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구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현장-대구]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조국·오연호 북콘서트

등록 2011.03.27 20:54수정 2011.03.2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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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서울대 교수가 25일 밤 대구시 진각문화회관 7층에서 열린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에서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25일 밤 대구시 진각문화회관 7층에서 열린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에서 청중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권우성

 조국 교수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뒷 좌석의 청중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일어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
조국 교수를 비롯한 출연자들이 뒷 좌석의 청중들이 잘 볼 수 있도록 일어서서 발언을 하고 있다.권우성

[기사 보완 : 27일 오후 9시 30분]

지난해 12월 서울을 시작으로 올해 광주, 대전, 춘천을  거쳐 이번엔 대구였다. 지난 25일 오후 7시 30분 대구 진각문화회관 7층에서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조국·오연호 북콘서트가 열렸다. 주최는 한국인권행동(사무총장 오완호)과 오마이뉴스. 대구 북콘서트는 애초 250석 규모로 예정했으나 실제 행사장에는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다른 지역 콘서트와 비교해 20대 젊은층이 압도적으로 많아 눈길을 끌었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행사장을 찾은 고등학생들도 여럿 있었다.

☞ <진보집권플랜> 북 콘서트 묶음 사진보기 - 서울 광주 대전 춘천 대구'

'변화' 그리고 '대구'라는 단어가 이번 콘서트의 열쇳말이었다.

"우리가 대구를 바꾸면 대한민국이 바뀐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맡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던진 말이다. 김 교수는 "오늘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희망이 생긴다"며 "엄숙주의를 깨고 대구를 난장으로 만들어 보자"고 말문을 열었다.

그 어느 지역보다 한나라당 세가 강하고 보수 지지층이 강한 곳이 대구다. 유명 가수든, 말 잘하는 인기 개그맨이든 이곳에서만큼은 관객들의 '무반응'에 진땀을 뺀다는 통설로 유명하다. 그만큼 '진보집권'이라는 주제를 던지기 어려운 곳이다. 


"진보집권이라는 말이 굉장히 무거울 수 있습니다. 보통 이런 주제를 다루려면 주로 토론회 등을 하는데 그러지 말고 재미있게 신명나게 해보고자 했습니다. 얼마 전 이해찬 전 총리 출판기념회를 다녀왔는데 1000명 넘게 모였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 이미 진보의 새싹이 돋고 있다고 느낍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말에 참석한 시민들은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조국 서울대 교수.
조국 서울대 교수.권우성
조국 교수는 강남좌파 아닌 국민좌파?

"제 고향이 부산인데 아시다시피 진보를 지지하는 쪽이 다수가 아닌 게 사실입니다. 입 다물고 점잖게 살면 욕 안 먹을 수 있는데 왜 대놓고 진보를 말할까요? 2012년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이 동시에 바뀌는 해인데다가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들도 권력층이 바뀌는 해입니다. 이런 때가 거의 없습니다. 정치, 교육, 사회, 남북문제를 지금처럼 풀어가려는 보수 세력에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한 발 내딛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정정당의 당원은 아니지만 학자로서 기여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했죠.

개인적으로 홍명보 선수 닮았다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그의 포지션이었던 리베로처럼 판을 휘저어 보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제 자식들과 제자들이 2012년에 뭐했는지 물어봤을 때 (<진보집권플랜>을 펴내고) 북콘서트 하러 다니려고 애썼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홍명보 매우 닮으셨어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홍명보 발언에 청중들 사이에서 새어나온 말이다. 조 교수는 이러한 반응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보수 일색인 이 사회에서 진보세력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며 청중들에게 진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특히 조 교수는 젊은 층이 '호기'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사연 하나를 소개했다. 트위터를 통해 한 대학생이 정말 '호기롭게' 조국 교수의 이름을 대고 호프를 마실 테니 돈 좀 내달라는 메시지가 왔다는 것이었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모였고, 결국 조국 교수는 16여만 원의 돈을 내야 했다. 조 교수가 "그때 기분이 좋았다"고 말하면서도 "그렇다고 막 하지 말고 사람은 봐 가면서 시도하라"고 덧붙이자 콘서트장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사회를 맡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조국 교수에게 '강남 죄파'와 함께 '국민 좌파'라는 별칭을 새롭게 지어줬다.
사회를 맡은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조국 교수에게 '강남 죄파'와 함께 '국민 좌파'라는 별칭을 새롭게 지어줬다.권우성

이날은 조국 교수의 별칭이 바뀐 날이기도 했다. 김태일 교수는 "강남좌파라는 말이 좌파의 위선을 질타하는 말인지 진화한 좌파를 말하는 상징인지 모르겠다"며 분명한 정의가 필요하다 강조하자, 조 교수는 "강남좌파란 말을 스스로 먼저 말하지 않았고 누군가가 강남좌파냐 묻기에 (그렇게 부르고 싶다면) 그냥 부르라고 응대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교수는 "국민여동생 하면 문근영이 떠오르는데 앞으로 조국 교수를 강남좌파라 하지 말고 국민좌파라고 부르는 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국민 모두의 가치 대변하고 공감하는 좌파로서 그를 불러주자"는 김 교수의 제안에 청중들은 다함께 '국민좌파 조국 교수'라고 외쳤다.

