가에 새기지 맙시다
남기려거든 가슴에 새기시오
강물만큼의 눈물이 가슴에 흐르지만
세상 한모퉁이를 돌아설 때 쯤
언제나 그랬듯이 또 한 고비가 운명처럼 오리다
세상이 또 지긋이 눌리거든 살며시 비켜나
가슴에 한 귀퉁이를 내어줍시다
단비를 맞듯이 즐거우 맞으며
가슴에 꽃비를 담급시다

김찬식 시, <누구나의 가슴에도 강물은 흐른다>(박물관 콘서트 낭송/ 고안나)

 예술의 향기가 있는 부산시립박물관
예술의 향기가 있는 부산시립박물관송유미
#부산시립박물관 #양맹준 #김찬식 #고안나 #박소영과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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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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