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의 노동자들. (자료사진)
김덕련
장장 1200킬로미터에 달하는 나일강 주변 11개국들과의 물분쟁에 대해서도 '우선 매년 800만 톤을 수입해야 하는 밀 수입을 각 국에 쿼터제로 할당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집트는 지난 수십 년간 나일강에 관한 입장 정리나 해결책 등을 똑부러지게 내놓지 못해 주변국들의 원성을 샀는데 밀 수입 등을 통해 각 국에 무역적 이득을 주려는 것이다.
나일강을 둘러싼 물분쟁은 '이집트만이 강의 혜택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각국의 불만의 표출이었다. 이집트를 쏙 빼놓고 나머지 나일 주변국들이 모여 이집트에 대항하는 논의를 할 때마다 이집트가 보여준 정책은 순전히 보복성이었다. 때문에 '이집트가 가진 부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보고 싶은' 나라들 간 서로 견제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집트 정부는 또한 민간기업들의 나일강 주변국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며, 1660 밀리언 큐빅미터(m³)의 강물을 농업, 공업, 건설업 등 모든 산업분야에 폭넓게 이용해 주변국들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성명 하나로 이제까지의 분쟁이 소멸되지는 않겠지만 '할테면 해봐라.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분쟁은 잘 해결될 것'이라는 종래의 모호한 입장표명에서는 성큼 진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28일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사흘 전에 지병치료차 사우디 아라비아로 출국했다는 소문에 대해 군최고위원회는 '무바라크 전 대통령과 그 일가는 현재 연금, 재산동결, 출국금지상태'라고 못박으며 소문을 부인했다. 현재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수차례의 뇌물 수수혐의로 기소중이지만 군최고위원회는 그를 법정에 세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무바라크가 지난 1월 '분노의 날' 이후 저격수를 고용해 시위대를 살인한 혐의를 조사해달라는 진상조사위의 요구도 정부는 증거불충분이라며 묵살했다.
2010년 6월 알렉산드리아에서 경찰의 마약밀매장면을 목격했다는 이유만으로 고문을 당하다 숨진 칼리드 사이드의 살인자들을 기소하라는 요구도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19세의 아름다운 청년 칼리드 사이드는 이후 '2011 시민혁명'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정부로부터는 아무런 예우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을 공격하고 고문하는 군경이 군최고위원회의 손발인 오늘의 이집트에서 과연 혁명의 주역인 이집트의 국민들은 어떻게 '혁명을 진정한 자유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네이버의 <마담 아미라의 이집트여행>카페에도 실립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