 오연호 대표가 '그대여 변치마오'를 열창하고 있다.
오연호 대표가 '그대여 변치마오'를 열창하고 있다.권우성

북콘서트 두 시간 전 현장에 도착해 무대 리허설까지 하는 열정을 보였던 오 대표는 남진의 '그대여 변치마오'를 불렀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로 선곡을 했다는 설명과 함께 시작한 오 대표의 노래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지난번 콘서트에서 노래 부르는 걸 봤다는 한 청중은 "많이 연습한 것 같다"는 촌평을 전했다.

조국 교수는 스스로 '음치'와 '박치'라는 불리한 조건을 만회하고자 반주 없이 노래를 하겠다고 밝혔다. 서유석의 '홀로 아리랑'을 특유의 저음으로 부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 교수가 마지막 절을 부를 땐 어느새 청중 모두가 노래를 합창하고 있었다.

조국·오연호 대담과 짧은 노래 공연 이후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뜨거운 콘서트 열기만큼이나 질문들도 수십 건이 쏟아졌다. 그 가운데 10여 개의 질문에 대해 조 교수와 오 대표가 '따로 또 같이' 답변했다. 질문자의 대다수는 20대였고, 그들의 질문은 삶과 실천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보수적인 대구에서 진보의 가치를 견지하기 힘들다', '제도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하지만, 그러면 피해를 보게 되지 않느냐', '페이퍼 스톤(종이돌, 투표를 상징하는 말)으로 진보 정치를 선택해도 20대가 아니라 486 정치인에게만 과실이 가지 않느냐'는 등 젊은 층의 고민이 담긴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조 교수는 이같은 물음에 "88만원 세대가 88% 투표에 참여하면 88% 변한다"는 '참여'의 메시지로 답했다.  

 <진보집권플랜> 대구 북콘서트 출연자들과 청중들이 '사노라면'을 합창하며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진보집권플랜> 대구 북콘서트 출연자들과 청중들이 '사노라면'을 합창하며 행사를 마무리하고 있다.권우성

 조국 서울대 교수가 25일 밤 대구시 진각문화회관 7층에서 열린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를 마친 뒤 사인회를 갖고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가 25일 밤 대구시 진각문화회관 7층에서 열린 '조국-오연호의 <진보집권플랜> 북콘서트'를 마친 뒤 사인회를 갖고 있다.권우성

이날 행사장은 빈 자리 없이 가득 찼고, 2시간 넘게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조국 교수님을 꼭 보고 싶어 왔다"는 고등학생들은 공연 시간 세 시간 전에 미이 행사장에 도착해 있었다. 언니, 친구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설수현(18)씨는 "모의고사 끝나고 바로 왔는데 김밥 먹으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진보집권플랜>을 읽었다며 "책을 읽고 정치가 우리 생활과 멀리 떨어진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나수연(18)씨는 "진보 연대라는 게 아직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책에 얘기가 나와서 좋았다"고 했다. 조국 교수와 오연호 대표기자를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에 "반 친구들 대부분 안다"며 "모르는 사람도 있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식사를 마친 후 이들은 맨 앞에 자리를 잡았다.

대구 지역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한다고 밝힌 박종하씨는 "여러 행사를 다녔는데 사람들이 이 정도로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고무적인 것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원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고 오연호 대표나 조국 교수를 몰랐는데 이번 콘서트를 보고나니 책을 사서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뭔가를 알아야 바꿀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소감을 밝혔다.

북콘서트의 여흥은 뒤풀이 자리에서도 계속되었다. 약 3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던 자리에선 본격적인 속내가 나오기도 했다. 한 시민은 "오늘 책 한 권을 시원하게 요약 정리한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구MBC에서 노조 활동을 하는 한 시민은 "처음엔 조국 교수를 띄워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며 "어떻게든 선·후배들과 소통하고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겠다"고 본인의 결심을 전했다.

한편 다음 북콘서트는 다음달 22일 오후 7시30분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다.

☞ [클릭] <진보집권플랜> 출판기념 '제주' 북콘서트 참가 신청
#오연호 #조국 #진보집권플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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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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