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인들이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과 한국인들의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했으면 좋은지?
"겉으로는 다문화사회를 이야기하는 일본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수많은 차별이 숨어 있다.
특히 이번 대지진처럼 국가적 재난에 부닥쳤을 때 재일교포에 대한 차별은 여실히 드러난다. 교육청은 동북지방에 소재하는 학교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시작했지만 동포학생들이 다니는 조선학교는 뒷전이다. 일본정부가 지금까지 조선학교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물은 지어진 지 수십 년이 지나 매우 낙후된 상태이다. 가장 먼저 점검을 받아야 할 학교가 있다면 조선학교이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가장 위험에 처해있는 조선 학교 학생들은 방치한 채 일본 학교만을 도와주고 있다.
또 다른 예를 들면, 얼마 전에 민주당의 마에하라 외상이 재일동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 문제가 된 일을 들 수 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친구 어머니(재일한국인)가 일본식 이름으로 1년에 5만 엔씩 4년간 기부금을 보냈던 것이 문제가 됐던 것인데 마치 거창한 '외국인 비자금 스캔들'인양 번져 결국 마에하라 외상은 사임을 하고 말았다. 일본에서 어떠한 선거권도 없는 재일교포가 자신이 아끼는 정치가에게 지원금을 내는 것도 불법이라니 정치참여가 완전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적인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나 재일교포들은 이등시민이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 것 같다.
그 밖에 주민등록증 제도가 없는 일본에서 재일한국인들을 포함한 재일외국인들은 '외국인등록증'이라는 카드를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한다. 소지하지 않다가 검문에 걸리면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거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 밖에 납세의 의무는 있지만, 선거권과 같은 권리는 없다.
한국은 어떠한가? 내가 9년이라는 세월을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수많은 답답함과 차별을 느껴왔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사회의 재일교포에 대한 특유한 차별의식이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한국에서는 재일교포라는 존재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실체로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재일교포라는 존재에 대해 일반적인 인식도, 제도적인 면도 근본적으로 무지하며 무관심하다.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도 '재일교포는 일본에서 영원히 살아갈 외국인'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재일교포들이 조국에 대해 애착을 보이는 것은 민족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며 오히려 비판하기도 한다. 재일교포란 한반도와는 분리된 존재라고 인식하기 일쑤인데, 사실 이러한 무지가 재일교포들에게 커다란 폭력으로 다가간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던 많은 재일동포들이 이러한 폭력적 혹은 일방적인 분위기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돌아가곤 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줬으면 한다."
-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한국에 저지른 과거사에 대해 부채의식이 있다고 보나 아니면 그런 과거사를 잘 모른다고 보나?
"일본 사회는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뚜렷한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상실한 일본의 젊은이들은 '국가'라는 커다란 이야기에 자신을 투영하며 그것을 기반으로 자신의 사회적 자아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쁘띠 내셔널리즘'이라는 말이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다. 일본 젊은이의 이와 같은 우경화 경향은 올바른 역사인식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다.
설사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 해도 그것이 한국에 대한 부채의식으로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고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할 위험성마저 뒤따른다. 그 한 예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혐한류'와 같은 만화이다. 한국에서 한류 열풍에 관한 보도가 많아 마치 일본인들이 한국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해 애정을 느끼기보다 여전히 열등국가로 보는 경향이 있다. 대지진이 일어나자 한국인이 열성적으로 지원을 했으나 겉으로는 고마워해도 대중게시판과 같은 곳에서 지원활동에 시비를 거는 듯한 글이 많이 있었다. 일본인들은 무의식적으로 여전히 '대일본제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본인들에게 있어 한류는 그냥 한류일 뿐"
- 이번 일본지진 사건과 원전사건을 보면 1923년 관동대지진 때와 비교해도 일본인들이 놀랄 정도로 차분한데 역사적 경험축적과 시민의식이 성숙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보나?
"전후 일본의 시민의식이 성숙해져서 최근 원전 사고 때 일본인들이 차분한 모습을 보인 면도 있지만 일본인들의 참을성도 점차 한계에 다다른 것 같기도 하다. 원전 사고 처리가 점점 시간을 끌게 되면서 냉정을 유지하던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점차 변화 조짐이 보인다. 2011년 3월 26일 자 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일본 피해 지역에 외국인 강도단이 출몰한다는 등의 흉흉한 소문이 발생하고 있다. 1923년 관동대지진 때도 조선인들에 대한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유포되어 수천 명이 학살됐었는데 또다시 일본 사회가 불안정한 상황이 되면서 주로 '외국인'과 같은 타자(他者)가 공격 대상이 되는 것 같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언제라도 재일한국인들은 이런 위험에 놓일 우려가 있다."
- 배용준씨나 소녀시대 등이 일본에서 한류를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최근 몇 년 사이 일본에 한류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열기가 수십 년간 일본인들의 인식 속에 자리 잡은 뿌리 깊은 우월감을 바로잡는 수준까지 이어졌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한류 붐 이후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본인들에게 있어 한류는 그냥 한류일 뿐이고, 재일한국인을 포함해서, 한국과의 문제라든지, 북한 관련 문제 등에 있어 여전히 배타적인 정서가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 한일관계가 향후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 두 나라 국민과 정부 어떤 노력들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보나?
"뻔한 대답이지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은 먼저 재일동포들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본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 및 과거사 청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은 과거 문제의 해결을 통해서만이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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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영국통신원, <반헌법열전 편찬위원회> 조사위원, [해외입양 그 이후], [폭력의 역사], [김성수의 영국 이야기], [조작된 간첩들], [함석헌평전], [함석헌: 자유만큼 사랑한 평화] 저자. 퀘이커교도. <씨알의 소리> 편집위원. 한국투명성기구 사무총장, 진실화해위원회,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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