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규 KBS 노조위원장(사진 오른쪽)이 다음 아고리언에게 '정연주 사장은 퇴진하라'는 만장을 걸어놓은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PD저널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이 끝난 뒤인 3월에 들어서자 '구정권 인사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3월 11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지난 10년간 국정을 파탄시킨 세력들이 야당과 정부 조직, 권력기관, 방송사, 문화계,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의 요직에 남아 새 정부의 출범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직도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을 방해하고 있는 김대중·노무현 추종 세력들은 정권을 교체시킨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받들어 그 자리에서 하루 빨리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아주 기이하게도, 같은 날 <동아일보> 배인준 논설주간은 '노무현 식객들의 농성'이라는 칼럼에서 비슷한 주장을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와 다른 점은 칼럼의 초점을 '정연주 KBS 사장'에 두었다는 점일 뿐, '정연주 류'의 '노무현 식객들'은 "코드 정권 바뀌면 떠날 줄 알아야 한다"는 등 주장의 근거나 생각은 안상수 원내 대표 발언과 거의 같았다.
그리고 뒤에 보게 되겠지만 이 칼럼과 안상수 원내대표의 KBS 관과 세상 보는 눈은 KBS 노보의 글들과 박승규 당시 노조위원장(현 KBS 보도본부 사회부장)의 기자회견 내용 등과 너무나 흡사했다. 배인준 논설주간의 칼럼은 당시 수구세력이 KBS와 정연주 사장을, 그리고 당시의 상황을 어떻게 보았는지 잘 보여준다.
"정연주씨는 2003년 봄, KBS 사장이 됐고 2006년 가을 연임했다. 5년 전, 노무현 정부가 아니라 이회창 정부가 등장했더라도 그게 가능했으리라고는 정씨 자신부터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정씨의 인격적 문제는 새삼 들출 생각이 없다. 그는 지난 5년간 KBS 방만 경영 및 조직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중앙에 있었다. 그러고도 연임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한마디로 '노무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는 언필칭 '국민의 방송'이라는 KBS를 좌파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켰다. '정연주 KBS'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반미를 부추기는 프로그램, 노 정부를 일방적으로 감싸면서 비판신문을 흠집 내는 프로그램 등을 집중적으로 내보냈다. …그렇다면 정씨는 지난해 대선 결과를 보고 즉시 KBS 사장직에서 자퇴했어야 상식에 맞다. 국민은 노무현 좌파정권을 응징하며 큰 표 차로 이명박 우파정권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표심은 노무현 코드의 한 부품이었던 정 사장에게도 기능 종료를 명령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정씨는 내년 11월 연임 임기까지 버틸 태세다. '탄핵방송' 등에서 노 정권 비호 '편파 방송'의 선봉장이던 사람이 정권 교체가 확인된 순간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친 것은 한 편의 코미디다.…정씨를 비롯해 노 정권 아래서 기득권층이 된 사람 중에는 "내 밥그릇 못 내놓겠다"며 농성을 계속하는 부류가 적지 않다. 특히 언론주변 운동권 단체에서 공직이나 관변으로 진입했던 사람들, 그리고 문화계 이익집단의 중심에 포진한 좌파세력이 대표적이다. …정권교체의 본질은 인적 교체다. 누가 정권을 잡든 가장 중요한 첫 6개월을 인적 교체 문제로 시름하다가 탈진한다면 국정 성공을 기약하기 어렵다. … '정연주식 버티기'가 국민 사이에 통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식객들은 한 정권이 끝나면 곧장 자리를 털고 사라질 줄 알아야 식객 자격이나마 있다." (2008년 3월 11일 <동아일보> 배인준 칼럼). '좌파 문화계 인사' 척결에 나선 유인촌과 <조선>